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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대북 강경파 입김이 훨씬 셌나

최대석 사퇴로 한반도 외교·안보정책 ‘먹통’ 논란 가열

  •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jdkim2010@naver.com

대북 강경파 입김이 훨씬 셌나

대북 강경파 입김이 훨씬 셌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의 안갯속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인수위에 접수된 온라인 국민제안 내용은 비공개고, 부처 업무보고 내용은 제목만 발표한다. 인수위원 인선도 밀봉된 봉투로 전달돼 어느 누구도 인선 경위를 알 수 없다. 언론도 인수위 활동 자체에 큰 의미를 두는 것 같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 나오는 일이 거의 없이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리모트 컨트롤한다. 조용히 내실을 기하겠다는 의도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야권과 진보 진영이 더 충격

권력 내부 일에 대해 국민 시선을 차단하는 이 같은 자세는 중국공산당 정치국이나 상무위원회와 비슷하다. 중요한 사항은 상무위원회에서 결정하되 결정이 어려우면 막후실세인 국가 원로에게 지침을 구하는 권력 운영 방식이다. 사실 이런 권력 운영 방식은 개방적인 민주국가에선 거의 불가능하지만 대단히 효율적이고 일사불란하다는 장점을 지닌 것만은 사실이다. 또한 민주주의는 시끄럽고 번거로우며 소모적인 절차와 과정을 수반하지만, 일당독재 국가는 그런 소통보다 권력을 추구하게 마련이다. 지금 인수위가 이 정도라면 2월 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얼마나 권위주의적인 행보를 이어갈지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인수위가 국민 시야 밖으로 모습을 숨긴 채 연일 철통보안을 강조하던 1월 13일, 차기 정부의 외교통일 정책을 주도할 핵심 인물로 꼽히던 최대석(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위원이 갑자기 사퇴하면서 인수위에 대한 세간의 의문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인수위원이 사퇴했는데 그 사유를 전혀 밝히지 않은 채 “일신상 사유라고만 알아달라”는 고압적인 브리핑이 지속되자 기자실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임명된 지 열흘밖에 안 된 정무직 고위공직자가 물러났다는 것은 사적 사유라 해도 국가 정책에 미치는 공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더 큰 혼란이 없도록 그 사유를 밝히는 것이 마땅하다는 게 언론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실제로 최 위원의 사퇴가 발표되자 정작 충격을 받은 측은 야권과 진보 진영이었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근혜 캠프에서 대북정책과 관련해 말이 잘 통하는 유연한 인사였는데 돌연 사퇴했다는 것은 충격”이라면서 “차기 정부 대북정책이 강경으로 선회할 소지가 커 우려된다”고 밝혔다. 물론 인수위 측에선 “박근혜 당선인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최 교수 한 사람이 만든 게 아니라 당선인의 철학을 반영해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든 것인 만큼, 한 사람이 빠진다고 해서 흔들릴 성격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세간의 시선은 다르다. 후임으로 거론되는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홍용표 한양대 교수, 백승주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대북정책에서 유연한 면이 있지만 최 교수에 필적할 만한 중량감이 없다는 지적이다. 적어도 유연한 대북정책 기조를 주도할 적임자가 현재로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인수위 안팎에서는 “최 위원의 사퇴는 일신상 사유가 아니라 5·24조치 해제 등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논쟁에서 강경파가 승리한 것”이라는 정치적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외부의 의문에 대해 인수위는 일절 말이 없다.

최 교수가 사퇴할 무렵 국방부가 첫 업무보고 부처로 선정된 데 반해, 통일부는 비교적 후순위인 1월 16일로 밀려났다. 차기 정부가 안보를 전면에 내세우고 대북협력은 점진적으로 추진할 개연성이 높을 것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안보는 현재 과제고, 남북관계 개선은 중·장기적 과제로 인식하는 일단의 시각이 드러났다는 해석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안보를 강조하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차기 정부에서 우리가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면서 새로운 평화질서를 구축하려면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가시적인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 북한을 비롯한 주변국이 지난해 우리 대통령선거(대선)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박 당선인에게 대화 손길을 내민 이유도 그만큼 한국 차기 정부 초기의 외교·안보정책이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의미가 크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작 차기 정부의 전략 두뇌라 할 수 있는 인수위가 집권 초기에 즉각 시행해야 할 외교·안보전략을 명확히 정의하지 못한 채 무색무취의 모호하고 막연한 절충적 이미지를 안고 간다면, 집권 초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발언권은 위축되고 주도권을 잃을 공산이 크다. 이 점이 최 위원 사퇴가 몰고 올 후폭풍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기 도입 과정 의미 있는 사건

