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8

2013.07.29

‘두리안 커피’ 한 잔 들고 카다야완 사다보 축제속으로

필리핀 다바오, 휴식과 재충전 장소로 각광

  • 허용선 여행 칼럼니스트 yshur77@hanmail.net

    입력2013-07-29 14: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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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리안 커피’ 한 잔 들고 카다야완 사다보 축제속으로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사말 섬 수상가옥.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 남동부에 위치한 다바오는 역사가 깊은 항구도시다. 과거에는 반군의 군사활동으로 치안이 불안했지만 다바오 시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지금은 안전한 곳이 됐다. 태풍, 지진, 화산이 없는 다바오는 온화한 기후와 영어 사용권이라는 것이 강점이다. 그 덕에 어학연수나 관광차 이곳을 찾는 한국인의 발길이 늘고 있다.

    인천에서 출발해 필리핀 마닐라국제공항에 몇 시간 머문 후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다바오에 도착했다. 밤에 다바오의 명물 요리인 참치를 먹으러 갔다. 마리나 튜나 레스토랑에선 참치 한 마리로 요리를 10가지 이상 만든다.

    이튿날 새벽 다바오 주민의 생생한 생활상이 알고 싶어 방케로한 재래시장을 찾았다. 다바오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활기차면서도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채소, 생선, 생활용품 등 판매구역을 잘 나눠놓았다. 새벽일수록 식재료가 신선해 일찍부터 발품을 파는 부지런한 주부가 많았다. 닭고기와 해산물이 저렴하고 채소와 돼지고기는 비싼 편이라고 한다. 과일가게에는 망고, 망고스틴, 두리안은 물론 자몽보다 다디단 포멜로 같은 열대과일이 가득했다.

    ‘에덴 자연 공원 앤드 리조트’는 해발 3000피트 높이에 지은 다바오의 자연휴양림이자 리조트다. 높은 곳에 위치해 다바오 시와 다바오 해안이 한눈에 들어온다. 소나무 10만 그루 이상을 심어놓은 대지 80ha가 원래는 황무지였다는 사실이 놀랍다. 오너 일가가 오직 인력만으로 정성들여 꾸민 뒤 일반에 개방한 곳이다.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숲 속에서 싱그러운 피톤치드를 들이마시다 보면 마음까지 힐링되는 느낌이다. 이곳엔 가족 단위로 묵을 수 있는 숙박시설이 자리하며, 원주민들이 실제로 살았던 집도 볼 수 있다.

    ‘필리핀이글센터’는 세상에서 두 번째로 큰 필리핀독수리가 서식하는 곳이다. 원숭이를 잡아먹는 것으로 유명한 필리핀독수리는 이 나라의 국조이지만, 무분별한 밀림 개발로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종이다. 이 때문에 필리핀 정부는 재단을 설립해 독수리를 보존, 연구하는 데 앞장선다. 재단 후원자들의 이름을 새겨놓은 바닥 돌에서 독수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두리안 커피’ 한 잔 들고 카다야완 사다보 축제속으로

    다바오의 맛깔스러운 음식을 요리하는 요리사(왼쪽). 방케로한 재래시장의 아침 풍경.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백사장 일품

    ‘두리안 커피’ 한 잔 들고 카다야완 사다보 축제속으로

    말라파노 섬의 잘 꾸민 정원.

    냄새는 지독하지만 맛이 좋아 ‘열매의 왕’이라 부르는 두리안이 가장 많이 나는 필리핀 지역이 바로 다바오다. 두리안은 익으면 나무에서 저절로 떨어지는데, 그 울림이 묵직하다. 사람 머리에 맞으면 다칠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두리안은 밤에만 떨어진다고 한다. 다바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두리안 커피를 판매한다. 시내 커피숍 등에서 판매하는데, 두리안의 독특한 향과 모카 향이 어우러져 좋은 향기가 난다. 오래 마시면 담배처럼 중독성이 생긴다고 한다.

    해마다 8월 셋째 주에 열리는 ‘카다야완 사 다보’ 축제 때가 되면 다바오 시내는 축제 분위기로 후끈 달아오른다. 이 축제는 한 해의 수확을 감사하며, 자연이 준 은총과 마음의 평온을 기리는 행사다. 민다나오 섬에서 열리는 축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며, 축제 기간 중 여러 부족의 전통 춤과 음악, 뮤직 페스티벌, 민다나오 패션쇼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형형색색 꽃과 과일로 장식한 차량이 벌이는 대규모 퍼레이드는 축제의 백미로, 많은 사람이 구경하러 나온다.

