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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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맛 술맛 떨어지는 민주당?

야당 존재감 상실 지지율 계속 하락…등 돌린 민심 잡기 설이 무서워

  • 전예현 내일신문 정치팀 기자 whatisnew@naver.com

    입력2013-02-04 0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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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맛 술맛 떨어지는 민주당?

    1월 16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故 노무현 대통령 묘를 참배한 뒤 방명록을 쓰는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민주통합당(민주당)이 ‘설 밥상머리’에서 밀려날 위기에 놓였다. 설 밥상머리는 온 가족이 모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자리. 여기서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가 바로 ‘정치 뉴스’다.

    이 자리에서 어떤 정치인이 주목받고, 어떤 평가를 받느냐는 여론 흐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예로부터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이 설 밥상머리에 오를 이야깃거리를 만들려고 촉각을 곤두세운 이유도 그래서다.

    그런데 올해는 민주당이 설 밥상머리에 오를 수 있을지조차 의문스럽다. 대통령선거(대선)에서 패한 이후 관심을 끌 통로였던 비상대책위원회가 크게 주목받지 못한 데다, 당 지지율까지 추락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언론 뉴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당을 맴도는 ‘안철수 딜레마’

    이렇다 보니 야권 지지층 바닥에서는 “좋은 자리에서 민주당 얘기는 아예 꺼내지 마라”는 한탄까지 나온다. 명절 밥상에서 민주당 지지층이 할 말이 있으려면 야권 존재감이 부각되거나 차기 대선주자라도 보여야 하는데, 현재로선 이 두 가지 모두를 민주당에서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관심을 끄는 민주당 관련 뉴스 키워드는 아이러니하게도 안철수다. 안철수 전 대선 무소속 후보를 둘러싼 논란이 민주당 혁신안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이다. 정작 안 전 후보는 미국 출국 후 공식석상에서 잠적했는데, 민주당의 ‘안철수 프레임’은 여전히 유효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예로,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 보고서 ‘안철수 현상과 대응 방향’은 대선 패배 책임론과 전당대회를 앞둔 주도권 다툼 논란 등에 다시 불을 붙였다. 이 보고서는 안 전 후보를 ‘정치적 아웃사이더’로 규정했다.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 비교하면서 “당선되지 못한 정치적 비주류”라고 풀이했다.

    또 안철수 개인을 민주당이 품는 것이 당장에는 ‘안철수 현상’과 안철수 세력을 가장 손쉽게 얻는 방법이겠지만, 결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남한테 의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한 민주당” “안철수에게 빌붙어 살아남으려는 사람들로 치부되는 것이 현실” 등 날카로운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이 보고서 내용은 일부분 설득력을 지닌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보고서 맥락과 관련해 ‘안철수 현상’과 지지 세력이 형성된 원인을 규명하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보고서는 ‘민주당 자강론’을 제시한다.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안철수 개인의 입당 여부나 아직 창당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과의 관계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정치개혁을 주도하고 제대로 된 민주당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이 보고서 배포 시기와 의도에 대해서는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 평가 기간에 이런 보고서를 의원들에게 배포한 것은 대선 패배 책임자들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책임을 면탈하려는 꼼수 아니냐는 얘기다.

    보고서 일부 내용이 야권 지지층의 냉소를 더 자극하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보고서에서는 안 전 후보에 대해 “출마, 단일화에 대한 태도 표명을 늦춤으로써 정권교체 우선층의 이반을 초래” “‘간철수’라는 말이 회자된 것은 정권교체를 우선시하는 유권자층에 피로감을 주었음을 보여줌”이라고 혹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과정에서 일부 당원이 안 전 후보를 비판해 협상 자체가 깨질 위기에 처했던 일을 벌써 잊었느냐”며 “야권 지지층 마음이 아물기도 전에, 민주당 반성의 진정성이 받아들여지기도 전에 이런 보고서를 이 시기에 배포한 의도가 무엇인지 상당히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출신 한 자치단체장도 “정치적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기 어려워 조심하고 있지만, 당 대응방식에 불만이 많다”면서 “안철수가 아닌, 민주당 깃발로 지방선거에서 당선한 자치단체장 처지를 당이 모른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설을 앞두고 민주당 고민이 더 깊어진 이유는 민심 흐름이 설 전후로 바뀔 뚜렷한 징후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 지지율은 20%대까지 추락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1월 21~25일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29.0%. 새누리당 지지율 49.8%에 20.8%p 뒤졌다. 대선 전 당 지지율이 42%까지 상승한 점을 고려할 때 이런 결과는 민주당에게는 매우 아픈 대목이다.

    야당 측 기회 요소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실수가 남았지만, 박 당선인은 아직까지 ‘허니문 효과’를 보고 있다. 박 당선인은 이명박 정권의 마지막 설 특별사면(특사) 논란,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 등 악재를 겪었지만, 이것이 민주당의 존재감 부각으로 직결되지는 않았다.

