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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통신

이집트 안정 ‘경제’에 달렸다

무르시, 경제 관리 외면 국민 불만 초래 결국 추출

  • 카이로=김영식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spear@donga.com

이집트 안정 ‘경제’에 달렸다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6월 30일 시작된 세속·자유주의 세력의 대규모 시위는 7월 3일 이집트 군부가 개입하면서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로 이어졌다. 무르시 전 대통령의 집권 기반인 무슬림형제단(MB)의 권력 독점과 월권, 사법부와의 갈등, 경제를 외면하고 이슬람 세력 심기에 집중했던 통치에 민심이 등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이집트군이 7월 8일 오전 4시경 카이로 공화국수비대 건물 앞에서 새벽기도 중이던 무르시 지지자들에게 발포해 51명이 사망하고 355명이 다친 뒤 상황은 한 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져들었다. 무르시 지지자들은 결사저항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아들리 만수르 임시정부 대통령은 8일 헌법 개정과 6개월 내 총선 실시 등 정치 일정을 발표하고 발포 사건과 관련한 진상조사를 약속했다. 9일에는 하젬 엘베블라위(77) 전 재무부 장관을 총리로,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외교 업무를 담당하는 부통령으로 지명하는 등 정국을 안정화하는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이집트 전국은 적, 백, 흑색의 국기로 물결친다. 무르시 지지파와 반대파는 연일 집회와 시위를 벌이면서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얼핏 보면 두 세력을 구분하기 힘들다. 모두 이집트 국기를 흔들기 때문. 무슬림형제단과 무르시 지지파가 무르시의 사진을 들고 있고, 반대파는 무르시 축출을 선언한 압둘 파타 알시시(59) 국방부 장관의 사진을 들고 있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둘로 갈라진 이집트 연일 혼란

무르시 전 대통령이 축출되고 처음으로 맞이한 휴일인 7월 5일 지지파와 반대파는 직접 충돌했다. 무르시 지지파 시위자들이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으로 진출하려고 ‘10월 6일 다리’로 향하자 반대파가 이들을 저지하면서 투석전을 비롯해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다. 다리 위에 있던 자동차는 불에 탔고, 이집트 혁명을 축하하던 폭죽은 상대방을 직접 겨냥하는 흉기로 변했다.



정당성을 앞세운 무르시 지지파와 대의를 내건 반대파의 인식 차이는 쉽게 좁혀지기 어려워 보인다. 무르시 지지파는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을 군부가 쿠데타로 쫓아냈다며 무한 대결을 선언했다. 무르시 지지자들의 집회 장소인 나스르시티의 라바 알아다위야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만난 레다 하마(42) 씨는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을 쫓아낸 것은 민주주의에 어긋난다. 정당성은 우리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 세력 강화 도화선

무르시 반대파가 차지한 타흐리르 광장에서 만난 살레마 도하이(65) 씨는 무르시와 무슬림형제단을 집중 비난했다. 봉제업을 한다는 그는 “무르시와 무슬림형제단이 한 일이 도대체 뭐냐”며 “이제 무르시가 물러났으니 이집트를 더 좋은 나라로 만들고 싶다. 미국도 간섭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집트의 이슬람 세력이 군부와 임시정부를 상대로 지하드(성전)에 나설 개연성도 있다. 무슬림형제단과 연계한 반군이 시나이 반도에 몰려들고 있는데, 이들이 2011년 이후 시나이 반도 일대를 점령한 알카에다 연계 지하디스트와 합류할 공산도 크다. 7월 7일 새벽엔 요르단과 연결된 시나이 반도의 천연가스관이 이슬람 과격 무장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는 등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일단 무르시의 퇴진을 인정하지만 군부 개입 없는 조속한 민정 이양을 촉구한다. 미국에서는 이집트 원조 중단 논란이 뜨겁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당장 원조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실세인 이집트 군부를 적으로 돌려선 안 된다”며 원조 중단에 반대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어정쩡한 태도를 취한다. 미국의 전략적 이익은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평화조약 유지, 수에즈 운하의 안정 확보, 대테러 전선 유지에 있기 때문에 사태 진전을 관망하면서 태도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집트가 내전 상황에 접어들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아랍권 국가는 대부분 무르시 축출을 지지했다. 6월 이집트와 외교관계를 단절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온건 이슬람 정당이 집권한 튀니지의 문시프 마르주끼 대통령은 “무르시 축출과 군부 개입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아랍의 봄’ 혁명의 역풍현상이 튀니지로 되돌아올까 우려한 것이다.

“하루는 기름 넣으려고 줄을 서고, 하루는 운전하고….”

카이로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셰리프 이브라임(33) 씨는 무르시 전 대통령의 집권 기간에 경제 상황이 최악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문 닫은 주유소도 많았다. 문을 연 주유소에 가더라도 오후 1시에 도착하면 오후 7시에 주유할 정도였다”며 “하지만 무르시가 물러난 뒤에는 휘발유가 안정적으로 공급돼 매일 운전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카이로에서 만난 시민 대부분은 반응이 비슷했다. 물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 모든 게 나아졌다는 내용이 대화의 주요 소재였다. 무르시와 무슬림형제단이 축출된 주요 이유는 이처럼 경제 관리를 외면하고 이슬람 세력 강화에 집중함에 따라 시민의 불만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주변국 지원 움직임

