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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 | 남아프리카 4개국 ‘트러킹 투어’ ①

야생의 낙원 체험 트럭에 몸을 맡기다

20일간 5000km 오버랜드 여행 짜릿한 감동과 추억

  • 허용선 여행 칼럼니스트 yshur77@naver.com

야생의 낙원 체험 트럭에 몸을 맡기다

야생의 낙원 체험 트럭에 몸을 맡기다

글라이더형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촬영한 잠베지 강.

눈썹을 뽀얀 먼지로 물들이고 덜컹거리는 트럭에 몸을 실은 채 대지를 달린다. 임팔라 무리를 쫓아 혹은 수천 년 전 삶을 그대로 이어가는 원주민을 찾아 아프리카를 온몸으로 느끼는 여정. 트러킹 투어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남아프리카 4개국 명승지를 찾아 대형 트럭에 몸을 싣고 장장 5000km를 달리는 트러킹 투어(오버랜드 여행)는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이 여행은 짐바브웨의 빅토리아 폭포에서 시작해 보츠와나, 나미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까지 20일간 여정이다. 아프리카는 오지로 갈수록 멋진 자연풍광이 펼쳐지지만 그곳까지 가는 대중교통 수단이 적거나 아예 없고, 밤에 잘 만한 곳도 없어 요즘 트러킹 투어가 인기다.

인천에서 출발해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며칠 머문 뒤 다시 남아공 비행기로 짐바브웨 빅토리아폴스에 도착했다. 빅토리아폴스는 빅토리아 폭포를 보려고 찾아오는 세계 각국 사람으로 붐비는 관광 거점 도시다. 이곳에서 트러킹 투어 가이드를 만나 자세한 여행 일정을 들었다. 호기심을 안고 거의 한 달간 승차할 트럭을 살펴보니 메르세데스 벤츠사의 대형 트럭을 사파리용으로 개조한 것이었다. 최대 29명까지 수용 가능한 좌석을 구비했고, 실내에는 카드놀이를 즐길 수 있는 탁자와 귀중품 보관금고까지 설치해놓았다. 좌석 밑에는 소지품을 넣어두는 공간도 있다. 트럭 안에는 텐트와 취사용품, 그리고 여행자가 갖고 온 배낭 등을 보관할 수 있었다.

트러킹 투어에서는 야영이 원칙이다. 보통 2인용 텐트를 이용하는데, 조작이 간단해 본인이 직접 텐트를 설치하고 들어가서 잔 뒤 다음 날 아침 접어서 트럭에 실어야 한다. 침낭과 매트리스는 제공하지 않으므로 각자 준비해야 한다. 떠나기 전에는 더운 아프리카에서 어떻게 텐트를 치고 잘까 걱정했는데 실제로 와서 보니 저녁엔 날씨가 선선했고 새벽에는 오히려 추위가 느껴질 정도였다.

야생의 낙원 체험 트럭에 몸을 맡기다

8t 트럭을 개조한 관광용 트럭을 타고 한 달 가까이 여행한다. 일행이 큰 나무를 보고 둘레를 재는 모습. 세계 3대 폭포로 꼽히는 빅토리아 폭포(왼쪽부터).

천둥소리 내는 장엄한 빅토리아 폭포



야생의 낙원 체험 트럭에 몸을 맡기다

신비로운 모습의 세계적인 늪지대 오카방고 델타.

일부 야영지에는 로지나 오두막집이 있어 따로 돈을 내면 편하게 숙박할 수 있다. 독방을 쓸 수 있고 여럿이 한 방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식사비는 여행비에 포함됐는데, 트럭을 함께 타고 온 요리사가 음식을 준비해준다. 아침은 시리얼과 토스트, 달걀 등으로 해결하고 점심은 채소와 햄을 넣은 샌드위치를 먹으며, 저녁에는 스테이크, 프라이드치킨, 카레라이스, 스파게티 등 메뉴가 수시로 바뀐다. 식성이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잘 먹을 수 있을 만큼 맛도 좋다.

트러킹 투어에 참가하는 사람은 각자 임무를 부여받는다. 예를 들어, 청소 당번은 트럭 내부를 깨끗이 청소해야 하고, 요리 당번은 요리사와 함께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설거지 당번은 일행이 다 먹고 난 식기를 닦고 말린 후 트럭 내부의 정해진 위치에 놓아야 한다. 임무는 교대로 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

트러킹 투어의 출발지는 빅토리아 폭포였다. 빅토리아폴스에서 택시를 타니 5분 만에 공원 입구에 도착했고, 내부로 들어가 10분 정도 걷자 웅장한 폭포가 한눈에 들어왔다.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맑은 하늘에서 물방울이 수없이 쏟아져 내렸다. 까마득한 협곡 아래로 몸을 던지는 하얀 물줄기, 그 위로 무지개가 번진다. 이처럼 빅토리아 폭포는 도도하게 흐르는 잠베지 강 물줄기를 깊은 나락으로 내리꽂으며 아프리카 대지를 적신다. 빅토리아 폭포는 짐바브웨와 잠비아 국경을 흐르는 잠베지 강이 완만하게 흐르다 갑자기 강폭이 넓어지면서 생긴 거대한 폭포다.

세계 3대 폭포 가운데 하나인 빅토리아 폭포는 낙차가 118m, 폭이 1700m 이상 된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의 양은 계절에 따라 다른데, 우기인 4~5월에는 매분 30만m3나 된다고 한다. 현지에서는 이 폭포를 ‘모시 오아 투냐’라고 부른다. ‘큰 소리가 울려 퍼지는 물보라’라는 뜻이다.

