주간동아 903

2013.09.02

필드에 불어오는 ‘흥행바람’

하반기 프로골프 남자는 화끈한 승부, 여자는 지존 경쟁 그 어느 때보다 치열

  • 주영로 스포츠동아 레저경제부 기자 na1872@donga.com

    입력2013-09-02 11:2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필드에 불어오는 ‘흥행바람’

    8월 프로 데뷔 7년 만에 첫 승을 신고하면서 스타덤에 오른 김태훈 선수.

    국내 남녀 프로골프투어가 하반기 더욱 뜨거운 열기를 내뿜을 전망이다. 남자는 화끈한 승부로, 여자는 지존 경쟁으로 볼거리가 풍성하다.

    8월 한 달 동안 남녀 프로골프투어는 연일 화제를 낳았다. 특히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 짜릿한 명승부가 이어지면서 옛 영광 재현의 불씨를 지폈다. 이에 질세라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는 부진했던 김하늘이 부활을 알리는 우승 소식을 전하면서 맞장구를 쳤다. 9월부터 이어질 정면승부가 더욱 기대된다.

    남자골프가 인기 하락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투어를 이끌어갈 대형 스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배상문, 김경태, 노승열 등 스타급 선수들이 모조리 해외로 떠나면서 팬들의 관심 역시 해외로 이동했다.

    그런 가운데 고민 해결사가 등장했다. 프로 데뷔 7년 만에 첫 우승을 신고한 김태훈(28)이다. 그는 8월 4일 끝난 KPGA 코리안투어 보성CC클래식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신고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김태훈이 우승 한 번으로 단숨에 스타 대접을 받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먼저 그는 화끈한 장타를 바탕으로 한 선 굵은 ‘파워 플레이’를 한다. 이런 스타일의 골퍼는 팬들에게 쉽게 다가간다. 배상문, 김대현, 노승열(모두 미국 PGA 또는 웹닷컴 투어 활동) 등이 파워 플레이어의 대표 주자다. 국내파 선수 가운데 파워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는 많지 않은데, 김태훈이 이들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훤칠한 외모도 한몫한다. 180cm, 73kg의 체격에 조각 같은 얼굴은 여성 골프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긴 부진의 터널을 뚫고 정상에 오른 인간 스토리도 그를 단박에 스타로 만들었다.



    김태훈은 국가대표를 거친 유망주다. 전국체육대회 2관왕에 오른 경험도 있다. 김경태, 강성훈 등이 주니어 시절 국가대표 한솥밥을 먹은 동료다. 비슷한 시기 프로에 입문했지만 그는 동료들과 달리 슬럼프에 빠졌다. 프로무대에서 6년을 뛰었지만 통산 상금은 1000만 원을 조금 넘겼다. 굴욕의 시간을 참고 견딘 끝에 올해 꿈에 그리던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팬들도 그의 인간승리에 박수를 보냈다.

    가족사도 화제다. 그의 아버지 김형돈 씨는 고교 시절까지 축구 선수로 활동했다. 큰 아버지는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의 강타자로 이름을 날린 김준환 원광대 감독이다. 사촌누나인 김상희는 KLPGA 투어 프로로 활동했다.

    김태훈의 등장은 스타 기근에 빠진 남자골프계에 단비가 되고 있다. 새 스타의 탄생으로 투어도 활력을 되찾았다.

    ‘이글, 버디’ 화끈한 승부로 부활 서곡

    남자골프는 화끈하다. 팬들을 사로잡을 가장 확실한 무기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무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올 하반기 ‘화끈한 승부’로 팬들을 다시 사로잡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던졌다.

    출발은 성공적이다. 8월 5일 끝난 보성CC클래식, 12일 막을 내린 솔라시도 파인비치 오픈, 그리고 17일 열렸던 동촌 KPGA선수권대회까지 남자골프는 대회 때마다 폭발적인 샷을 뿜어내며 바람몰이에 성공했다.