    “박근혜 때리기는 아니다”

    밥맛 술맛 떨어지는 민주당?

    1월 16일 부산 영주동 부산민주공원을 찾은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사죄와 참회의 삼배를 하는 모습.

    특사 문제의 경우 박 당선인이 이명박 대통령과 선을 그어 오히려 정권 출범에 앞서 ‘차별화’ 기회로 활용한 측면도 있다. 사면 정국에서 주인공은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이었지, 야권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 역시 야권 선전으로 일군 결과라고 보기 어려워 민주당에 대한 민심을 돌리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추세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이 최근 박 당선인과 인수위를 비판하는 데 열을 올리는 것에 대해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대선캠프 출신 한 고위관계자는 “민주당이 또 ‘반사이익당’이 될까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박 당선인 지지율이 내려간다 해도 민주당 지지율이 오를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집중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여론조사 흐름에서 교훈을 찾자면, 2011년을 참고할 만하다. 총선, 대선 국면이었던 2012년 특수성을 제외하고, 내일신문과 디오피티언이 실시한 2011년 설 전후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대통령과 여야에 대한 민심 반응 키워드를 엿볼 수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1월 21일 이른바 ‘아덴만 여명 작전’에 성공했고, 그달 말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53.6%를 기록했다. 그해 최고 지지율이다. 이 시기에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 과정을 TV에서 연일 보도했고, 여야를 넘어 대통령에 대한 칭찬이 쏟아졌다. 특히 ‘아덴만 여명 작전’은 극적 스토리로 인해 그해 2월 초 설 밥상머리에서 단연 뉴스거리였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설 밥상머리에서 밀려났고, 그달 말 당 지지율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설을 앞둔 1월 말 민주당 지지율은 25.7%였지만, 설이 지난 2월 말에는 19.1%까지 하락했다. 그만큼 설 민심은 무섭고도 냉정한 결과로 이어졌다. 존재감 없는 야당은 추락을 피하기 어렵다.

    밥맛 술맛 떨어지는 민주당?

    한상진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가운데)이 1월 22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대선평가위원회 1차 회의에서 위원회 활동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그해 성공 키워드를 잡기도 했다. 정권 실정만 비판한 것이 아니라, 야성적 도전과 신선한 인물을 내세워 민심의 반전을 이끌어낸 계기가 바로 4·27 재·보궐선거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경기 분당에 당대표 손학규를 출마시켰고, 강원도에서는 ‘한나라당 엄기영 대 민주당 최문순’ 구도를 만들었다. ‘별 볼일 없는 민주당’이 ‘도전하는 야당’으로 인정받았으며, ‘분당대첩’은 물론 강원 역전극에도 성공했다. 이 민심을 반영한 5월 1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7.3%로 1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나라당(32.2%)과의 격차도 5%p로 좁혔다.

    만약 민주당이 당시 일각의 주장을 받아들여 분당에 깜짝 외부 유명 인사를 급히 영입했거나, 강원도에 당 주류를 배치했다면 극적인 역전승은 어려웠을 것이다. 아무리 민심이 현 정권에 분노했더라도 과거 관행을 따르는 야당에 표를 몰아줄 유권자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2011년 상황처럼 2013년 설 전후에도 민주당의 존재감은 너무 약하다”며 “지금 야당이 보여줘야 할 모습은 박근혜 때리기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권 초기부터 싸움만 하는 야당, 안철수만 바라보는 정당 모습을 보인다면 제2 안철수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심은 야당에 ‘메시아 해바라기’나 ‘정권 실정 반사이익’을 더는 바라지 않으므로 뼈를 깎는 혁신을 실천하라는 주문이다.

    “제발 이쁜 짓 좀 하라”

    이른바 ‘안방 민심 기대기’ 구태를 과감하게 버리라는 조언도 나온다. 서민층과 호남 유권자는 당연히 민주당을 찍으리라는 환상을 버리라는 것이다. 정진우 민주당 전략기획위 부위원장은 “이번에 진지한 성찰을 하지 못하면 호남에서도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은수미 비례대표 의원은 “민생현장에 대한 당 접근성을 근본적으로 높이고, 지역 및 현장 풀뿌리 조직과 결합해야 한다”면서 ‘민생위원회’ 신설을 제안했다.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의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았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민주당의 고질병을 정면으로 건드렸다. 그는 최근 민주당 초·재선 모임 ‘주춧돌’이 진행한 세미나에 참석해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생활정치 어젠다를 새누리당에 뺏긴 채 이념적인 부분만 강조했다”고 지적하면서 “새 지도부가 계파정치를 타파한다 해도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경고했다. 이어 “민주당의 변화한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국민은 제3 대안을 찾으려 할 것이므로 심각하게 환골탈태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호남지역 한 민주당 관계자는 설 민심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이러다가 설 밥상머리에서 민주당이 꼬막만도 못한 신세가 되는 건 아닐지 걱정이오. 민주당은 최소한 술자리 안줏거리라도 되도록 ‘이쁜 짓’ 좀 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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