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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 4대 천왕 퇴출 시간문제

강만수·어윤대·이팔성 등 MB맨 안팎서 사퇴 압박

  • 김진형 머니투데이 금융부 기자 lamleo@naver.com

금융 4대 천왕 퇴출 시간문제

금융 4대 천왕 퇴출 시간문제

2011년 8월 16일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지주사 간담회에 참석한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 권혁세 당시 금융감독원장, 김승유 당시 하나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왼쪽부터).

“누구는 혹시나 하면서 버텼고, 누구는 마음을 비워놓고 기다렸다. 하지만 시그널이 없었다. 이제 결단을 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관심을 끄는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거취 논란을 짧게 정리하면 이 정도다. 어떤 인사는 ‘낙하산 인사 금지’라는 박근혜 대통령 발언에 기대를 걸며 연임이나 최소한 임기까지는 무사히 마칠 수 있길 바랐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해온 또 다른 인사는 모양새를 생각하며 온갖 추측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박 대통령은 3월 11일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인사가 많을 텐데,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한마디로 그동안 나왔던 ‘낙하산 인사 금지’ ‘임기 보장’ 등은 잘못된 시그널이었음이 확인됐다.

‘낙하산 금지’ → ‘낙하산 퇴출’

여기에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쐐기를 박았다.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내정된 직후 일부 금융사의 정치권 줄 대기 행태에 직격탄을 날린 신 위원장은 3월 18일 인사청문회에서 “금융기관장 임기가 남았더라도 필요하다면 교체를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무조건적 임기 보장은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는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미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먼저 금융기관 유형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을 적용받는 금융기관, 공공기관이 아니지만 금융위원회(금융위)가 CEO 임명을 제청하는 금융기관, 민영화가 안 돼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금융기관 등이 그것이다. 친절하게 대상까지 정리해준 것이다.

공운법에 따른 공공기관 가운데 금융위 산하에 있는 곳은 한국거래소,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정책금융공사,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 등이다. 이들 기관 CEO는 대부분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금융위가 제청권을 갖는 기관은 산은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이 대표적이다. 산은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은 2012년 논란 속에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됐지만 인사권은 여전히 금융위에 있다. 정부가 대주주인 곳은 우리금융지주다.

교체 기준도 제시했다. 신 위원장은 새 정부의 국정철학, 금융전문성을 기준으로 교체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새 정부의 국정철학에 반해 회사를 경영할 CEO가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지난 정부 시절 정권과의 인연으로 선임된 CEO가 대상이라는 의미다. ‘금융전문성’은 ‘금융은 전문가가 해야 한다’는 평소 신 위원장의 소신과 맞닿아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명박(MB) 정부 시절 선임한 CEO가 교체 대상이 되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CEO에 오른 인사가 대상이다. 금융권에는 이른바 ‘4대 천왕’이라 부르는 금융지주사 회장이 있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다. 이들이 가진 공통점은 MB와의 인연이다.

금융 4대 천왕 퇴출 시간문제

산은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본사 건물(왼쪽부터).

여론 악화에 경영 실적도 미약

강만수 회장은 MB가 다니는 소망교회 인맥이다. 그는 1980년대 초 소망교회에서 MB를 처음 만나 30년 넘게 인연을 이어왔다. MB가 서울시장이던 시절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을 맡았고, 2007년 대통령선거(대선)에서는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조정실장 겸 일류국가비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며 공약을 총괄했다. 대선 뒤 대통령직인수위에서는 경제1분과 간사를 맡았고, MB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어윤대 회장은 MB와 고려대 경영학과 선후배 사이다. MB가 63학번으로 2년 선배다. 어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대통령이 1965년 당시 상과대 학생회장을 하겠다며 나서서 활동할 때 처음 알았고,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에 있을 때는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어 회장 역시 MB정부 시절 국가브랜드위원장으로 기용돼 MB를 돕다 KB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됐다.

이팔성 회장은 MB의 고려대 후배로, MB가 서울시장이던 시절 서울시향 대표를 맡았으며, 대선캠프에서도 활동했다. 김승유 전 회장은 MB의 고려대 동기다. 이 밖에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역시 MB와 ‘고려대 동문’이라는 인연을 가진다.

