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5

2013.07.08

“판잣집 소년…17세 가장…꿈과 도전이 나를 만들었다 ”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의 유쾌한 세 가지 반란

  • 정리=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입력2013-07-08 10: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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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잣집 소년…17세 가장…꿈과 도전이 나를 만들었다 ”

    ● 1975 덕수상고 졸, 한국신탁은행 행원<br>● 1982 국제대 법학과 졸, 행정고시, 입법고시 합격<br>● 1983 경제기획원 사무관<br>● 1993 미국 미시간대학 정책학 박사<br>● 2002 세계은행 프로젝트 매니저<br>● 2008 대통령 경제금융비서관<br>● 2010 기획재정부 예산실장<br>● 2012 기획재정부 2차관

    장관급 공직자가 대학생 6000명 앞에서 ‘반란을 일으키라’는 화두를 던졌다. ‘반란’을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며 젊은이에게 꿈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했다. 6월 27일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열정樂서’ 강연을 맡은 김동연(56) 국무조정실 실장(장관급)이 그 주인공이다. 삼성그룹이 주최하는 ‘열정樂서’는 저명인사들이 멘토로 나와 젊은이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토크콘서트다. 지금까지 강연회 50회에 멘토 118명이 나왔는데 공직자로는 김 실장이 처음 초청됐다. 당초 출연을 망설였던 김 실장은 강사료를 받지 않는 자원봉사 형태로 강연을 했다. ‘고졸 신화’의 산증인으로 평범하지 않은 길을 걸어온 김 실장은 자기만의 생생한 경험을 토대로 젊은이들에게 인생을 바꾸는 세 가지 반란을 강조했다. 그가 항해한 ‘유쾌한 반란’을 들여다본다.

    오늘 제 강의 제목이 ‘유쾌한 반란’입니다. 의아하지요? 반란은 현실에 대한 불만이고 뭔가를 뒤집어엎는다는 뜻입니다. 현실을 타파하려는 꿈과 도전, 그것을 이루려는 자기의 노력, 이게 바로 반란입니다. 그렇다면 왜 유쾌할까요?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반란 : 외부환경에 대한 반란

    누구든지 부딪쳐야 하는 반란이 ‘외부환경에 대한 반란’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환경에 있습니까. 힘드시지요? 공부나 취직 때문에, 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도 계시지요? 여러분을 둘러싼 이런 환경에 대해 끊임없이 반란을 일으켜야 합니다.

    저는 11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서울 청계천 판잣집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다 그 판잣집이 철거된 뒤 경기 광주군으로 강제 이주해 벌판에 천막을 치고 살았습니다. 대학 진학은 꿈도 꾸지 못해 상업학교에 진학했지요. 졸업도 하기 전 은행에 취직했습니다. 만 17세에 소년가장이 된 것입니다. 이때 답답한 현실을 깨는 첫 반란을 일으키게 됩니다. 야간대학에 간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옆방 선배가 쓰레기통에 버린 책을 하나 봤는데, 바로 고시잡지였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고시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때부터 고시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다시 반란을 일으킨 것이지요. 낮에는 직장생활, 밤에는 대학에 다니면서 고시공부를 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하고 싶었지만 어머니와 할머니, 동생 셋을 부양해야 해서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때는 이 세상 어떤 사람을 내 자리에 데려다 놓아도 나보다 더 열심히 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야간대학을 졸업하던 해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합격했고, 공무원 발령을 받는 날 은행에 사표를 냈습니다.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주위에는 온통 내로라하는 엘리트들이 있었습니다. 열등감이 컸지요. 그래서 유학이라는 반란을 생각했습니다. 유학을 가려고 고시공부를 할 때보다 몇 배 더 열심히, 절실하게 영어공부를 했습니다. 잠꼬대를 영어로 할 정도였지요. 운 좋게 국비유학생이 됐고, 미국 정부에서 주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에 대해 ‘판잣집 소년가장에서 장관까지, 나는 언제나 다음 꿈을 꾸었다’고 한 기사 제목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직장에 다니면서는 대학생을, 대학생이 돼서는 고시를, 공무원이 된 뒤에는 유학을 꿈꿨다고 해놓았더군요. 그렇습니다. 저는 늘 꿈을 꿨습니다. 제 꿈은 늘 현재진행형입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두 번째 반란 : 자신에 대한 반란

    유학을 가서 첫 두 학기에 수강한 8과목에서 모두 A학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엄청난 회의가 왔습니다. 두 가지 질문에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왜 공부하나’와 ‘무슨 공부를 하나’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이 고민들은 제 인생을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 줄 알았는데 남이 하고 싶은 일, 우리 사회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하고 싶은 일로 착각하면서 살아온 것 같았습니다. 이것은 제게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이는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전기(轉機)였습니다.

    두 가지를 바꿨습니다. 먼저 공부 방법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학점 따기 좋은 과목이 아니라, 하고 싶은 과목을 택했습니다. 학위논문도 빨리 끝내는 주제가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주제와 방법을 찾았습니다. 주위에서 다 말렸지만 그렇게 하고 싶었습니다. 또 하나 바뀐 것은 ‘사회변화에 대한 기여’라는 공직생활에 대한 이유를 찾은 것입니다. 제 공무원 생활을 변화시켰습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사회변화를 위해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것입니다. 어젠다를 선점하고 개발했습니다. 그것 역시 저에 대한 반란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제 공무원 생활은 일하는 즐거움과 성취감으로 늘 넘쳤습니다.