무르시 전 대통령이 축출된 뒤 이집트인의 분노를 자아내는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무르시 전 대통령이 축출된 7월 3일부터 무르시와 가까운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에서 휘발유와 디젤유 공급 부족 현상이 시작됐다는 것. 카이로 시내 미스르 주유소의 매니저는 “무르시가 물러난 직후 이집트에서 휘발유와 디젤유를 사려고 기다리던 줄이 사라지고 가자지구의 줄이 길어졌다”며 “이집트 기름을 빼돌린 무르시의 음모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르시 지지자들은 이런 현상을 부패 관리들의 농간이라고 주장했다. 라바 알아다위야 무스크에서 만난 이솜 엘마크리브(37) 씨는 “무르시가 물러나자마자 휘발유와 전기 문제가 하루 만에 해결됐다는데 이게 가능한 일이냐”며 “부패 관리들과 무르시를 반대하는 인사들이 공급을 제한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무르시를 반대하는 기업인들이 사재기를 풀었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집트인의 갈라진 인식은 경제문제를 두고도 정치적 처지에 따라 첨예하게 맞선다.

이집트 경제를 지탱하는 주춧돌은 △150억~200억 달러에 이르는 해외 근로자의 송금 △100억 달러에 이르는 관광 수입 △50억 달러의 수에즈 운하 통관료 등이다. 하지만 아랍의 봄 이후 지속된 치안 불안이 발목을 잡아 외환보유고가 200억 달러로 줄고 관광객도 감소했다. 외환보유고가 줄면서 생필품 수입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전해진 주변국의 이집트 지원 움직임은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다. 무르시 집권 기간에 100억 달러를 지원했던 카타르는 무르시 축출을 비난했지만, 주변의 다른 왕정국가는 무르시 축출을 반기며 속속 지원의사를 밝히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의 정계 진출 등 이슬람 정치화가 왕정 유지를 위태롭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던 국가들이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군부 개입으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쇠퇴하는 모습을 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국은 이집트의 안정이 자국의 왕정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7월 9일 이집트에 30억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10억 달러는 무상으로, 20억 달러는 무이자 차관 형태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또 사우디아라비아는 50억 달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빵, 기름, 전기 등 눈앞에 보이는 중요한 물자 공급이 이뤄져 경제가 안정을 찾기 시작하면 이집트 치안도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군부가 신속하게 권력을 민간에게 넘기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라마단 기간에 순교하면 보상도 더 커진다”며 공격을 부추기는 이슬람 세력을 어떻게 관리하고 대응하는지가 향후 이집트 안정을 가늠할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군부가 개입한 이집트 사태가 안정을 찾아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으로 시작된 정치 변동 과정을 완성하는 대미를 장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변 중동 국가들도 이런 이집트의 변화가 자국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터뷰 | 김영소 주이집트 한국대사

“이집트 야권, 권력투쟁 피하고 뭉쳐야 새 정부 수립”


이집트 안정 ‘경제’에 달렸다
김영소 주이집트 한국대사(사진)는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 축출 이후 정국을 안정화하려면 혁명을 일으킨 야권 세력이 권력투쟁을 피하고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이후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뒤 중동 민주화의 결실이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으로 넘어간 것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김 대사와의 일문일답 내용.

향후 이집트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선거로 집권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절차상의 문제가 제기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다시 담을 수 없다. 무르시 측이 재집권하기에는 세(勢)가 약하다. 지금부터가 관건이다. 시민혁명세력, 야권, 군부 3자가 권력투쟁을 벌인다는 인식을 주면 이번 일 자체가 군부 쿠데타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 무르시 지지파가 절차적인 정당성 문제를 제기하지만 기존 시스템에선 탄핵, 국민소환 등 정권 견제 절차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낙관적으로 봐서 이번 움직임이 순항한다면 2011년 시작된 아랍의 봄 혁명을 2013년 6월 말을 기점으로 마무리하고 새로운 민주정부를 수립할 수 있다.”

관건은 경제문제 해결 아닐까.

“무르시 집권 기간에 경제가 망가졌다고 얘기하지만 경제는 어차피 하강 국면이다. 급격히 좋아질 수 없는 것이다. 내재된 불만을 정치인들이 수용하고 대응해야 한다.”

무슬림형제단 세력이 지하로 숨어 알제리처럼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는데.

“과거와는 다른 상황이다. 무슬림형제단은 선거를 거쳐 1년간 권력 맛을 봤기 때문에 지하로 숨기보다 목소리를 높일 여건이 조성된 상태다. 주변국 동조세력과 야합해 사회 혼란을 불러올 개연성이 있지만, 이집트 군부의 세력이 강하기 때문에 혼란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산발적으로 극렬한 테러가 벌어질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주변국과의 관계는 어떤가.

“각국이 자국 상황에 따라 저울질하고 있다. 이란과 터키는 이번 사태를 두고 쿠데타라고 한다. 하지만 왕정국가들은 이번 사태에 호의적이다. 이슬람의 정치화가 왕정 유지를 위태롭게 하는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아랍의 봄 혁명 이후 세력을 잡은 튀니지, 리비아 등 이슬람 정권들은 우려하고 있다.”

군부에 대한 이집트 국민의 인식은 어떤가.

“지금 이집트 국민은 ‘선의의 군부’를 기대한다. 관건은 경제다. 경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일을 어떻게 잘 수습하느냐가 중요하다.”

경제 전망은 어떤가.

“2011년 혁명 당시 350억~360억 달러였던 외환보유고가 지금은 150억~160억 달러로 줄었다. 그래서 기름을 사고 전력을 충당할 돈이 모자랐던 것이다. 아랍 주변국의 지원이 이어지면 상황은 개선될 수 있다.”




주간동아 2013.07.15 896호 (p42~44)

카이로=김영식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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