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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제습기의 불편한 진실 01

당신도 제습기 구입했습니까?

뽀송한 삶 위한 해피 가전 vs 과장광고 착시효과 통한 반짝 효과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당신도 제습기 구입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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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가전 시장에 제습기 태풍이 불고 있다. 10년 전 한때 가습기 열풍이 불더니 이제는 습도를 줄여주는 제습기 바람이 거세게 부는 것. 이른 더위가 시작된 6월 한 달 실적만 보면 거의 폭풍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0% 판매량이 늘었고, 홈플러스는 1100% 이상 많은 매출을 올렸다.

제습기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는 TV 홈쇼핑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0년부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린다. 2004년 이후 2만 대에서 20~30% 수준으로 성장을 거듭하던 제습기 시장은 2009년 4만1000대 고지를 찍은 후 2010년에는 8만4000대로 1년 만에 2배로 성장했다. 2004년과 비교하면 6년 사이 4배나 증가한 셈. 2011년에는 14만3000대로 성장세가 주춤했지만 2012년에는 그 전해의 3.5배가 넘는 50만 대가 팔렸다. 제습기업계와 증권업계가 전망하는 올해 추정 판매치는 140만 대에 이른다. 거의 10년 만에 시장규모가 58배나 커진 셈이다.

매출액 규모로는 지난해 1530억 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최고 4000억 원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10년 만에 58배 커진 제습기 시장

현재 제습기 시장 점유율 70%를 양분하는 위닉스와 LG전자는 올해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판매를 자신한다. 판매 목표는 각각 50만 대. 두 회사 모두 6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700%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자랑한다. 총판매량이 이미 지난해 전체 판매량인 50만 대를 넘어섰다. 중부지방에 장마가 시작된 6월 마지막 주에는 제습기 판매량이 최고조에 달했다. 시중에 “아줌마 3명 이상이 모여서 이야기하면 제습기가 화제가 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유행이다. 흡사 어느 날 혜성처럼 등장한 김치냉장고가 단 5년 사이에 ‘필수가전’ ‘국민가전’ 제품이 된 것과 유사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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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자타가 공인하는 제습기 시장의 1인자는 위닉스다. 1973년 창업 당시부터 공업용 제습기를 생산해온 노하우와 조인성 등 스타를 동원한 광고, 홈쇼핑을 활용한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쾌적족’ 아줌마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2위는 에어컨 시장의 절대강자인 LG전자다. LG전자는 제습기의 제습 원리가 기본적으로 에어컨과 같은 데다 모든 부품의 국산화에 성공한 점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는다.

LG전자는 지난해까지 자사의 제습기 시장 점유율이 40% 초반대고, 위닉스가 30% 후반대로 근소한 차이로 앞선다고 주장하지만, 시장조사기관 GfK 그룹의 조사 결과는 그것과 차이가 크다. 2011년 위닉스 38.5%와 LG전자 33.2%, 2012년 위닉스 49.7%와 LG전자 20.3%로 해가 갈수록 시장점유율 편차가 커지는 것.

전자업계 1위인 삼성전자는 제습기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한다. 2011년 18.1%이던 시장점유율이 2012년 11%로 줄었다. 오히려 뒤늦게 시장에 들어온 쿠쿠가 2012년 14.3%로 성장세에 있고 에어컨 명가 위니아만도도 3.1%대로 선전 중이다. 그 밖에 한일, 웅진 코웨이, 동양매직, 리홈쿠첸 , 하이얼 등 10여 개사가 제습기 시장에 진출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위닉스와 LG전자 각 업체의 시장점유율 주장이 워낙 상반되고 조사기관마다 분석이 상이하지만, 모든 상수와 변수를 종합한 결과 올해 기준 제습기 시장점유율은 위니아가 42%, LG전자가 27%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습기 시장은 상위 2개 사가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는 과점시장”이라고 밝혔다.

업계와 증권업계가 분석하는 제습기 시장 성장세의 가장 큰 원인은 기후온난화다. 봄가을이 짧아지는 반면, 여름이 길어지고 강우량이 늘어나는 등 우리나라가 습도 높은 아열대기후로 변하고 있는 것. 5월과 6월 폭발적 판매량 증가도 일찌감치 찾아온 무더위와 장마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장마철 참살이 욕구 충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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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인한 전력난과 그에 따른 절전 분위기도 제습기 시장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는 평이다. 실내온도 규제와 전기요금 인상 탓에 에어컨 대신 제습기와 선풍기를 고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제습기 생산업체들은 “제습기와 선풍기를 함께 틀어도 에어컨 소비전력의 20~30%만 사용하게 되니 너도나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습기를 산다”고 주장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제습기를 직접 사용해본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사용소감과 후기가 입소문과 인터넷, 트위터 등을 타고 퍼진 게 톡톡한 구실을 했다”고 말한다.

