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2

2013.01.21

뛰어난 효능만큼 가짜도 수두룩

보이차

  • 김대성 한국차인연합회 고문·차 칼럼니스트

    입력2013-01-21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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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뛰어난 효능만큼 가짜도 수두룩

    <b>보이차 제다법</b><br>보이차는 윈난성 지역의 잎 큰 대엽종이나 쓰촨성 지역에서 생산하는 중엽종으로 만든 후발효차다. 솥에 넣어 생잎에 든 효소를 파괴한 뒤 비비기를 하는 녹차기법으로 만들어 쌓아놓고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게 한다. 찻잎을 오랜 시간 발효하면 검은색으로 변해 흑차라고도 부른다. 우려낸 탕색은 갈황색 또는 갈홍색을 띠며, 독특한 향미를 지녀 달콤하고 화한 맛이 목에서 돌아 나온다.<br><b>우리는 요령</b><br>차를 잘게 부숴 3g 정도 찻주전자에 넣은 뒤 뜨거운 물을 가득 부어 그 물로 잔을 데운다. 이를 세차라 하는데, 이렇게 먼지를 씻어내면 차맛이 한결 맑다. 그다음 뜨거운 물 150cc를 부어 5∼10분 뒀다가 따라 마신다. 10번을 우려 마셔도 맛이 그대로인 신비한 약차다.

    서울 인사동 차 가게나 전국 찻집은 물론, 심지어 사찰 승방에서도 중국차인 보이차(普茶·푸얼차) 열풍이 분 지 오래다.

    보이차는 중국 윈난성(雲南省) 푸얼현에서 따온 이름으로 윈난성 주변에는 1000년, 2000년 된 잎 큰 차나무들이 살아 세계 식물학자들이 차 원산지로 본다. 또한 윈난성 남부 푸얼지구(地區)에서 생산한 차를 티베트나 신장성, 칭하이성 등 주로 육식을 하는 중국 서부지역으로 운송하는 길목이어서 세계적인 차시장이 형성된 곳이며, 차와 말을 교환하는 다마무역(茶馬貿易)이 이뤄진 장소였다. 보이차는 명나라 말기부터 널리 알려져 청나라 때는 중국 황실에 진상되는 차로 이름을 날렸다.

    보이차는 인체에 유익한 폴리페놀, 비타민, 아미노산, 알칼로이드 함량이 풍부하다. 또한 탄닌 성분이 세균과 결합해 단백질을 응고시켜 세균 번식을 막아 윈난성 지역의 암 발병률이 중국 전체의 1/2 수준으로 낮다는 통계도 있다. 변비 해소와 소화 기능 촉진에도 뛰어난 효과를 보이며, 한때 다이어트 차로 홍보해 소비를 부추기기도 했다.

    조선후기 문장가 김려(金·1766∼1822)는 그의 문집 ‘담정유고(潭庭遺稿)’에서 “보이차, 용단차 수준은 쌍정차를 뛰어넘지. 돌샘물 한 사발 끓이니 게눈(물이 끓을 때 생기는 거품을 게 눈을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 향기로운 안개 뿜네”라고 했다. 또한 독창적 서체로 유명한 추사 김정희, ‘동다송’을 지은 초의선사도 보이차를 마신 흔적을 남겨 보이차가 일찍이 우리나라 문인이나 승려 사회에서 즐겨 마시던 차였음을 알 수 있다.

    보이차의 특징은 만든 지 오래될수록 맛과 약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푸얼현 주변 소수민족들은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대나무통에 찻잎을 넣어 땅속 깊은 곳에 묻어 숙성해놓은 뒤 그 아이가 커서 시집갈 때 혼수품으로 보내는 풍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약을 구할 수 없던 오지에서 차는 가정상비약이었다. 또 할아버지가 젊어서 만든 차를 손자가 먹어야 제맛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보이차는 프랑스 포도주처럼 오래 묵힐수록 좋다는 일화도 여럿 보여준다.



    뛰어난 효능만큼 가짜도 수두룩
    보이차를 내놓으면서 “이 차는 50년, 100년 된 차”라고 예사롭게 말하곤 하지만 50년, 100년 된 차가 있으면 박물관에 보관하기 때문에 그만큼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 현지 사람의 설명이다. 전통 방법대로 만든 보이차는 약성이 뛰어나 세계적인 차 상인들이 진품을 구하려고 푸얼현에 모여든다. 약삭빠른 차 제조업자들은 1973년 차 인공 숙성법을 개발해냈다. 찻잎에 물을 뿌려 실내에 쌓아놓은 뒤 일주일 정도 발효시켜 속성으로 만든 차를 습창(濕倉)법 보이차라고 부른다. 이렇게 급조해 만든 차는 맑은 맛이 적고 차색도 탁하다. 무늬만 보이차인 것이다.



    차향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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