    ‘펄 팜 비치 리조트’는 다바오 섬을 일본이 통치할 때 미키모토가 진주 양식장으로 사용하던 곳이다. 미키모토는 일본의 유명 진주 브랜드로, 1970년대 이후 다바오의 진주 양식장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후 이곳은 이름난 리조트가 됐으며, 앞바다는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돼 녹청색 바다로 보존되고 있다. 필리핀 남쪽의 사말 섬에 자리한 덕분이다. 펄 팜 비치 리조트는 다바오에서 가장 럭셔리하면서도 전통 문화가 잘 어우러진 최고급 리조트다.

    펄 팜 비치 리조트에선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백사장과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빛 해변, 바닷속에서 무리지어 헤엄치는 형형색색의 열대어들, 대나무와 야자수로 만든 수상가옥 형태의 방갈로, 저 멀리 보이는 아포 산(해발 2954m)과 다바오 만의 검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남국 풍경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사말 섬에 자리한 펄 팜 비치 리조트를 바다에서 바라보면 가장 먼저 사말 하우스가 눈에 들어온다. 필리핀 전통 가옥 양식에 따라 지은 20여 채의 목조 수상가옥으로, 일명 코티지라고도 부른다. 바다 위에 야자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그 기둥 위에 대나무로 마루판을 깐 뒤 지붕과 벽을 만들었다. 난간 밑 얕은 바닷속에서 형형색색의 열대어가 헤엄치며 노는 모습이 신기하다. 발코니로 나오면 말 그대로 상상으로만 그리던 이국적인 해변이 장관처럼 펼쳐져 가슴이 벅차다.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소리가 마치 무지갯빛 열대어들의 노랫소리처럼 들린다.

    스릴 만점 해양 스포츠 체험

    펄 팜 비치 리조트에서 배를 타고 10분 정도 걸리는 말라파노 섬은 오너가 헬기를 타고 쉬러오는 곳이라고도 한다. 이따금씩 공작이 오갈 뿐, 인적이 없어 시간이 멈춘 듯하다. 현대적인 호화로운 시설과 전통 문화가 조화를 이룬 말라파노 빌라동은 외관만으로도 펄 팜 비치 리조트의 진수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말라파노 섬에서 해변을 바라보며 맛보는 점심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원두막 아래에 필리핀 요리들과 후식이 한 상 가득 차려진다. 요리사들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쇠고기, 닭고기, 오징어 등을 그릴에 구워 즉석꼬치구이를 만들어 내온다. 어떻게 알고 오는지 공작 한 쌍이 다가와 먹이를 달라는 듯 기웃거리는 것도 흥미로웠다.

    펄 팜 비치 리조트에선 스릴 만점의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리조트 내 아쿠아 스포츠센터에서 스노클링, 제트스키, 카약, 바나나보트 등을 빌리면 된다. 스노클링은 리조트에서 배로 30분 정도 가면 만나는 산호정원에서 이뤄진다. 바닷속에는 신기한 모양의 산호초와 기묘한 형태의 해파리, 짝을 지어 유영하는 다양한 물고기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이곳에선 장비 사용에 대한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바닷속에서 기기묘묘한 산호초와 부드럽게 헤엄치는 열대어들을 보노라면 신비한 느낌이 든다.

    배를 타고 다시 펄 팜 비치 리조트 앞바다로 가면 바닷속에서 대형 조개를 구경할 수 있다. 물속 시야가 매우 흐려 잘 안 보이지만, 이리저리 다니다 보면 대형 조개를 볼 수 있는 곳이 나타난다. 조개는 1m가 넘는 크기도 있는데, 이런 조개에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다리로 건드리거나 손으로 만지다 조개에 물리면 손가락 등이 절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이버들이 불가사리와 조개를 가져와 보여주기도 한다.

    여행메모

    ‘두리안 커피’ 한 잔 들고 카다야완 사다보 축제속으로
    필리핀항공을 이용할 경우 인천에서 마닐라까지 약 4시간 걸리고, 마닐라에서 다바오까지는 1시간 50분 걸린다. 필리핀항공은 인천국제공항과 마닐라국제공항 구간을 매일 2회 운항한다. 다바오의 워터프론트 인슐라 호텔 나루터에서 펄 팜 비치 리조트까지는 방카를 타야 하며 45분 정도 걸린다. 준비물로 모기약, 양산이나 우산, 선글라스, 선블록 크림, 설사나 두통 등에 대비한 구급약을 꼭 챙기는 것이 좋다. 여행 자료는 필리핀관광청 한국사무소(www.7107.co.kr 또는 02-598-2290)에서 구할 수 있다. 기타 자료는 필리핀항공(www.philippineair.co.kr)이나 펄 팜 비치 리조트(www.pearlfarmresort.com 또는 (082)235-1234~3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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