특히 장마철 폭우로 젖은 신발이나 눅눅하고 냄새나는 빨래를 빠른 시간 안에 건조하고, 자기 전 침구류를 산뜻하게 말려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등 뽀송한 삶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참살이 욕구를 진화한 제습기가 제대로 충족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장세의 일등공신은 따로 있다. 업체들이 “습기가 높으면 각종 질병에 걸릴 수 있다”며 소비자의 ‘건강염려증’을 우회적으로 자극한 것. 이들 업체들은 서로 입을 맞춘 듯 “습기를 낮춤으로써 곰팡이(진드기),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이런 광고는 실제 ‘깨끗병’에 걸린 젊은 산모와 주부 사이에서 엄청난 호소력을 발휘한다.

그렇다면 제습기 시장의 무서운 확장세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증권업계와 각 제습기업계는 이런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하리라고 예상한다. 위닉스 관계자는 “아열대기후인 일본의 제습기 보급률이 90%다. 우리나라도 거의 아열대기후에 들어섰으므로 그 정도까지 갈 것”이라면서 “2011년이 제습기 도입기라면 2012년은 성장기 직전 상태고, 2013년은 본격적으로 성장기에 진입한 단계”라고 주장했다. 즉 제습기도 머지않아 김치냉장고나 에어컨처럼 생활 필수가전 또는 국민가전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제습기 보급률은 2011년 4.0%, 2012년 7.8%이며, 2013년에는 10% 초반(추정치)이다. 박형민 애널리스트는 “일본의 제습기 보급률이 90%라는 것은 근거가 없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60% 정도 될 것 같다. 국내 시장의 경우는 45% 정도까지는 성장할 여력이 있어 보인다. 즉 국내 인구 5000만 명, 3인 가족을 1가구로 상정한 후 1인 가구가 많은 점을 감안해 계산하면 제습기를 1400만~1500만 대 판매할 수 있다. 올해는 12% 선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습기 시장의 무서운 판매 돌풍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의 시장 성장세가 제습기업체들의 과장 광고와 신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호기심, 착시효과 등에서 비롯된 버블이라는 주장이다. 먼저 1대 25만~45만 원 하는 제습기를 살 만한 여력이 있는 소비자 대부분이 집에 에어컨이 1~2대씩 있거나 벽걸이형 에어컨이 옵션으로 장착된 원룸 또는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실제 올해 에어컨 시장의 판매율은 제습기 시장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엄청난 성장세를 보인다. 3~5월 세 달 동안 에어컨 판매 신장률이 이마트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19.4%, 홈플러스는 290%,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은 141.5%였다. 종류별로는 스탠드형 에어컨이 174%로 가장 높은 신장률을 보였으며, 벽걸이형 에어컨(170%), 멀티형 에어컨(111%), 이동식·창문형 에어컨(111%) 순으로 판매가 늘었다. 또 다른 온라인 쇼핑몰 옥션과 인터파크에서도 에어컨 판매 신장률이 각각 230%, 300%를 기록했다. 그 밖에도 롯데홈쇼핑은 500%, CJ오쇼핑은 360%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특히 홈쇼핑업계의 경우 3~5월 TV 홈쇼핑 방송이 거의 편성되지 않았음에도 많은 소비자가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에어컨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습기 시장의 도그마는 에어컨의 냉방원리와 제습기의 제습원리가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최근 5년 안에 생산한 에어컨 대부분(벽걸이형 포함)은 현재 유행하는 최신형 스마트 제습기의 기능을 모두 갖췄다. 한마디로 제습기가 에어컨 안에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 소비자의 제습기 구매패턴을 분석해보면 제습기는 2차 상품, 즉 세컨드 프로덕트다. 에어컨이 있지만 전기요금이 무서워 잘 쓰지 않고 제습기를 따로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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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본격적인 장마가 예보된 가운데 다양한 제습기가 시장에 나와 있다.

제2 김치냉장고 될 수 있나

현재 생산하는 제습기와 에어컨은 냉각식으로, 공기 중의 수증기를 물로 응축하는 과정에서 온도를 내리고 습도를 조절한다. 수증기를 응축하려면 이슬점 이하로 공기 온도를 내려야 한다. 냉각식 제습기에도 공기 냉각을 위해 에어컨과 같이 냉매가 사용된다. 팬에서 빨아들인 습하고 더운 공기는 냉각장치(증발기)를 통과하면서 온도가 낮아지고 이슬점에 도달해 물로 변한다. 찬물이 담긴 컵의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과 같은 원리.

이 대목에서 소비자의 착시효과가 발생한다. 제습기는 냉각장치와 물통이 일체형이라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반면, 에어컨은 본체와 물통(냉각장치 포함)이 집 밖에 설치한 실외기로 분리돼 있어 습도기로 확인하지 않는 이상 습기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눈으로 알 수 없다. 실제 제습기를 구매한 사람들의 첫 반응은 3ℓ나 되는 물통에 몇 시간 만에 물이 가득 찬 것을 보고 감탄하는 모습이다. 제습기업체들은 이를 “만족도가 무척 높다”고 표현하지만, 에어컨 제습기능을 가동하면 제습기보다 빠른 시간 안에 실외기에서 더 많은 양의 물이 나오고 습도도 급격히 떨어진다. 빨래도 더 빨리 마른다. 다만 우리가 눈으로 물을 볼 수 없을 따름이다.

