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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뭐, 사투리 교정학원이라고?

프레젠테이션·포장마차 안주요리·관광 가이드 등 이색학원 급증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뭐, 사투리 교정학원이라고?

뭐, 사투리 교정학원이라고?

목소리 스피치 트레이닝 전문학원 ‘W 스피치커뮤니케이션’ 수강생들이 발음 교정 훈련을 하고 있다.

40대 후반인 부동산중개업자 김모 씨는 부동산시장 침체로 수입이 줄어들어 고민하다가 부업을 시작했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동네 가게 하나를 싼값에 임차해 실내포장마차를 차린 것. 월급 주방장에게 주방 일을 맡겼으나 걸핏하면 그만두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던 그는 포장마차 안주요리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원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가 한 달 넘게 요리를 배운 뒤 직접 주방 일을 맡았다.

20대 후반인 학원강사 이모 씨는 목소리가 쉽게 갈라지고 쉬는 증상으로 괴로움을 겪다 목소리·스피치 트레이닝 전문학원을 찾았다. 6개월 정도 꾸준히 트레이닝을 받은 뒤 아나운서처럼 말할 수 있게 됐고, 급기야 “동영상 강의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까지 받았다.

취업과 창업 노하우 집중 교습

20, 30대 청년 취업난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각종 국가고시와 자격증 시험에는 응시자가 몰려 수십, 수백 대 일 경쟁률을 기록한다. 40, 50대에 조기 퇴직한 은퇴자까지 재취업 전선에 나서면서 구직자를 겨냥한 다양한 사설 전문학원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직장인에게 프레젠테이션 기회가 많아지면서 프레젠테이션 기획부터 디자인, 발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실습 위주로 가르치는 프레젠테이션 교육 전문학원이 성업 중인가 하면 부사관, 소방·교정직, 교육공무원 양성학원도 인기다. 게임 인력, 사설탐정 양성학원을 비롯해 포장마차 안주요리 전문 강습학원, 목소리·스피치 트레이닝 전문학원, 병원코디네이터 양성학원, 플래너와 마케터, 가이드 등 여행·관광 전문 인력 양성학원 등에도 수강생이 몰린다. 분야를 특화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이들 학원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취업과 창업 등 실전에 필요한 기술 및 노하우를 체계적이고 집중적으로 가르치기 때문이다.



뭐, 사투리 교정학원이라고?

포장마차 안주요리법을 가르쳐주는 한솔외식창업아카데미 수업 모습(위)과 조리 안내서.

인터넷 게시판에는 전문학원 정보를 구하는 구직자와 재직자 글이 여러 건 올라 있다. “서울에서 4개월간 생활하고 있는데 사투리 억양이 좀처럼 바뀌지 않네요. 사투리 교정학원 좀 추천해주세요.” “회사에서 금융상품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어떻게 기획해서 만들어야 할지 막막합니다. 강남 쪽에 좋은 학원 추천 바랍니다.” “엄마와 함께 실내포장마차를 해보려고 해요. 포장마차 안주요리 만드는 학원 좀 알려주세요.”

목소리·스피치 트레이닝을 전문으로 하는 우지은 W 스피치커뮤니케이션 대표에 따르면, 지난가을부터 국제중·고교 지원자와 예비대학생, 구직자 등이 면접에 대비하려고 학원을 많이 찾는다. 직장 내 승진 면접, 프레젠테이션이 활성화하면서 목소리를 다듬고 스피치 기술을 익히려는 사람 등 최근 수강생이 2~3배 급증했다고 한다. 수강생 70~80%는 20, 30대 취업준비생이나 직장인이고, 10대와 40, 50대 팀장급 이상 간부, 최고경영자(CEO) 수강생도 적지 않다. 이들 고민은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하기에 자신이 없고 목소리가 떨리며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것.

책 ‘목소리 누구나 바꿀 수 있다’를 낸 뒤 실전 트레이닝 관련 문의가 폭주하자 3년 전 직접 학원을 차린 우 대표는 “수강생 중에 사투리를 고치려고 방학 내내 서울에서 방을 얻어 생활하는 지방대 학생은 물론, 수주경쟁이 치열해 프레젠테이션에 사활을 거는 디자이너와 건축사도 있다”면서 “목소리가 정말 중요한 시대가 됐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학원에서 만난 30대 후반 여성은 “비즈니스 때문에 사람 만날 일이 많은데 목소리에 자신 없어 고민”이라며 상담을 받았다.

퓨전포장마차 안주요리 강습학원에서 만난 50대 초반 주부 최화미 씨는 “건강 문제로 퇴직한 뒤 다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며 “적은 돈으로 할 수 있는 업종이 뭘까 고민하다 퓨전 실내포장마차는 일반 식당에 비해 초기자금이 별로 안 든다는 얘기를 듣고 학원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후준비 때문에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학원 선택할 땐 꼼꼼히 따져야

10년째 퓨전포장마차 안주요리 강습을 담당해온 김문정 한솔외식창업아카데미 부원장은 “실내포장마차는 33~83㎡ 점포로도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1억 원 미만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다”면서 “창업하려고 요리를 배우러 오는 수강생이 많다”고 전했다. 수강생 10명 가운데 6명이 남성인데, 대부분 군복무를 마친 20, 30대 취업준비생이거나 40, 50대 조기 은퇴자다. 그 밖에 월급 주방장을 두고 실내포장마차를 운영하다 직접 요리를 배우러 오는 경우, 창업 자금이 넉넉지 않아 동업을 염두에 두고 친구와 함께 요리를 배우러 온 경우 등 사연도 제각각이다. 한 반 정원이 15명인데, 등록하려고 대기 중인 사람도 수두룩하다. 실제로 대기자 순번 ‘4번’이라는 40대 초반 남성은 “4월 가게를 오픈하려고 준비 중인데, 그전에 요리수업을 듣지 못하면 계획이 무산된다”며 “대기 순서를 당겨줄 수 없느냐”고 학원 관계자에게 하소연했다.

지난해 말 한국을 찾은 외국인 여행객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내국인의 해외여행 규모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외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여행·관광 관련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학원도 성수기를 맞았다. 한 달 전 문을 연 코스모진관광학원 신창식 주임은 “외국인의 방한 목적이 관광, 비즈니스, 문화체험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차별화한 여행을 원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해외여행에 나서는 내국인 여행객도 주제가 있는 맞춤여행을 선호해 여행·관광 전문 인력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대학에서 관광학을 전공하고 직장을 구하는 취업준비생, 여행에 관심이 생겨 전직하려는 직장인, 여행을 아이템으로 창업하려는 사람, 실무에 부족함을 느끼는 여행사 직원, 은퇴와 상관없이 일할 수 있는 전문직을 원하는 사람 등에게서 하루에도 여러 차례 문의전화가 온다. 그는 “20, 30대 젊은 수강생은 주로 여행 플래너와 마케터 직종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자기 개성과 취향에 맞는 전문성을 획득해 좁디좁은 취업 구멍을 뚫으려는 취업준비생, 그리고 부족한 실력을 채워 치열한 직장 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이 이색 전문학원을 찾고 있다.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실질적인 도움을 받으려면 광고에만 의존하지 말고 직접 발품을 팔아 커리큘럼과 강사진은 물론, 기존 수강생의 평가도 꼼꼼히 따져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주간동아 2013.03.18 879호 (p46~47)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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