그중 김승유 전 회장만 이미 자리를 내놓고 떠난 상태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하나금융지주 회장에서 자진해 물러나 ‘아름다운 퇴장’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지난해 대선 직후 MB정부의 대표적인 서민금융 브랜드였던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에서도 깔끔하게 사퇴했다.

MB맨에 대한 금융권 여론은 그다지 우호적인 편이 아니다. 정치적 영향력으로 CEO에 올랐다는 인식이 워낙 강한 데다, 그들이 재임기간 눈에 띄는 경영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 주가는 어 회장 취임 이후 28.7%(20일 종가 기준) 하락했으며, 우리금융지주 역시 이 회장 취임 후 28.6% 떨어졌다. 물론 그들은 대외 환경 악화 탓이라고 변명하겠지만, 그런 환경을 극복하고 성과를 내야 하는 게 CEO 임무다.

특히 이들은 조직 내부에서도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다. 어 회장의 경우, 이사회와 수차례 갈등을 빚으며 리더십 문제를 드러냈다. 특히 지난해 말 어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ING생명 인수가 이사회 반대로 무산되면서 이사회와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상태다. 최근에는 자신의 오른팔 격인 박동창 부사장이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일부 사외이사 선임 반대를 유도했다가 보직 해임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은 3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어 회장과 일부 사외이사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회장의 우리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KB금융지주처럼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을 뿐, 이 회장과 주요 자회사 CEO 간 갈등이 심각하다는 얘기가 금융권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 된 지 오래다.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주요 임원 간 갈등은 사실 과거부터 되풀이돼온 일이다. 회장을 비롯해 주요 임원 인사에 정치권 실세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다 보니 임원들이 회장에게 충성하지 않고 외부에 줄을 대는 데만 주력해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게 금융권 분석이다.

신제윤 위원장도 최근 “우리금융지주는 민영화가 지연되면서 조직이 지나치게 정치화됐다. 제일 청탁이 많은 곳이 우리금융지주다. 민영화가 안 되면 도덕적 부분이라도 수술해야 한다”고 대놓고 비판했다.

또 다른 낙하산 우려

금융 4대 천왕 퇴출 시간문제

3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들이 사퇴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신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금융기관장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분들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 본다”고 대답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이 3월 15일 자진사퇴할 때 (물러나라는) 시그널은 나왔다. (퇴진 압력을 받는 인사가) 시그널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추한 모습을 보이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적절한 시점에 알아서 물러나지 않으면 정부가 다른 수단을 동원해 불명예 퇴진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미 금융감독원(금감원)이 박동창 전 KB금융지주 부사장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어 회장이 이번 사건과 관련 없다고 주장하지만 금감원 칼끝이 궁극적으로는 어 회장을 겨냥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근 감사원이 내놓은 산업은행에 대한 감사 결과는 강만수 회장을 향한다. 감사원은 강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산업은행의 소매금융 확대 정책이 은행에 큰 손실을 초래했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 점에서 거취 표명 신호탄은 강 회장이 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관료들도 강 회장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점을 들어 조만간 진퇴를 결정하리라고 예상한다.

강 회장이 그만두면 줄 사퇴가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강 회장 스스로도 자신이 물러나면 주요 금융공기업 CEO가 줄줄이 옷을 벗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섣불리 거취 표명을 못하고 정부 방침을 기다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어 회장은 임기가 올 7월까지라는 점에서 임기 만료와 함께 자연스럽게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할 공산이 크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이들의 줄 사퇴를 염두에 두고 ‘누구누구가 뛴다’는 말이 파다하게 퍼진 상태. 구체적인 실명이 거론되기도 한다. 주로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위해 앞장선 금융권 출신 인사들 이름이다.

하지만 후임 인선 과정에서 또 다른 낙하산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낙하산 인사를 물러나게 한 뒤 또 정치적 배경으로 CEO를 선임하면 악순환의 반복일 뿐이기 때문이다.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과 관련 있는 사람을 선임하는 낙하산 인사가 다시 재현될 개연성이 높아졌다”면서 “신 위원장이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을 금융기관장으로 선임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코드 인사를 예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때문에 금융전문성을 기준으로 누가 봐도 수긍할 수 있는 인물을 후임 인사로 지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젊은 금융인에게 희망을 주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내부 출신을 중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주간동아 880호 (p28~30)

김진형 머니투데이 금융부 기자 laml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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