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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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도 좋지만 역풍 맞을라

대형 사건 수사 용두사미 결과 우려…“정작 중요한 사건 수사 못 해” 불만도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3-09-02 0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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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욕도 좋지만 역풍 맞을라

    2011년 11월 26일 4대강 사업 구미보 수문 앞 좌측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균열이 발생한 것이 발견됐다.

    ‘채동욱 검찰’의 위기론이 나오는 것은 비단 국가정보원(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한 정권, 여권, 보수단체 등 보수 진영과의 불협화음 때문만은 아니다. 검찰 내부에선 오히려 “채동욱 총장이 임명된 후 검사 수십 명과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해 각 지방검찰청의 수사 인력까지 끌어들여 벌여온 대형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경우, 검찰에 거는 국민의 기대와 신뢰가 한순간에 땅에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채 총장 체제가 들어선 후 검찰이 화력을 집중한 수사 중 하나는 단연 4대강 담합 비리 의혹 사건(4대강 수사)이다. 4대강 수사는 시민단체의 고발로 이명박 정권 당시부터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와 형사8부에서 ‘잠자던’ 사건은 채 총장 취임 직후인 4월 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이후 그 기능을 대신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로 옮겨 왔다. 당초 시민단체가 고발한 것은 4대강 1차 설계시공 일괄 수행(턴키) 입찰 과정에서 사업구간을 미리 나누는 방식으로 담합한 혐의였다.

    “4대강은 변죽만 울리는 모양새”

    하지만 검찰이 수사하는 4대강 사업 관련 의혹은 공사 수주 담합에 머무르지 않고 하도급비리, 비자금 조성, 업체 임직원들의 배임 혐의 등으로 확대됐다. 당연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검찰이 4대강 사업에 참여한 대형 건설업체들이 설계회사 또는 하도급 업체와 짜고 설계비나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이를 4대강 살리기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한 이명박 정부 실세에게 제공한 혐의를 포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올 법도 하다. 검찰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배당한 지 얼마 되지 않은 5월 15일 검사와 수사관 등 150여 명을 투입해 GS건설,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분, SK건설, 포스코건설 등 4대강 사업에 참여한 대형 건설사 16곳과 유신코퍼레이션 등 설계업체를 포함해 모두 3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이후에도 계속됐고 건설사 관계자들이 줄줄이 소환됐다.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4대강 사업으로 오히려 적자를 봤는데 무슨 비자금이냐. 담합은 턴키 공사에선 관행이다. 그것도 정부가 시켜서 한 사업인데 웬 날벼락인지 모르겠다”고 호소했지만 검찰의 수사 강도는 날이 갈수록 더해졌다.

    그 과정에서 건설업계 관계자들이 간헐적으로 한 명씩 구속됐지만 4대강 사업과 관련된 권력형 비리와는 직접 상관없는 혐의였다. 4대강 사업구간 가운데 총인시설 등 일부 공사현장의 소장이나 건설업체 임원이 하도급 업체나 설계회사로부터 개인적으로 뇌물을 받았다가 구속된 사안이었다. 8월 말까지 언론에 알려진 사안 가운데 지난 정권의 실세나 4대강 사업 추진 관계자에게 비자금 또는 뇌물을 제공한 경우는 없었다.

    의욕도 좋지만 역풍 맞을라

    8월 8일 4대강 사업 당시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설계·감리업체 유신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유신은 5월 15일에도 한차례 압수수색을 받았다.

    감사원이 보 안전성과 수질오염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2차 감사(1월 17일)에 이어 7월 10일 “4대강 사업이 알고 보니 대운하였다”는 취지의 3차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검찰의 수사 행보는 더욱 바빠졌다.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례적으로 실명 브리핑을 하면서 “감사원 감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큰일이다.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검찰 체면을 살릴 수 있는 혐의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검찰에 가서 담합은 일부 시인했다”고 인정하는 수준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정치적, 정책적으로 판단이 이뤄져야 할 사안이다. 형사적으로 처벌하기에는 곤란한 점이 많다. 빠른 시간 내에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해야 하는데, 국민이 원하는 수준에 못 미쳐 고민”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너무 방대하게 벌였다. 몇 개 포인트를 찍어서 깊게 파야 하는데 이것저것 건드리다 보니 이도저도 안 되고 변죽만 울리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더욱이 검찰은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 측에서 내놓은 ‘한반도 대운하’의 가상설계도와 나루터 위치도 등에 들어간 수백억 원의 설계비 또는 제작비를 대형 건설업체들이 하도급 업체 공사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설계회사에 제공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사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전두환 추징금 수사 내실 빈약?

    의욕도 좋지만 역풍 맞을라

    7월 10일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 등 감사 결과를 발표하는 최재해 감사원 제1사무차장.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 수사도 외형에 비해 내실이 빈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수사진을 8명에서 20명으로 늘려 연일 전 전 대통령의 친인척과 돈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난 지인들에 대한 전 방위 압수수색을 벌였고, 처남 이창석 씨를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하는 등 성과를 냈다. 그러나 지금껏 가족과 친인척으로부터 압류한 재산이 실질적으로 전 전 대통령의 재산임을 증명하지는 못한 상태다.

    검찰은 그동안의 수사 성과를 바탕으로 전 전 대통령의 큰아들 재국 씨로부터 압류한 고미술품(시가 100억 원 상당), 탈세 혐의로 구속한 처남 이창석 씨로부터 압류한 경기 오산시 땅(공시지가 기준 600억 원 상당, 삼원코리아 소유 포함), 차남 재용 씨의 서울 이태원 빌라 2채(40억 원 상당), 부인 이순자 씨 명의의 개인연금 보험(30억 원 상당), 조카 이재홍 씨가 관리하다 판 서울 한남동 땅(52억 원 상당) 등 800억 원대 재산을 압류했다. 이 모두를 환수한다면 미납 추징금 1672억 원의 절반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전 전 대통령 측이 이들 재산과의 연관성을 강력하게 부인하며 반발한다는 점이다. 검찰은 친인척의 재산 축적 과정에서의 비리나 비위 사실에 대한 추가 수사를 통해 내심 전 전 대통령이 추징금을 스스로 납부할 것을 기대하지만, 전 전 대통령 아들이나 딸을 구속할 수 있는 결정적 비리나 비위를 밝혀내지 않는 이상 그런 일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대검찰청 고위 관계자는 “압류 재산이 실제 전 전 대통령의 재산이라는 점을 증명하기가 어려운 건 맞다. 우리가 환수팀을 수사팀으로 전환한 이유도 그런 점 때문이다. 환수 시한이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된 만큼 수사를 끈기 있게 긴 호흡으로 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이 8월 5일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4대악 중 주가조작 범죄 근절 방침과 관련해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한국증권거래소, 국세청 등과 함께 만든 증권범죄합동수사단도 당초 초대형 주가조작 사건을 터뜨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주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검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성과도 별로 나오지 않는 대형 사건에 힘을 쏟다 보니 정작 중요한 다른 사건 수사에 착수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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