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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업의 사회공헌, 엄청 남는 가치투자죠”

주말 사회봉사 200회 맞은 한미글로벌 김종훈 회장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기업의 사회공헌, 엄청 남는 가치투자죠”

“기업의 사회공헌, 엄청 남는 가치투자죠”
‘김종훈 모임.’ 말 그대로 이름이 김종훈인 사람들이 2010년 초부터 정기적으로 자리를 함께 해온 모임이다. 물론 전국의 모든 김종훈이 모이는 건 아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김종훈 의원과 인천대 경영대 김종훈 교수,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지낸 김종훈 변호사, 한미글로벌 김종훈 회장이 멤버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사퇴한 김종훈 벨연구소 사장도 한때 ‘영입 대상’이었다고. 오늘 주인공 김종훈 회장은 이 동명이인 모임에서 최고 연장자다. 한국 건설업계에 ‘건설사업관리(Construction Management·CM)’라는 개념을 정착시킨 당사자로 잘 알려진 김 회장을 만난 이유는 최근 한미글로벌이 주말 자원봉사 200회를 기록해서다. 회사 창립 이래 17년간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매월 넷째 주 토요일마다 진행한 봉사활동이다. 누적 참가 인원 6만5000명, 시간으로는 46만 시간을 가뿐히 넘어선다. 400명 남짓한 직원이 연간 10회 참석했다니, 모든 구성원이 1년에 한두 차례 빼고는 꼬박꼬박 참석한 셈이다. 물론 김 회장 본인도 해외출장 같은 불가피한 사정이 없는 한 ‘필참’이다.

귀중한 휴일에 격의 없는 소통

“시작은 삼성물산에서 일하던 1980년대였죠. 서울대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부하직원들과 명절 무렵 봉천동 일대 쪽방촌을 찾아 노인들을 보살피곤 했는데, 그게 기분이 꽤 괜찮더라고요(웃음). ‘아, 이건 앞으로도 계속 해야겠구나, 얻는 게 더 많은 일이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했던 것 같아요.”

1996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건설사업 진행 과정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전문회사 한미파슨스를 창립하면서 그는 당시 결심을 본격적으로 행동에 옮긴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곳곳 사업현장 인근에 자리한 복지관 등을 찾아 주로 장애아동과 노인의 나들이나 목욕, 식사준비를 돕는 일이 ‘주 종목’이었다고. 한미글로벌로 회사명을 바꾼 후에도 직원들의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귀중한 휴일에 봉사하는 만큼 대체휴가를 지원하는 것은 회사 몫이다.

“금전적으로만 생각하면 낭비가 아닌가 싶지만, 회사로서도 실제로 얻는 게 더 많아요. 봉사현장에서 직원들이 함께 땀을 흘리고 한솥밥을 지어 먹는 과정에서 직급이나 업무에 상관없이 서로 격의 없는 소통이 이뤄지거든요. 경영학에서 말하는 ‘비공식 커뮤니케이션(informal communication)’이랄까요. 그 과정에서 얻는 좋은 에너지나 조직에 대한 자긍심은 쉽게 얻을 수 없는 메리트죠. 아이들을 데려오는 직원이 적지 않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죠.”



현장 봉사로 시작한 한미글로벌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지금은 다양한 모습으로 가지를 쳤다. 먼저 전 직원이 매년 급여의 1%를 모아 사회공헌기금으로 기부하고, 회사는 그렇게 모인 기금의 2배를 기부하는 ‘더블 매칭 그랜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조성한 연 30억 원 안팎의 기금은 직급에 관계없이 모인 자원봉사리더 40여 명이 매달 한 차례 사회공헌위원회 회의를 열어 쓸 곳을 결정한다. 2010년에는 ‘따뜻한 동행’이라는 이름의 사회복지법인을 별도로 설립해 장애인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 등 30여 개 기업 및 단체와 연합 사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봉사가 직원에게 또 다른 일처럼 무겁게 느껴지지 않을까. 슬슬 피어오르기 시작한 ‘직업적 의심’은 창립 이후 수차례 ‘훌륭한 일터상’을 수상했다는 기록 앞에서 금세 갈 곳을 잃는다. ‘구성원이 회사의 주인이다’라는 모토와 ‘유토피아 경영’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외환위기 당시에도 한 명의 인력 퇴출 없이 넘겼다는 것. 자녀 수에 상관없이 대학등록금까지 지원한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부러워할 만하다 싶기도 하다.

“요즘은 다들 너무 남발하는 감이 있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더불어 잘살기랄까요. 우리 회사가 가진 특기를 활용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죠. 2003년부터 전국 복지시설, 도서관, 재활센터 등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일에 참여하는 것도 이 때문이고요. 우리가 무상으로 지어 기부하는 경우도 있고, 저가로 사업을 맡거나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는데, 전액기부 사업을 점차 늘려가는 중입니다.”

한국의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나오려면

“기업의 사회공헌, 엄청 남는 가치투자죠”

한미글로벌 직원들이 그간 진행해온 다양한 봉사활동 모습.

봉사현장에 나가면 가장 마음이 쓰이는 이들이 정신지체 아동이라고 김 회장은 말한다. 유년기에는 장애인학교 등 전문시설에서 도움을 받지만 졸업하고 나면 사회적 도움으로부터 소외되는 일이 잦다는 것. “장애인을 위한 인프라야말로 선진국 척도”라고 말하는 그는 회사가 짓거나 리모델링한 장애인 시설이 이를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한다.

“우리가 후원한 현직 교사 한 분은 후천성 하반신 불수 장애인이었어요. 직립이 가능한 휠체어를 지원해드리니 칠판에 글 쓰는 일이 가능해졌죠. 눈 움직임으로 작동하는 개인용 컴퓨터(PC) 같은 첨단보조기구를 지원받으면 일반인보다 탁월한 업무능력을 발휘하는 분도 많아요. 적은 지원으로 더 큰 효용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이죠. 사회 전체로 보자면 남는 게 훨씬 많은 일종의 투자라고 해도 좋고요.”

한미글로벌의 주 사업 분야인 CM이란 ‘주어진 시간과 예산 안에서 정해진 품질기준에 맞춰 건설사업을 끝낼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일’을 말한다. 즉, 건축주를 대신해 설계와 시공 등 건설사업 전 단계를 챙기는 것이 CM의 임무다. 그가 요즘 들어 자주 강조하는 말이 “사회공헌활동에도 CM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 같은 경영기법을 사회사업에도 적용해 당초 목표한 바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꼼꼼히 평가해나가는 식이다.

“MBC와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일이었어요. 각계각층에서 기부금은 모아놓았는데, 이것을 체계적으로 집행할 조직이나 주체가 마땅치 않은 거죠. 사업 자체는 우리가 하기에 너무 작았지만 결국 맡기로 결정했던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십시일반 모은 성금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으로, 낭비 없이 수요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거죠.”

소외계층을 돌보는 일은 기업이 정부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김 회장의 지론 역시 같은 이유에서 나왔다. 공조직보다 능률적으로 사업을 관리하는 기업 특유의 강점은 사회공헌에서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처럼 거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문화도 자기 돈이 허투루 새나가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기업의 사회적 구실에 대한 공감대가 한국 사회 곳곳에 동심원처럼 퍼져나가길 기대한다”는 김 회장은 “내게서 받은 영향 때문인지, 작은딸이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뒤 평생 직업으로 삼기로 했다”며 웃어 보였다. 깐깐하고 철저하기로 소문난 건설사업관리 전문가의 눈매에서 피어오른 가장 흐뭇해 보이는 미소였다.



주간동아 2013.03.18 879호 (p36~37)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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