    밋밋한 경기를 벗어던지고 화끈한 모습으로 탈바꿈한 게 성공적이었다. 매 경기 버디 수백 개가 쏟아졌다. 팬들에게 골프의 재미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줬다. 보는 팬들도 신이 났다. 선수들의 그림 같은 플레이에 열광했다. 남자골프는 약 3주간의 휴식을 끝내고 9월 12일 열리는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부터 다시 열전에 돌입한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만큼 더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우승 경쟁이 예상된다. 더불어 상금왕 쟁탈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류현우(2억8121만 원), 강경남(2억2594만 원)의 대결 구도에서 김형태(1억5460만 원), 홍순상(1억3430만 원), 김태훈(1억8753원)까지 가세해 후반으로 갈수록 상금왕 경쟁이 더 흥미롭게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10월에는 해외 스타도 대거 국내 무대를 밟는다. 배상문이 신한동해오픈에 출전할 예정이고, 10월 둘째 주 개막하는 CJ 인비테이셔널에서는 남자골프의 간판스타인 최경주가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필드에 불어오는 ‘흥행바람’

    KDB 대우증권 클래식에 출전하는 박인비 선수.

    여왕의 귀환 vs 신예들의 반란

    필드에 불어오는 ‘흥행바람’

    8월 부활을 알린 김하늘 선수(위)와 상금랭킹 1위 장하나 선수.

    상반기 KLPGA 투어는 복잡했다. 김하늘, 김자영, 양제윤 등 2012년 KLPGA 투어를 주름잡았던 강자들이 동반 부진하면서 분위기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김효주와 전인지, 장하나는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선배들의 부진을 틈타 그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여왕 자리에 오를 준비를 시작했다. 상반기 상금랭킹은 장하나, 김효주, 전인지 순으로 끝이 났다.

    하반기에도 큰 변화가 없으리라 예상됐다. 그러나 부진했던 김하늘의 부활로 남은 시즌을 예상하기가 복잡해졌다. 2012년 ‘김하늘·김자영·양제윤’ 트로이카 체제에서 올해는 ‘김하늘·김효주·장하나’의 대결로 판이 바뀌었다.

    김하늘은 8월 25일 끝난 MBN 김영주골프 여자오픈에서 뒤늦은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지난해 10월 러시앤캐시 채리티 클래식 이후 약 10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김하늘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본격적인 우승 사냥을 다짐했다. 흥미진진하다. 장하나, 김효주의 싸움이 될 것 같았던 지존 경쟁은 김하늘의 부활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여왕과 신예의 대결은 팬들이 가장 기대하던 경쟁구도다. 김하늘은 지키기, 김효주와 장하나는 반란을 꿈꾼다. 김하늘은 2년 연속 상금왕에 이어 올해 3년 연속 상금왕이라는 큰 목표를 이루려면 단 한 경기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MBN 김영주골프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신고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순위싸움에서 크게 밀려난 상황이다. 8월 31일 기준 상금랭킹 16위다. 상금왕 3연패를 위해선 최소 1~2승이 더 필요하다.

    장하나(상금랭킹 1위)와 김효주(상금랭킹 2위)는 아직까지 여유가 있다. KLPGA 투어에서 상금 3억 원을 넘긴 선수는 이 두 명뿐이다. 그러나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간격을 더 벌려놓지 않으면 언제든 역전을 허용할 수 있다. 마지막 승자가 누가 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KLPGA 투어는 10개 대회를 남겨두고 있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인 셈이다. 굵직한 대회가 몰린 9월이 타이틀 경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최대 관심은 9월 5일 개막하는 한화금융 클래식의 우승 트로피를 누가 들어 올릴지에 쏠린다. 이 대회의 우승상금은 3억 원이다. 주인공이 상금왕에 오를 공산이 크다.

    KLPGA 투어의 상금왕은 5억 원 안팎에서 결정됐다. 상반기에만 3억 원을 넘긴 김효주와 장하나가 한화금융 클래식에서 우승할 경우 6억 원을 넘기게 된다. 상금왕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김하늘이 우승할 경우 대역전 드라마를 꿈꿀 수 있다. 현재 장하나, 김효주와는 2억 원 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전세가 완전히 바뀌게 된다. 그러나 이 대회는 역대 단 한 번도 국내파에게 우승을 허용하지 않았다. 2011년 최나연, 2012년 유소연이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3억 원의 향방에 따라 여왕이 결정될 전망이다.

    한화금융 클래식에 이어 펼쳐지는 메트라이프 KLPGA 챔피언십과 KDB 대우증권 클래식(9월 27~29일)도 팬들의 관심을 끈다. 특히 KDB 대우증권 클래식에는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인 박인비가 출전할 예정이어서 이 대회를 기다리는 골프팬이 많다. 박인비가 순수 국내 대회에 출전하는 건 2011년 10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이후 약 2년 만이다. 골프팬이라면 세계랭킹 1위가 선보이는 명품 샷을 절대 놓칠 수 없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