“영국의 어떤 경치도 이 아름다운 장관에 비길 수 없다.” 영국 탐험가 데이비드 리빙스턴은 1855년 11월 16일 빅토리아 폭포를 처음 본 소감을 이렇게 적었다. 빅토리아 폭포는 몇 개 구역으로 구분된다. 동쪽 끝이 이스턴 캐터랙트 절벽으로, 서쪽에 있는 저지대 암체어와 경계를 이룬다. 서쪽으로는 레인보 폭포가 있고 그 옆으로 호스슈 폭포가 나란히 자리한다. 폭포에서 튀는 물의 영향으로 1년 내내 녹음이 짙은 레인포레스트는 걷는 것만으로도 상쾌한 곳이다.

하루는 평지에서 폭포를 보고, 그다음에는 폭포의 전체 모습을 보려고 항공촬영을 했다. 아주 가냘프게 생긴 글라이더형 경비행기에 운전사와 필자만 탔는데 짧은 순간 고공으로 날아오르자 갑자기 추락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이 경비행기는 필자가 내린 후 날개 고장으로 더는 운행되지 못했다. 하늘에서 폭포와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카메라에 담는 데 몰두하다 보니 두려움은 어느새 사라지고 멋진 추억이 사진으로 차곡차곡 쌓였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폭포에서 떨어진 강물이 흘러가는 계곡에 잠비아와 짐바브웨 두 나라를 연결하는 큰 다리가 있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종단하려는 의도로 1905년 세운 다리다.

빅토리아 폭포를 사이에 두고 짐바브웨 빅토리아폴스와 잠비아 리빙스턴 두 도시는 쉽게 오갈 수 있었고, 잠베지 강에서의 급류 래프팅은 흥미진진했다. 뗏목을 타고 아름다운 절경과 강변에 사는 야생동물들도 감상했다. 번지점프 마니아라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점프대에 속하는 잠베지 다리에서 뛰어내릴 수도 있다.

신비로운 보츠와나의 오카방고 델타 늪지

빅토리아 폭포가 있는 짐바브웨에서 인근 국가인 보츠와나로 갔다. 보츠와나의 쵸베 강변에 캠프를 세우고 점심을 먹은 후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국립공원 드라이브를 했다. 자동차를 타고 야생동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는데, 동물들은 자동차가 접근해도 멀리 도망가지 않았다.

다음 날 보츠와나 내륙에 있는 작은 도시 마운을 향해 남서쪽으로 갔다. 오카방고 델타 탐험은 여기서 시작된다. 오카방고 델타는 앙골라 중앙에서 발원한 오카방고 강이 나미비아 북동쪽 카프리비스트립을 거쳐 보츠와나 북서쪽으로 유입되면서 쏟아낸 연간 185억m3의 강물이 만든 습지다. 세계에서 가장 큰 대륙 델타로, 남아프리카의 독특한 동물과 다양한 조류 서식지로 유명하다.

오카방고 델타에 가려면 출렁이는 물길을 따라 원주민 가이드가 장대를 저으며 나아가는 독특한 배 모코로를 타고 좁은 수로(水路)를 한동안 가야 한다. 밤이 되면 적당한 지역에 캠프를 설치하고, 그다음 날 아침이나 오후에 오카방고 델타의 야생동물을 찾아 도보여행을 한다. 모처럼 주어지는 자유시간에는 독서를 하거나 낮잠을 자며 떨어진 체력을 보충할 수 있다.

마운에 있는 야영장에서 사륜구동 트럭으로 갈아타고 오카방고 델타로 향했는데, 아침부터 잔뜩 흐리던 날씨가 갑자기 폭우로 변해 트럭에 탔던 사람들을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만들었다. 트럭에는 천장이 없어 비가 오면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었고, 광활한 벌판이라 비를 피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몸은 젖더라도 카메라에 물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애써야 했다.

오카방고 델타 수로에 도착하니 모코로 수십 대가 보였다. 이곳 수로는 깊이 1m 내외, 폭 1~3m로 카누처럼 날씬하고 긴 배인 모코로가 아니면 지날 수 없다. 수로를 따라 모코로가 나아가자 사람 키만큼 자란 수초가 나타나고 이어 풀벌레 소리와 이름 모를 현란한 색채의 꽃이 보였다. 몸을 뒤로 눕혀 하늘을 보니 순간 무릉도원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큰 나무 아래 텐트를 치고 잠시 쉰 뒤 오후 늦게 야생동물을 살펴보는 도보여행을 시작했다. 가는 도중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지만, 마땅히 피할 곳도 없고 동물도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프리카에 오기 전에는 사자나 표범 같은 동물을 실컷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 그런 동물은 야행성이고 사람을 피하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볼 수 없었다. 오카방고 델타 지역에 익숙한 원주민 노인을 따라다니면서 본 것은 초원에서 풀을 뜯는 임팔라 무리와 코끼리가 유일했다.

하지만 마운으로 돌아와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오카방고 델타를 내려다보니 상당히 많은 야생동물이 살고 있었다. 누 수백 마리가 초원을 달리는 모습이 보이고, 기린 수십 마리가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밤을 지새우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코끼리와 임팔라 무리가 이동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평지에서는 보기 힘들었지만 하늘에서 드넓은 지역을 날아다니며 살피니 이곳이 동물의 낙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야생의 낙원 체험 트럭에 몸을 맡기다

먹이를 잡아먹는 야생 치타(왼쪽). 아프리카의 야생화.





주간동아 2013.06.10 891호 (p60~62)

허용선 여행 칼럼니스트 yshur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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