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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뽑은 용병 한 명, 가을야구 좌우

프로야구 중상위권 싸움의 핵심 변수…피 마르는 감독들도 노심초사

  • 김도헌 스포츠동아 스포츠1부 기자 dohoney@donga.com

잘 뽑은 용병 한 명, 가을야구 좌우

잘 뽑은 용병 한 명, 가을야구 좌우

올 시즌 최고 용병으로 꼽히는 두산 더스틴 니퍼트(왼쪽)와 용병 도입 첫해인 1998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OB 타이론 우즈.

한국 프로야구에 외국인 선수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8년이다. 파란 눈의 이방인들은 첫해부터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한국 프로야구를 접수했다. 스콧 쿨바가 4번 타자로 타점 3위, 타율 4위, 홈런 5위에 오르고 조 스트롱이 마무리를 맡은 현대는 그해 우승을 차지했다. 스콧 베이커와 호세 페레르가 각각 선발, 마무리로 15승과 19세이브를 거둔 삼성은 정규리그 2위에 올랐다. 이뿐 아니다. ‘흑곰’이라고 불린 OB의 타이론 우즈는 42홈런을 터뜨리며 그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 우뚝 섰다.

올해로 용병제를 도입한 지 15년째. 그동안 한국 땅을 밟은 용병은 총 246명에 이른다. 이 중 가장 큰 족적을 남긴 선수로는 투수 다니엘 리오스와 타자 우즈를 꼽을 수 있다. 2002년 KIA에서 한국 프로야구 생활을 시작한 리오스는 2005시즌 도중 두산으로 트레이드돼 2007년까지 215경기에서 1242이닝을 던져 90승59패, 방어율 3.01을 기록했다. 특히 마지막 해에는 22승을 거두며 시즌 MVP에 오르기도 했다. 2002시즌까지 한국에서 뛴 우즈는 4년간 통산 타율 0.294에 174홈런 510타점을 기록했고, 이 같은 활약을 발판으로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다. 한국에 올 당시 별 볼일 없던 선수였던 그는 ‘코리안 드림’을 이룬 뒤 일본에서 메이저리그 스타가 부럽지 않은 거액을 벌어들였다.

잘하면 백조, 못하면 미운 오리새끼

용병 도입 원년부터 한국 프로야구를 쥐락펴락했던 용병들. 그들은 대부분 한국 프로야구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선수는 금지약물을 국내 선수들에게 소개하는 등 그라운드 안팎에서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올해 9개 구단은 용병 19명(구단별 2명씩, 단 9구단 NC는 3명)을 모두 투수로 뽑았다. 용병제 도입 이후 전 구단이 투수를 선택한 것은 2012년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 지난해 11승 이상 올린 투수 11명 가운데 용병이 8명이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올스타브레이크 전까지 9개 구단 투수 가운데 7승 이상을 거둔 선수는 모두 12명이고, 그중 6명이 용병이다. 도입 원년부터 보여준 ‘용병 강세’ 현상이 2013년에도 계속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올 최고 용병은 누구일까. 단연 두산의 더스틴 니퍼트다. 니퍼트는 전반기 16경기에 등판해 10승4패, 방어율 3.40을 기록했다. 토종 투수를 포함해 유일하게 10승 고지에 올랐다. 니퍼트의 가장 큰 장점은 꾸준함이다. 올해로 한국 무대 3년째를 맞는 그는 2011년 15승, 2012년 11승을 거둔 ‘검증된 선발’이다. 등 근육통으로 후반기 시작과 함께 1군 엔트리에서는 빠졌지만, 큰 무리가 없다면 올해는 15승을 넘어 자신의 한국 무대 최고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다. 니퍼트를 비롯해 SK 크리스 세든, LG 레다메스 리즈, KIA 헨리 소사, 롯데 크리스 옥스스프링, 셰인 유먼 등 각 구단에는 빼어난 성적을 거둔 선수가 많다. 이들은 각자 팀의 주축 투수로 에이스 구실을 한다.