에어컨에 비해 전력이 적게 들어 유지비가 덜 든다는 장점이 크다는 제습기업계의 주장도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 10평형을 기준으로 최대 소비전력이 에어컨의 20~30%밖에 들지 않는다는 게 제습기업체 측 주장이다. 하지만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빨래가 잘 마르지 않을 만큼 습도가 높은 날이 1년 중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이다. 또한 곰팡이가 벽과 의류에 연중 계속 생길 만큼 습한 집에서 사는 가구가 얼마나 되는지도 제습기 시장의 확장성을 말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포인트다.

인간이 가장 아늑하게 느끼는 습도(상대습도) 기준은 40~60%. 기상청의 10년치 통계를 보면 사람이 짜증이 나기 시작하고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 변곡점, 즉 일일 평균습도가 80%가 넘어가는 날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1년에 60일, 즉 두 달을 넘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최신형 초절전 에어컨(15평형 기준·Q9000)을 냉방기능으로 두고 하루 8시간씩(제습기를 하루 온종일 트는 사람은 없다) 한 달간 계속 돌렸을 때 나오는 한 달 전기요금(누진세 제외)은 2만2500원 정도. 단순 계산으로 제습기 소비전력이 에어컨의 20% 수준이니 제습기의 한 달 전기요금은 4500원 정도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1년에 두 달 동안 제습기 대신 에어컨을 트는 데 들어간 비용은 3만6000원에 불과하다. 두 달 동안 매일 뽀송뽀송하고 적어도 8시간 동안 시원하게 생활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더욱이 에어컨의 찬바람을 싫어해 냉방기능이 아닌 제습기능을 선택한다면 전기요금은 더 낮아진다(외부 기온 2~30도 기준). 에어컨 제습기능은 실외기의 작동시간을 조절해 실내 공기가 너무 차가워지는 것을 막는다. 실내 온도 조건에 따라 실외기가 작동할 때는 실내로 차가운 바람이 나오게 하고, 실외기가 작동하지 않을 때는 실내로 선풍기 바람 같은 바람만 나오게 해 전체적으로 차가운 공기가 배출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 에어컨 소비전력 중 상당 부분이 실외기가 돌아갈 때 발생하므로 실외기가 돌아가지 않으면 그만큼 전기요금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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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서울 여의도 한 도로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더위 많이 타는 사람엔 고통

반대로 제습기에서 나오는 바람은 실내 온도를 올리는 측면이 있어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겐 고통을 더할 수도 있다. 에어컨은 실외기에서 냉각된 공기가 그대로 실내로 방출되는 반면, 제습기의 경우 냉각된 공기가 응축기를 통과한 후 건조한 바람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온도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제습을 할 때는 반드시 문을 닫아야 하므로 외부 기온이 올라가면 괴로움이 더할 수 있다.

위닉스 관계자는 “실제로 제습기를 가동하면 실내 온도보다 약 1도 높은 정도 뜨거운 바람이 나온다. 하지만 습기가 사라지고 뽀송뽀송해지면 체감온도가 확 떨어지고 이때 선풍기를 틀면 더 시원한 느낌이 든다”고 반박했다.

또 하나 문제점은 제습기업체들이 인간의 쾌적한 생활을 보장하는 가장 큰 조건으로 습도만 강조한다는 사실이다. 국내 기후 여건상 습도가 80%를 넘어가는 날은 기온이 30도를 반드시 넘고 열대야도 발생한다. 30도가 훨씬 넘는 실내에서 이미 구매한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고 제습기만으로 버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런 날 제습기는 에어컨에 밀려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만 습도가 70%를 넘고 최고온도가 30도를 넘은 날이 27일이나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결국 제습기 수요는 한여름에도 30도가 넘지 않으면서 습도는 높은 반지하 공간이나 바람이 잘 통하지 않고 에어컨이 없는 오피스텔과 원룸 거주자, 또는 더위는 잘 참는데 습도가 높은 것에 민감한 일부 소비자, 습도에 민감한 감염병 환자에 국한될 것”이라며 “우리(삼성전자)가 제습기를 생산하면서도 마케팅 활동을 대대적으로 하지 않는 이유도 에어컨과 제습기간에 얽힌 이런 도그마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형민 애널리스트는 “물론 제습기와 에어컨 기능이 일부 겹치지만, 그럼에도 제습기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다. 냉장고가 있어도 김치를 좀 더 아싹하게 먹으려고, 채소를 오래 보관하려고 김치냉장고를 구매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소비자에겐 제습기의 실체적 진실보다 눈에 직접 보이는 것, 만족감 등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 조인성 같은 스타를 동원한 마케팅도 시장을 확장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3.07.08 895호 (p12~15)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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