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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최소 2억여 원 보상

아시아나 사고, 미국 손배 인정 범위 넓어 액수 높아

  • 김종복 한국항공대학교 초빙교수·전 항공우주법연구소장 jbk@kau.ac.kr

사망자 최소 2억여 원 보상

사망자 최소 2억여 원 보상

7월 6일 오전 미국 샌프란시스코국제공항 활주로에 충돌한 아시아나항공 OZ 214편 보잉 777 여객기와 사고 당시 승객들이 탈출하는 장면.

7월 6일(현지시간) 오전 승객과 승무원 307명을 태운 아시아나항공 여객기(OZ 214편)가 미국 샌프란시스코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중 여객기 뒷부분이 활주로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중국 여학생 2명이 숨지고 승객 181명이 다쳤다. 보통 항공기 사고는 사고 특성상 대량의 인명피해를 동반하는데 2명의 인명사고에 그친 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알려진 바로는 승무원들이 위기 속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했고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희생정신이 인명피해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997년 대한항공의 괌 사고 등 일련의 항공기 사고로 2001년 항공안전 2등급 국가라는 수모를 당한 후 절치부심해 2009년 항공안전에 관한 국제기준 이행률 98.89%라는 세계 최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안타깝게도 이 기록이 깨지게 됐다. 또한 괌 사고 이후 16년 동안 여객기 무사고 기록도 깨져버렸다.

몬트리올협약 손해난 만큼 무한책임

이런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제부터는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사고 피해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 현재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와 우리나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파견한 조사위원들이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기 사고는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원인을 최종적으로 규명하기까지는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린다. 따라서 항공사는 사망자나 부상자에 대한 배상책임부터 지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이 사고는 국제선 운항 중 일어난 사고이기 때문에 국제항공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몬트리올협약이 적용된다. 1999년 제정한 이 협약은 2003년 발효됐으며 미국과 우리나라, 이번 사고 사망자의 국적국인 중국도 체결국이다. 이 협약 이전에는 소위 바르샤바 체제로 항공운송인(항공사)의 책임이 일정 한도로 제한되는 유한책임이었으나, 몬트리올협약에서는 손해가 난 만큼(실손해)은 제한 없이 배상하는 무한책임을 채택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항공사의 책임에 대해 2단계 책임 제도를 채택했다. 이는 항공사가 책임지는 금액을 11만3100SDR를 기준으로 그 이하는 항공사의 무과실항변권이 인정되지 않는 절대책임을 지며, 그 이상은 과실추정책임으로 항공사가 스스로 잘못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무한책임을 지게 된다. 즉 항공사는 무조건 11만3100SDR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SDR란 국제통화기금(IMF)의 통화단위로 특별 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을 의미하며, 현재 1SDR는 미화 약 1.7달러(약 2000원)다.

물론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다면 배상액이 그만큼 감면되나 이 사고의 경우 피해자들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사고로 사망한 중국 여학생 2명은 각각 적어도 11만3100SDR(약 1억9000만 원)를 무조건 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배상책임 체계는 항공사의 과실이 드러난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여기서 한 가지 고려할 사항은 항공사와 유족 사이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이하게도 소송을 어디에서 제기하느냐에 따라 배상액은 달라질 수 있다. 몬트리올협약에서는 제5 재판관할권을 채택하고 있으므로 사망자의 국적국인 중국에서도 소송이 가능하다. 만일 사망한 두 학생이 항공권을 중국에서 구매했다면 중국이 계약체결지가 돼 중국에 재판관할권이 있다. 또한 도착지를 관할하는 법원도 재판관할권을 가지므로 이번 사고는 미국에서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미국은 손해배상 인정 범위가 넓어 다른 나라들보다 배상액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만일 유족이 소송을 제기한다면 미국에서 제기할 공산이 크다.

정신적 손해도 경우에 따라 보상

소송을 하고자 한다면 유족은 항공에 관한 소송의 경우 사고 발생일로부터 반드시 2년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제척기간(어떤 종류의 권리에 대해 법률상 중단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존속 기간)이기 때문에 중단 사유가 있어도 연장되지 않는다. 과거 항공기 사고에서 합의금액에 불만을 품고 다시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다수 있었지만, 제소기한 2년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하나같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부상자에 대해서는 치료비 일체와 치료 기간의 소득에 대한 보상금,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금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몬트리올협약에서는 신체적 상해에 국한해 보상한다고 명문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협약 조문 그대로라면 정신적 고통은 보상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최근 판례 경향에 따르면, 신체적 상해에 따른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도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탑승자들은 사고 당시 사망할 수 있다는 말할 수 없는 공포감을 느끼고 사고 후에는 환청, 환시, 불면증 같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린다. 그 외 위탁수하물에 대해서는 1131SDR(약 190만 원)까지 보상된다.

그다음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공항당국의 책임과 항공기 제작사의 책임이다. 현재 사고 조사를 막 시작한 단계이기 때문에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관제 실수가 있었다거나 항공기 제작상의 결함이 사고 원인으로 밝혀진다면 공항당국과 항공기 제작사(또는 부품 제작사)도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이 경우 유족은 동시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지만 사고 원인 규명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므로, 일단 일차 책임이 있는 항공사로부터 보상을 받는 길이 빠를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로서는 일단 보상을 해준 뒤 사고 원인이 공항당국이나 항공기 제작사에도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이들에 대해 구상권(남의 빚을 갚아준 사람이 그 당사자에게 갚아준 만큼의 재산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다.

몬트리올협약 제정의 기본 정신이 승객 보호이므로, 항공사는 객관적으로 피해액이 입증되기만 하면 또 다른 고통의 연장일 수 있는 소송으로 가지 말고 가능한 한 조속히 합의해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할 것이다.



주간동아 2013.07.15 896호 (p12~13)

김종복 한국항공대학교 초빙교수·전 항공우주법연구소장 jbk@k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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