그러나 모든 용병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올 시즌 10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1패, 방어율 6.52에 머문 두산 용병 개릿 올슨은 최근 퇴출 칼바람을 맞았다. 중도 퇴출은 올 시즌 개막을 맞은 19명 용병 가운데 올슨이 첫 번째. 한화 다나 이브랜드 역시 19경기(2경기 불펜 포함)에 나서서 2승8패, 방어율 6.01로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브랜드는 올슨을 제외한 18명 용병 가운데 방어율이 가장 좋지 않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이 있다. 2011년 전반기 마감 후 8개 구단의 16명 용병 가운데 무려 7명이 중도 교체된 것. 그러나 올해는 전반기 마감 시즌 기준으로 올슨 단 한 명뿐이다. 왜일까. 한국 프로야구 수준이 높아져 어지간한 용병 투수를 데려와 봐야 성적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데려올 투수는 별로 없고, 그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각 구단은 그간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LG가 교체설이 나돌던 벤저민 주키치를 시즌 끝까지 안고 가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상 외국인 선수의 첫해 연봉은 30만 달러를 넘을 수 없다. 새로운 용병 발표가 나면 천편일률적으로 보수 총액이 30만 달러인 이유도 그래서다. 2년 차 이후 연봉 인상률도 25%로 묶여 있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확인만 되지 않을 뿐이다. 올해만 해도 A구단 B선수는 100만 달러를 훌쩍 넘겼고, C구단 D선수는 거액에 1년이 아닌 장기계약을 맺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한화 이브랜드의 한국행 소식이 알려졌을 때 미국 현지 언론은 최대 9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마이너리그 선수는 물론이고, 도미니칸리그에서 뛰는 선수 사이에서도 이미 한국은 ‘연봉 많이 주는 곳’으로 알려졌다. 과다 경쟁을 통해 국내 각 구단이 몸값을 너무 부풀려놓은 탓이 크다. 국내에서 뛰는 용병은 대부분 보장계약을 하고 온다. 실력이 모자라 중도 퇴출되더라도 잔여연봉을 모두 받는 조건이다. 하물며 중간에 온 선수가 ‘1년치 연봉’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용병 부진하면 팀도 부진

잘 뽑은 용병 한 명, 가을야구 좌우

시즌 중 교체설이 있던 LG 벤저민 주키치(위)와 계속되는 부진으로 방출이 결정된 KIA 앤서니 르루.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일군 삼성은 올 전반기를 43승2무28패, 승률 0.606, 1위로 마쳤다. 그러나 지난 2년간과 달리 다른 구단을 압도하는 모습은 아니다. 2위 LG와는 0.5경기 차에 불과하다. 수치상 성적만이 아니다. 다른 팀 선수나 코칭스태프가 이구동성으로 “올해는 삼성과 해볼 만하다”고 말할 정도다.

삼성이 예년과 달리 ‘불안한 1위’에 머무는 이유는 용병 투수의 부진 탓이 크다. 지난해 삼성은 투수 미치 탤벗과 브라이언 고든이 25승을 합작했다. 그러나 올해 아네우리 로드리게스와 릭 밴덴헐크는 전반기에 나란히 3승5패를 기록하며 6승을 챙기는 데 그쳤다. 운이 없어 승을 못 챙긴 게 아니다. 두 명 모두 방어율이 4점대에 이른다.

개막 전 삼성의 아성을 위협할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KIA도 용병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선동열 감독은 9개 구단 중 유일하게 용병 앤서니 르루에게 마무리를 맡겼지만, 그는 20세이브를 거둔 뒤 연이어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보직을 박탈당했다. 르루가 제구실을 했다고 가정한다면 KIA가 5위로 전반기를 마치진 않았을 것이다.

결국 KIA와 삼성은 용병 웨이버 공시 마지막 날인 7월 24일 앤서니와 로드리게스의 방출을 결정했다. 당장 마땅히 데려올 선수가 없음에도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용병 교체를 전격 결정한 삼성과 KIA뿐 아니라 LG가 가을잔치에서 큰 꿈을 이루려면 주키치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 두산 올슨의 대체 용병인 데릭 핸킨스는 곰 군단의 시즌 성패를 좌우할 키맨으로 꼽힌다.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한 중상위권 싸움. 각 구단 용병들 어깨에 팀 운명이 걸렸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주간동아 2013.07.29 898호 (p52~53)

김도헌 스포츠동아 스포츠1부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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