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0

2013.03.25

PM(초미세먼지) 2.5 외면 ‘안전 불감증’

대기환경 기준 아닌 美·日 같은 초미세먼지 기준 도입 시급

  •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입력2013-03-22 17: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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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M(초미세먼지) 2.5 외면 ‘안전 불감증’

    초미세먼지 실태는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 사진은 서울시 ‘미세먼지’ 현황 전광판.

    건강을 위협하는 초미세먼지(PM 2.5).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관리 현황은 어떨까. 국내 초미세먼지 측정소는 20곳뿐이다. 2007년 백령도에 들어선 뒤 서울 불광동, 광주 오룡동에 개소했다. 그 후 2010년 1곳, 2011년 7곳, 2012년 9곳이 늘어났다. 환경부는 2013년 7곳, 2014년 7곳, 2015년 2곳을 더해 2015년까지 36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초미세먼지 현황을 알기는 어렵다. 측정치를 실시간으로 공개하지 않을뿐더러, 자료도 드물게 발간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측정 결과는 지난해 8월 국립환경과학원이 백령도, 수도권, 남부권, 중부권 측정소에서 살핀 ‘2011년 연중 초미세먼지 농도 측정치’를 발표한 것이 전부다. 2012년 측정치는 올 하반기에 공개할 계획. 환경부 관계자는 “측정 자료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당장 실태를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은 미세먼지(PM 10) 추이를 보면서 초미세먼지 증감을 짐작할 수밖에 없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미세먼지 가운데 초미세먼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늘 일정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초미세먼지도 많을 수 있다”면서 “미세먼지 자료를 통해 초미세먼지 현황을 예상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실시간 초미세먼지 정보 필요

    다행히 미세먼지의 지역별 현황은 쉽게 알 수 있다. 전국 실시간 대기오염도를 공개하는 에어코리아 홈페이지(www.airkorea.or.kr)에 접속하면 메인 화면에서 바로 확인 가능하다. 가령 ‘주간동아’ 편집실이 있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의 미세먼지 농도를 알고 싶다면 ‘지역검색’ 창에 주소를 입력하면 된다. 그러면 위치상 가장 가까운 ‘중구 측정소’에서 나온 결과가 나타난다. 3월 20일 현재 대기 중 미세먼지 상태는 ‘좋음’. 에어코리아 홈페이지에는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좋음, 보통, 민감군 영향, 나쁨, 매우 나쁨, 위험이 색깔별로 표시된다(자료 참조).



    이 자료는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실시간으로 측정한 것을 통합한 결과다. 현재 각 지자체별 측정소는 인천 21개소, 경기 79개소, 서울 40개소, 강원 11개소, 충북 11개소, 충남 10개소, 대전 10개소, 전북 14개소, 경북 17개소, 대구 13개소, 전북 14개소, 경남 23개소, 울산 15개소, 부산 21개소, 광주 9개소, 전남 16개소, 제주 4개소이다. 이곳에서는 미세먼지 외에도 아황산가스,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오존 등을 측정한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이런 미세먼지 측정 현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반인이 실시간으로 초미세먼지 현황을 알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이종태 고려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짧은 시간만 초미세먼지에 노출돼도 건강에 해로우므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면서 “초미세먼지는 시간적 변이뿐 아니라 공간적 변이도 있기 때문에 측정 장소를 확대해 측정 결과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천 의지 부족한 정부

    PM(초미세먼지) 2.5 외면 ‘안전 불감증’

    실시간으로 전국 미세먼지 현황을 공개하는 에어코리아 홈페이지.

    한편 대기환경 기준을 하루빨리 초미세먼지, 즉 PM 2.5로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이미 선진국 기준과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2011년 3월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해 2015년부터 대기환경 기준을 미세먼지에서 초미세먼지로 변경하기로 했다. 2015년까지 유예한 것은 법 시행 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즉, 초미세먼지 측정 정보, 배출량 정보 및 배출원별 규제 수단 등을 마련하고 이해관계자(사업장, 운행차, 지자체 등)가 대응할 시간을 준 것이다. 물론 제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2015~2024년) 시행 시점도 고려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행 시기를 늦춘 것은 정부가 초미세먼지에 대한 대응 의지가 부족하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한다.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미국도 대기환경 기준을 PM 2.5로 삼고, 연간 초미세먼지 농도 기준을 15㎍/㎥로 제한한다”면서 “우리 정부는 2년 뒤에야 대기환경 기준을 PM 2.5로 삼을 예정인 데다 연간 초미세먼지 농도 기준마저 25㎍/㎥로 높게 설정한 것은 안이한 태도”라고 비판한다. 여기에 이종태 교수는 “당장 신뢰할 만한 초미세먼지 측정 기계가 없어 그 기준 설정을 유예할 수밖에 없다는 정부 의견은 한마디로 실천 의지가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초미세먼지를 다량 배출하는 국내 자동차 산업을 과잉보호하려고 환경을 뒷전으로 미룬 것”이라고 지적한다.

    학자들이 이처럼 PM 2.5를 강조하는 이유는 그 위험성이 실로 크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폐에 도달하는 비율이 통상 미세먼지는 10%인 데 반해, 초미세먼지는 50%나 된다고 본다. 임종한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국민 건강 위해성을 고려한 대기질 개선 효과 분석 방안 도출’ 논문에 따르면, PM 2.5에의 노출은 심혈관계, 호흡기계 영향, 사망률과 확실한 인과관계가 있다. 이뿐 아니라 최근 외국 저명 학술잡지인 ‘환경보건전망’에 PM 2.5 발생 빈도와 저체중아 출생 빈도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학 환경관리학과 교수는 지난해 디젤 차량에 탑승해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의 초미세먼지 노출 현황에 관한 논문을 쓴 바 있다.

    이 밖에도 초미세먼지를 줄이는 방안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본 도쿄가 청정도시가 된 배경에 관심을 둔다. 일본은 현재 대기환경 기준을 PM 2.5로 삼으며, 초미세먼지 농도를 줄이려 힘쓴다. 대표적인 예가 초미세먼지 상당량이 발생하는 디젤 차량에 대한 규제. 임종한 교수는 “도쿄는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디젤 차량이 도시에 진입할 수 없다는 내용의 법안을 시행 중이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업체를 고려해 이 같은 법안을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선진국의 선택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염원 관리를 위해 일본, 중국과 국제 공조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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