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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년 남성 자살 급증 ‘워커홀릭’에 빠지지 마라”

‘무한도전 정신과 주치의’ 송형석 박사

  • 이윤진 객원기자 nestra@naver.com

“중년 남성 자살 급증 ‘워커홀릭’에 빠지지 마라”

“중년 남성 자살 급증 ‘워커홀릭’에 빠지지 마라”
새해 벽두부터 전 프로야구 선수 조성민 씨의 자살 소식이 언론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조씨의 자살 관련 뉴스에는 유명인의 자살 후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매우 낯익은 용어도 등장했다. ‘베르테르 효과’다. 유명인이 자살하면 따라 죽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조씨의 자살 뉴스를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방 자살’을 할까를 걱정했다. 그러고 보니 계절적으로도 위험하다. 얼마 있으면 우울증이 심해진다는 환절기가 다가오고, 조금만 더 있으면 자살률이 높아진다는 봄이지 않은가.

베르테르 효과가 위력을 발휘하기 전, 우울증과 자살의 계절로 넘어가기 전 자살에 대해 좀 더 소상히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송형석 박사를 만났다. MBC TV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정신감정편’에 출연해 의사답지 않은(?) 외모와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심리 분석으로 주목받았던 송 박사는 얼마 전 만화잡지 ‘윙크’에 연재했던 본인 만화를 담아 심리치료 에세이 ‘까칠하게 힐링’(서울문화사)을 펴냈다.

자살 충동은 일종의 현실도피

TV 토크쇼를 보면 많은 유명인이 “어려웠던 시절 자살 충동을 경험했다”고 고백하는 것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사업 실패, 이혼, 자식의 죽음, 사기, 악성댓글(악플)을 통한 대중 비난 등 그들이 전하는 ‘죽고 싶었던 일들’을 들어보면 실제 자살자들의 자살 이유와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똑같이 ‘힘든 일’을 겪고도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는 것일까.

송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내 상대방에게 조언을 구하는 유형이다. “이런 유형은 자기 말에 따라 상대방이 위로나 조언을 하려 들면 기분이 좋아졌다는 반응을 보이며 금세 대화를 끝내려 한다”면서 “이런 식의 대화가 반복되다 보면 상대방이 자연스럽게 ‘질린다’는 반응을 보이는데, 그런 반응을 보인 순간 ‘역시 그렇지’ 하는 자기 비하에 빠지면서 자살 시도를 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둘째는 ‘죽고 싶다’ ‘힘들다’는 말에 해결책을 제시해줘도 ‘못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유형이다. 이런 사람들은 도움을 주려 해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닌다. 셋째는 자신의 정신상태나 감정, 분노 이유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면서 막연하게 죽고 싶다고만 이야기하는 유형이다.

“자살 의사를 표출하는 방법이나 주위 사람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은 다르지만 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죽고 싶을 만큼 큰 고통을 떠안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고, 스스로 자신의 괴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사고를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떠안은 고민에 대해 그 원인을 알아내려 애쓰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으려는 의지를 갖는 것이 삶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문제 해결 의지가 없는 사람이 자살을 마음에 품을 경우, 그로 하여금 스스로에 대한 패배감과 사회나 주변에 대한 편견을 깨고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마음을 먹도록 설득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자살 충동을 털어놓는 사람에겐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송 박사는 조언한다.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하면 오히려 그 감정에 이용당할 우려가 있습니다. 필요할 때 조언을 구하고, 결국 그대로 따르지도 않으면서 우울해졌을 때 또다시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상대방이 지쳐 소홀한 태도를 취하거나 손을 놔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 순간 자살자들은 ‘역시 그랬어’라고 생각하면서 삶을 놓아버리죠. 이때 남은 사람의 죄의식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래, 그렇게 힘들면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라며 살짝 거리를 두고 자살자 심리에 동조하는 것이다. 그렇게 소통 여지를 남겨놓은 채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라고 충고한다.

“전문의나 전문상담사, 인터넷 자살예방 핫라인, 자살예방센터 등 전문적으로 상담해줄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을 찾아 조언을 구하고,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자살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죽음은 해결 아닌 또 다른 짐

“중년 남성 자살 급증 ‘워커홀릭’에 빠지지 마라”

1월 5일 자살로 생을 마감한 전 프로야구 선수 조성민의 영결식.

송 박사는 “최근 몇 년간 자살 실태를 살펴보면 중년 남성의 자살이 점점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살 시도를 하는 횟수는 여성이 더 많지만, 자살 성공률은 남성이 더 높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남성은 죽겠다고 마음먹으면 정말로 죽어버린다는 것이 문제죠.”

그는 “남성의 자살 이유는 대부분 ‘일’과 관련돼 있다”면서 “남성은 일에서 실패하거나 일터에서 쫓겨나거나 일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경우 좌절하고, 우울증에 빠지며, 자살을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남성은 평생 가정까지 등한시할 정도로 일에 매진하며 살기 때문에 일에서 실패할 경우 자살을 선택할 정도로 큰 타격을 입는다”는 이야기다.

그의 말대로라면 40~50대 남성의 실직과 재취업난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 중년 남성의 우울증이나 자살 시도가 더욱 늘어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위기의 남성을 자살 위험에서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송 박사는 “아직 건강한 마음을 갖고 있을 때 일이 없어져도 시간을 보내고 관심을 기울일 만한 것들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피상적 이야기일 수 있지만, 삶 대부분을 일에 바칠 정도로 맹렬히 일해서 생긴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삶을 일에 바치지 않는’ 훈련을 미리미리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겐 서 있는 것보다 앉아 있는 것이, 앉아 있는 것보다 누워 있는 편이 낫다. 또 어떤 사람에겐 앉아 있는 것보다 서 있는 것이 좋고,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낫다.”

아랍에서 전해지는 자살과 관련한 속담이다. 시대와 장소, 민족과 종교를 불문하고 자살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가진 사회는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살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한 많은 이는 마음 한구석에 자살이라는 선택지를 숨겨놓은 채 살아간다. 자살을 선택한 사람은 분명 죽음이 삶보다 더 나으리라는 판단이 들어 실행에 옮겼을 것이다. 하지만 송 박사는 강하게 주장한다. “죽으면 다 끝날 것이라는 믿음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자살자가 안고 있던 고민은 대부분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이 죽은 후에도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인의 몫이 돼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감당할 수 없는 큰 무게로 남는다. 죽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그 어디에도 없다. 한 사람의 인생은 컴퓨터 자판에 있는 ‘Delete’처럼 단숨에,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지워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13.01.21 872호 (p40~41)

이윤진 객원기자 nest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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