‘꼿꼿장수’로서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김장수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도 재평가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김 간사는 국회의원 시절이나 대선 기간 중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한 적이 없다. 북한에 식량 같은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점을 고려하면 군 출신 중에는 유연한 편에 속한다. 게다가 남북 장관급 회담을 경험한 장관 두 명(조성태, 김장수) 가운데 한 명이라는 점도 북한에 대한 남다른 인식을 짐작게 한다. 인수위에 입성한 후 김 간사는 군복무 18개월 단축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인수위 진입 일성으로 “한국군의 800km 미사일 전력 조기 확보”를 주장했다. 단순히 미사일 전력 확충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공군의 차기전투기, 고고도무인정찰기 확보에 견제구를 날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초고가의 첨단전력으로 북한을 타격하는 것보다 지상군 전력으로 대북 억지력을 발휘한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그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연합방위의 공백을 보완한다는 차원에서 한미연합전투참모단을 활용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무기 도입과 관련해 최근 의미 있는 사건이 벌어졌다. 방위사업청은 인수위에 업무보고를 한 지 이틀이 지난 1월 15일 해군이 해외에서 도입하는 해상작전헬기 입찰에서 당초 유력하던 미국제 MH-60R가 탈락하고 영국제 AW-159(와일드캣)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핵심 무기사업에서 유럽 무기가 미국 무기를 누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 헬기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이유가 따라붙기는 했으나 정부 예산 절감에 적극적인 인수위가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등 충격 여파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이 사건은 곧 이어질 대형무기 도입과 관련해서도 “반드시 미국제가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만큼 물밑에서는 인수위가 차기 권력으로서 이미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선을 집중시킨다.

정작 대북정책 논쟁은 1월 2일 천영우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기자실에 나타나 “북한이 쌀과 비료를 남북 정상회담 대가로 요구한 데 대해 우리가 불응하자 천안함 폭침이 일어났다”고 발언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 말이 알려지자 여권 핵심부는 즉각 2010년 중국 베이징과 싱가포르에서 김양건 북한 조선노동당 부장을 만나고 온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에게 “천 수석 말이 사실이냐”고 확인했다. 이에 임 전 실장은 “천 수석 말은 사실무근”이라고 명확히 밝히면서 “북한이 정상회담 대가를 요구한 적이 없는데 천 수석이 왜 그런 말로 차기 정부 발목을 잡으려는지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편 천 수석은 이와 관련해 추가 해명은 하지 않았지만, 차기 정부가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표방하며 국방비를 줄이고 대북정책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한 반감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청와대는 국방예산은 삭감하면서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일명 택시법)으로 추가 재정 부담을 지운 데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혔으며, 이명박 대통령은 택시법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 문제는 현 정부와 차기 정부 사이에서 갈등 요소로 부각될 소지가 크다. 한편 박근혜 당선인 쪽으로 기운 여권 핵심부는 천 수석의 발언이 알려지자마자 “국방예산 삭감은 안보를 소홀히 한 것이 아니라 국방부가 국회를 설득하지 못한 결과”라며 그 이상의 논란을 차단했다.

통일 시대 비전 여러모로 의문

대북 강경파 입김이 훨씬 셌나

해상작전헬기 영국제 AW-159(와일드캣).

천 수석과 임 전 실장의 신경전은 사소해 보이지만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차를 드러낸다. 천 수석은 한 일간지에서 이명박 정부 5년에 대해 “남북관계에서 원칙을 세운 정상화 과정이었다”고 밝힌 바 있고, “남북관계는 (군사력에 의한) 억지를 바탕으로 형성돼야 한다”는 강경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반면 임 전 실장은 이명박 정부 초기 대북 비밀접촉을 수행하다 권력 내부의 강경파로부터 견제를 받고 비밀접촉이 중단되는 수모를 겪었다. 임태희, 류우익으로 대표되는 현 정권 대북협상파는 지난 5년간 남북 긴장과 대립으로 인한 피로감을 의식하며 차기 정부에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이러한 인수위 바깥의 ‘장외 대북정책 논쟁’은 어떤 식으로든 인수위 내부의 고민으로 연결돼 있을 것이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안보 문제로 미묘하게 신경전을 벌이는 동안 인수위는 최대석 위원의 중도하차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났고, 외교·안보정책의 뚜렷한 지향점을 발견하지 못한 채 망망대해에서 표류 중이다. 이명박 정부의 한계를 한 번에 돌파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차기 정부가 주도할 수 있는 비전, 철학, 전략이 제대로 준비됐는지 여러모로 의문이다. 노태우 정부처럼 집권 초 ‘민족자존과 통일 시대’에 대한 지향점을 설정하고 북방정책과 남북협력이라는 신기원을 개척한 보수 정부의 외교·안보 역량을 갖췄는지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다.

최근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이 군사 대결로 치닫고 있다. 주변국은 동북아에서 각기 자신의 발언권을 행사하려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북한을 비롯한 주변 위협을 관리하면서 남북협력과 통일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비전과 추진력, 시스템이 있는지 여러모로 의문이다.



주간동아 2013.01.21 872호 (p48~50)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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