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0

2013.03.25

“상큼 발랄한 캐릭터로 영화하고 싶어요”

‘내 딸 서영이’ 헤로인, 이보영

  • 김지영 월간 ‘신동아’ 기자 kjy@donga.com

    입력2013-03-25 1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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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큼 발랄한 캐릭터로 영화하고 싶어요”
    지난해 9월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넝쿨당’)이 시청률 45.3%로 막을 내린 후 이 기록을 깰 드라마가 당분간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봤다. 다채널 시대를 맞아 볼거리가 풍성해진 안방극장에서 40%대 시청률을 올리는 일은 지상파 방송 3사만 존재하던 1980년대보다 수십 배는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6개월도 안 돼 이 기록을 깬 드라마가 있다. 바로 ‘넝쿨당’ 후속으로 방영한 ‘내 딸 서영이’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톱스타도 없고, 자극적인 내용의 막장 드라마도 아니었지만 ‘내 딸 서영이’는 40회(45.6%)에 ‘넝쿨당’ 최고 시청률을 넘어섰고, 3월 3일 마지막 방송은 시청률 47.6%를 기록했다.

    최고 시청률은 스토리 힘

    방송 관계자들은 이 드라마의 성공을 이끈 주역으로 여주인공 이서영을 연기한 배우 이보영(34)을 첫손에 꼽는다. 참하고 선한 기존 이미지를 벗고 악녀 연기에 처음 도전한 그가 감정 동요 없이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는 호평이 줄을 잇는다. 이 드라마로 데뷔 후 최고 인기를 누리는 이보영도 이에 공감할까. 드라마가 끝난 뒤에는 어떻게 지낼까.

    종영 직후 하와이로 패션화보 촬영을 떠나 한동안 연락이 닿지 않던 그와 3월 17일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그와 주고받은 일문일답.



    ▼ ‘내 딸 서영이’가 ‘넝쿨당’ 아성을 무너뜨렸다. 기분이 어떤가.

    “시청률을 의식하면서 작품을 하진 않지만 ‘넝쿨당’ 후속 드라마라 부담이 컸다. 이서영 역을 잘해낼 수 있을지도 걱정됐다. 그런데 기대 이상으로 많이 좋아해주셔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넝쿨당’ 최고 시청률을 넘어섰을 땐 촬영 현장이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 인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내 딸 서영이’가 시청률 50%에 육박하며 국민드라마로 거듭난 건 스토리 힘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모든 캐릭터가 살아 있었던 게 주효했다고 본다.”

    그가 연기한 이서영은 방송 중반까지 재벌가 며느리가 되려고 비루하게 사는 아버지와 쌍둥이 남동생 존재를 숨기는 가증스러운 인물로 그려져 시청자에게 질타를 샀다. 그러나 서영이가 아버지를 미워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차츰 공개되면서 그를 향한 응원과 격려가 줄을 이었다.

    ▼ 처음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땐 고사한 것으로 아는데, 어떤 점에 끌려 마음을 바꾼 건가.

    “주말극을 끝낸 지 얼마 안 됐을 때 출연 제의를 받아 처음에는 좀 망설였다. 캐릭터도 기존에 해오던 이미지와 확연히 달라 잘할 자신도 없었다. 그런데 서영이 역이 다시 들어오자 운명 같은 끌림을 느꼈다. 전형적이고 판에 박힌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도 좋았다. 대본을 읽고 나니 서영이에게 완전히 몰입되더라. 이 배역을 놓치면 후회하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방송 초반 서영이 차림으로 방송국에 갔는데 경비아저씨들이 못 들어가게 했다. 출연 배우라고 밝혔는데도 계속 막아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아저씨들은 서영이를 몹시 미워하다 보니 순간적으로 날 서영이로 착각하고 쌀쌀맞게 대한 거였다.”

    ▼ 최고 명장면으로 꼽고 싶은 신은.

    “명장면이 참 많다. 그중에서도 서영이가 아버지를 속이고 결혼하던 날, 아버지가 하객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가 서영이 결혼식을 지켜보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너무 슬퍼서 가슴이 미어졌다.”

    ▼ 연기하며 배우고 느낀 게 많을 듯하다.

    “이번 작품은 서영이의 성장 드라마다. 사람은 끊임없이 실수를 저지른다. 또 그것을 반성하고 고쳐나가면서 마음의 키도 조금씩 자란다. 내 처지에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처지도 헤아릴 줄 아는 여유와 이해심, 배려심이 생겨난다. 그렇지 않고서는 모난 세상을 둥글게 살 수 없다. 나 역시 이 드라마를 하면서 마음의 키가 한 뼘은 자란 느낌이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모난 세상 둥글게 사는 방법 배워

    “상큼 발랄한 캐릭터로 영화하고 싶어요”
    ▼ 집에서는 어떤 딸인가.

    “조금 무뚝뚝한 딸인 것 같다. 감정 표현에 서툴고 애교도 별로 없고.”

    ▼ 실제 성격도 서영이랑 비슷한가.

    “아닌 것 같다. 털털하고 솔직한 편이다.”

    극 중에서 서영의 남편 역을 맡았던 배우 이상윤도 “서영이 캐릭터와 이보영의 실제 성격은 많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이상윤은 “서영이는 어두운 반면, 이보영 씨는 밝다. 서영은 상처를 받아도 내색하지 않고 뒤에서 살생부를 쓸 것 같은 캐릭터지만, 이보영 씨는 느낀 대로 표현하는 솔직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내 딸 서영이’를 통해 연기 폭을 한층 넓힌 이보영은 “배우로 사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데뷔 전까지 그의 꿈은 배우와 거리가 멀었다. 그는 서울여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했을 정도로 어려서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2000년 미스코리아 충남 진에 선발된 뒤에도 연예계에 발을 들이지 않고 방송사 아나운서 시험을 치르는 등 다른 길을 모색했다. 그러던 2002년 아르바이트 삼아 화장품 광고에 출연한 그는 이듬해 드라마 ‘백수탈출’로 연기에 입문한다. 하지만 의욕 없이 시작한 배우 생활은 불편한 옷처럼 그를 힘들게 했다. 한때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했을 정도. 그런 그가 슬럼프를 극복한 것은 2009년 영화 ‘나는 행복합니다’를 찍은 후다. 이 작품에서 정신질환자 캐릭터를 연기하며 오감이 모두 예민해지는 경험을 한 덕에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 그동안 드라마 찍느라 체력이 많이 소진됐을 텐데, 건강관리는 잘하고 있나.

    “비타민 꾸준히 챙겨먹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피부관리실에서 피부 관리도 받는다.”

    ▼ 욕심나는 작품이나 배역은.

    “서영이가 워낙 무겁고 진지한 캐릭터여서 그런지 다음엔 밝은 캐릭터를 하고 싶다. 드라마보다 영화가 욕심난다. ‘내 딸 서영이’가 좋은 반응을 얻은 만큼 스크린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해보고 싶다.”

    ▼ 올해 꼭 이루고픈 소망은 뭔가.

    “소망이라기보다 내 좌우명에 가깝다. 항상 웃으며 밝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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