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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훈풍 부는 美, 출구전략 가동하나

주택·소비심리 살아나며 완만한 회복세…국내 시장 변동성 확대 철저 대비를

  • 이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tyches@woorifg.com

훈풍 부는 美, 출구전략 가동하나

최근 미국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 가능성이 감지된다.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데다 양적완화 이후 자산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10.0%(2009년 10월)까지 상승했던 미국 실업률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하락 추세를 유지할 경우 내년 하반기면 실업률이 6.5% 이하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당초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대했던 2015년 하반기보다 1년가량 이른 시점이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DJIA)는 1만5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주택가격도 연방주택금융청(FHFA) 지수가 2012년 1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상승폭을 확대하는 등 회복세가 뚜렷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5월 22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 의장은 미 의회 상하원 합동 경제위원회에 참석해 양적완화 규모 조정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버냉키 의장은 “성급한 긴축정책은 경기 회복세를 중단 또는 둔화할 개연성이 있어 양적완화 및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그러나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자산매입 축소가 향후 몇 차례 FOMC 회의 내에서 이뤄질 수 있으며 이 모든 것이 경제 상황에 달렸다”고 답했다. 지속가능한 경기회복이 보일 경우 양적완화 정책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같은 날 공개한 4월 30일~5월 1일 FOMC 회의록에서도 일부 연준위원이 이르면 6월 FOMC(6월 18~19일 예정)에서라도 양적완화를 축소할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이미 진행 중이라는 뜻이다.

출구전략 논의는 이미 진행 중

주택시장과 소비심리 회복으로 미국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나온 버냉키 의장의 발언과 FOMC 회의록 공개는 출구전략에 대한 논란을 키운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 국채금리는 급등했고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3월 초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5월 초 1.63%까지 하락했지만, 출구전략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면서 이내 2%를 돌파했고 6월 3일 현재 2.13%까지 상승했다. 달러인덱스는 5월 1일 81.5에서 22일 84.4로 3주 만에 3.6% 상승했다.

그러나 미국이 출구전략을 당장 시행할 개연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먼저 연준위원들 성향을 살펴보자. 투표권을 가진 위원 12명 가운데 버냉키 등 지도부 3명을 포함한 총 6명은 3차 양적완화(QE3)를 지지하고, 3명은 중립, 3명은 연내 축소를 지지한다. 연준 지도부는 여전히 양적완화를 지지하는 것이다.



경제지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연준은 양적완화 확대 실시를 발표하면서 실업률(6.5%)과 인플레이션율(2.5%)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는 통화완화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올해 4월 미국 실업률이 7.5%를 기록하고 인플레이션율은 1.1%에 그쳐 앞서의 통화정책 가이드라인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기본적으로 출구전략이란 경기침체기에 취했던 각종 부양책을 경기 회복기에 정상화하는 작업을 뜻한다. 가장 큰 전제조건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선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시에 유동성을 회수하기보다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다시 말해 출구전략을 시작해 완료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공산이 크다. 버냉키 의장 역시 출구전략을 사용하더라도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대신 만기까지 보유할 수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급격한 출구전략을 지양하는 태도를 보였다.

출구전략은 완화정책의 역순으로 이뤄질 공산도 크다. 즉 가장 비전통적인 완화정책이던 양적완화를 먼저 종료한 후 기준금리 인상 같은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적완화의 종료는 일시에 채권 매입을 중단하기보다 국채와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의 매입 규모를 조금씩 줄이면서 만기 도래 채권의 재투자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속도 조절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급격한 자산버블이나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는 한 기준금리 인상은 양적완화를 중단한 후 단계적으로 진행할 공산이 크다.

이러한 단계적인 출구전략 시행과 자산가격 상승 추세를 고려한다면 출구전략이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가시화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민간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55%가 올해 3분기 또는 4분기에 연준이 출구전략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출구전략이 점차 가시화할 경우 국내외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먼저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는 사실 자체는 미국 경제가 회복 중이라는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그러나 출구전략 시행에 따른 실질적인 유동성 축소뿐 아니라, 투자심리 악화로 변동성이 확대되거나 조기 실시로 성장동력이 약화할 위험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현재의 자산가격 상승이 주로 풍부한 유동성에 기인한 바가 크기 때문에 연준의 정책 변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출구전략이 유동성 축소뿐 아니라 펀더멘털의 개선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실제적인 수요 위축이 예상되는 채권시장이 주식시장보다 더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훈풍 부는 美, 출구전략 가동하나
채권시장이 더 민감한 영향

미국 국채의 경우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상태여서 고평가된 측면이 있고, 주가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투자심리 악화 및 차익실현 움직임 등으로 변동성이 커질 개연성이 크다. 연준이 보유한 자산 3조2000억 달러 가운데 국채와 MBS가 90.6%에 달하고 그중 82.6%가 잔존만기 5년 이상의 장기채권으로 구성돼 장기금리의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양적완화 실시 이후 약세를 보이던 달러화 역시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데, 금리 상승과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로 상승 추세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된다면 국내 시장 역시 글로벌 유동성 축소와 투자심리 위축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공산이 크다. 연준이 출구전략을 당장 시행할 개연성은 크지 않지만, 그 시점이 앞당겨질 여지는 충분한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과 대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주간동아 2013.06.10 891호 (p52~53)

이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tyches@woorif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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