    공무원 생활이 편해지자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습니다. 승진도 빨리 하고 중요한 보직도 맡았지만 안주하면 무사안일에 빠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세계은행(IBRD)에 지원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전문가들과 경쟁하며 저를 고생시키고 싶었습니다. 저 자신에 대한 반란이었습니다. 저는 그때를 ‘온실에서 나와 찬바람 몰아치는 벌판에 빨가벗겨져 내동댕이쳐진’ 상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1년에 12건 이상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열심히 일했고 인정도 받았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남이 낸 문제 풀기도 바쁘지요? 힘드니까 힐링도 필요하지요?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먼저 남이 낸 문제를 열심히 푸십시오. 그리고 그 단계가 지나면 스스로 문제를 내고 그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세 번째 반란 : 사회에 대한 반란

    “판잣집 소년…17세 가장…꿈과 도전이 나를 만들었다 ”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은 젊은 청중들에게 ‘반란을 일으키라’는 화두를 던졌다.

    누구든, 무슨 일을 하든 사회 일원으로서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끔 반란을 꾀해야 합니다. 해야 할 많은 과제가 있습니다만,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한 가지만 소개하지요. 바로 사회적 이동(social mobility)입니다.

    기획재정부 차관으로 있을 때 강원도 작은 중학교 수학교사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이 학교의 전교생 21명은 너무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어 꿈조차 갖지 못하고 있으니 희망을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각기 다른 책 21권을 사들고 그 학교로 갔습니다. 제가 만난 가장 어린 청중이었지요. 판잣집에서 살던 제 중학교 시절부터 이야기하면서 꿈과 희망을 주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하는 1시간 반 동안 학생들과 교사들이 함께 울었습니다.

    마음이 뿌듯했지만 한편으론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과거에는 개천에서 용이 났지만, 지금은 우리 교육이 오히려 사회적 신분과 빈곤을 세습하는 수단이 되고 있지 않나 걱정됐습니다. 그래서 예산실장 시절부터 어려운 사람도 열심히 하면 사회적 이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신경을 썼습니다. 바로 교육희망 사다리사업들입니다. 특성화고교 학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주기 시작했고, 가정형편이 어렵지만 뛰어난 고등학생들을 유학 보내주는 드림장학금을 만들었습니다. 여러분이 앞으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민주시민으로서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고치고 개선해야 할 것들에 신경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회에 건전하고 생산적인 반란을 많이 일으켜주기 바랍니다. 제게도 이 꿈은 아직 현재진행형입니다.

    꿈을 찾는 세 가지 방법

    반란은 ‘꿈과 도전’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꿈을 갖고 있습니까. 꿈은 진열장에 진열된 것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만들고 이뤄나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꿈이 뭔지 모르거나 찾는 방법을 몰라 스트레스 받지는 않나요? 그렇습니다.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입니다. 제가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첫째, 작은 일부터 스스로 의사결정하는 훈련을 하기 바랍니다. 식당에서 메뉴 고르기가 됐든, 자투리 시간 보내기가 됐든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십시오. 그리고 그 의사결정으로 인해 돌아오는 책임을 전적으로 지면서 점차 더 큰 의사결정을 하는 훈련을 하길 권합니다.

    둘째, 지금 좋아하는 일, 관심 있는 일이 있다면 하십시오. 그런 게 없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 지금 해야 하는 일에 열정을 쏟으십시오. 언제까지냐고요? 그 일을 하면서 가슴이 뛸 때까지 해보세요. 만약에 그렇게 했는데도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그때는 다른 걸로 바꾸십시오.

    셋째, 시행착오와 실패를 꼭 겪어야 합니다. 이것 없이는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특히 젊은 시절의 실패는 축복이고 특권입니다.

    여러분! 세상이 여러분의 열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반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이 낸 문제를 열심히 푸십시오. 그런 다음 스스로 문제를 내고 푸는 자기 반란을 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유쾌한 반란을 일으켜주길 바랍니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이 말하는 ‘반란에 성공하는 비결’

    꿈은 높게…죽기 살기로…긍정적 자세로


    “판잣집 소년…17세 가장…꿈과 도전이 나를 만들었다 ”

    개그맨 정범균의 사회로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이 청중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라 꿈을 높게 가져라. 허황할 정도로 큰 꿈을 가져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이 되고 싶다는 명사가 아니라 무엇을 하고 싶다는 동사에 신경 써라. 어떤 자리에 있든 바로 그곳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

    ‘눈 먼 열정’을 지녀라 꿈을 이루는 열쇠는 ‘열정’이다. 결과에 대한 아무런 보장 없이 상당한 기간 죽기 살기로 자신을 바치는 ‘눈 먼 열정’이 있어야 반란에 성공한다. 그런 열정이 어느 경지에 이르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눈 뜬 열정’을 알게 된다.

    긍정적 자세를 가져라 어떤 상황에서든 감사하는 긍정적인 자세를 가져라. 축복은 자주 어려움이라는 탈을 쓰고 찾아온다. 그 탈을 깨는 반란을 일으켜야 한다. 어려움과 고난을 ‘위장된 축복’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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