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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청와대 항의 방문, 3000배 시위…끝까지 싸워 법 바꾸겠다”

성매매특별법 위헌 제청 지원한 강현준 한터 대표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청와대 항의 방문, 3000배 시위…끝까지 싸워 법 바꾸겠다”

“청와대 항의 방문,  3000배 시위…끝까지 싸워 법 바꾸겠다”
성매매특별법(특별법) 위헌법률 심판 제청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1월 9일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4단독 오원찬 판사가 자발적 성매매 여성을 형사처벌하는 현행 특별법 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헌재)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한 사실이 밝혀지자 사회 각계에서 찬반 논란이 첨예하게 불거지고 있는 것.

2004년 9월 23일부터 시행 중인 특별법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통칭한다. 이에 따르면, 비자발적 성매매를 한 경우에는 피해자로 인정해 처벌하지 않지만, 자발적 성매매는 처벌 대상으로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따라서 논란의 핵심은 사상 처음으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성매매에서까지 인정할 것인지의 판단에 있다.

헌재가 이번 접수사건에 대해 특별법 위헌 여부를 가려야 할 기한은 180일 이내. 전원재판부의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 특별법의 해당 조항은 무효가 된다. 이는 특별법 근간마저 흔들리게 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집창촌 ‘청량리588’의 성매매 종사 여성으로 이번 위헌법률 심판 신청인인 김정미(42·여) 씨에게 변호인을 선임해주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사람은 강현준(59) 한터전국연합회(한터) 사무국 대표. 2002년 3월 결성 직후부터 성매매 여성 및 업주 모임인 한터를 이끌며 성매매 합법화에 목소리를 높여온 그를 1월 14일 서울 휘경동에 자리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미아리, 청량리, 영등포, 천호동 등 서울지역 4개 지회를 비롯해 전국 12개 지회로 이뤄진 한터는 한때 회원이 8000명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성매매 여성 4000여 명과 업주 1500여 명을 회원으로 두고 각 지역 간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 위헌법률 심판 제청에 대한 성매매 여성과 업주들의 반응은.



“업주들은 기대감에 들떠 있다. 하지만 종사 여성들은 과도한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특별법 존재와 무관하게 영업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까. 다만 아직 위헌법률 심판 제청 소식을 접하지 못한 여성이 많아 관련 기사를 1만 부 인쇄해 전국 모든 집창촌 여성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 특별법은 유명무실해지고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 한터는 이전부터 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준비해왔지 않나. 이번에 강 대표도 간여한 듯한데.

“김씨가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어 언어 표현이 좀 어눌하다. 그래서 꼭 필요한 내용을 압축해 이야기하는 테크닉을 조언해줬다. 아무리 다짐하고 결심해도 언론에 얼굴을 내보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변호인도 내가 간곡히 설득한 끝에 어렵게 구했다. 디도스 특검 특별수사관을 지낸 정관영 변호사(법무법인 정률 소속)다.”

▼ 김씨가 위헌법률 심판을 신청한 계기는.

“집창촌 여성들은 1년 전부터 위헌법률 심판 신청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한 사례는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공교롭게도 경찰 단속이 결정적인 동기부여를 한 셈이 됐다. 지난해 7월 김씨가 한 대학생(당시 23세)과 성관계를 갖는 현장을 경찰이 절묘한 타이밍에 덮치고 옷 벗은 상태로 증거사진을 찍었다. 그러니 아무리 먹고살려고 그런 일을 했지만 알몸까지 촬영당하니 심한 자괴감을 느낀 거다. 하다못해 연쇄살인범도 인권 운위하며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나. 격분한 김씨가 해당 지회장에게 도움을 청했고 나도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섰다. 나는 당초 성 구매자와 판매자가 동시에 헌법소원을 내서 그 결과 특별법이 완전 무효화되는 상황을 바랐다. 하지만 쉽지 않더라. 이번에 성판매 여성만 위헌법률 심판을 신청하게 된 데엔 그런 배경이 있다.”

▼ 위헌 결정이 나면 가뜩이나 성매매가 대규모 산업화한 상황을 감안할 때 더 창궐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청와대 항의 방문,  3000배 시위…끝까지 싸워 법 바꾸겠다”

2012년 9월 26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터전국연합회, 한터여성종사자연맹, 남성연대 구성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성매매특별법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자발적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 근거가 없어지므로 그렇게 여기나 본데, 그렇지 않다. 만일 성매매 여성에게 ‘면죄부’를 준다고 치자. 그렇다고 온 대한민국이 성매매 천국이 될 것 같나. 왜 그들이 아직도 집창촌에 머무는 줄 아나. 집창촌을 나가 독립해서 영업하려면 신변에 엄청난 위협을 느끼게 된다. 보호세력이 없으니 ‘진상손님’을 물리치려면 조직폭력배 등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그것 또한 두렵다. 또 영업하려면 식사와 빨래 뒷바라지를 해줄 ‘이모’도 필요해 남아 있는 거다. 이런 속사정을 알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여성계는 성문란이 극에 달할 게 빤하다며 과대포장하면서 특별법 존치를 주장하는 것이다.”

면죄부 준다고 ‘성매매 천국’ 되나

▼ 여성계에 불만이 아주 많은 듯하다.

“김정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이 요즘 방송에 나와서 말을 곧잘 하는데, 과연 이 세계를 얼마나 속속들이 알고 논하는지 의문이다. 절대 성매매를 용인해선 안 된다, 성매매는 과거로 회귀해 가부장적 정서에서 여성을 노예화하는 못된 습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식으로 얘기하면서 위헌 결정을 내리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좋은 가정에서 자라 제대로 교육받고 최고 학부를 나와 국회의원에다 단체장까지 하는 사람에게 먹고사는 문제가 대수일까. 선택받은 사람 처지에선 성매매 여성의 고통을 모른다. 여성 인권을 들이대는 여성단체들과 여성가족부는 정작 왜 ‘아가씨’들이 하나같이 가난하고 부모 병원비에 생활비, 자녀나 형제자매의 학비와 용돈을 벌어야 하는 일률적 처지냐고, 그거 혹시 거짓말 아니냐며 자기네 기준에서 못질을 해댄다. 요즘 한창 인기몰이 중인 영화 ‘레미제라블’을 봐라. 작품 속 비참한 인물인 팡틴이 왜 몸을 팔던가. 오로지 아이와 함께 생계를 이으려고 그런 거다. 한국엔 5000만 인구 중 팡틴처럼 사정이 딱한 4000여 명이 집창촌에 한데 모여 있으니 일률적으로 비치는 것뿐이다.”

▼ 한터가 바라는 건 성매매의 완전한 합법화인가.

“청와대 항의 방문,  3000배 시위…끝까지 싸워 법 바꾸겠다”

서울 영등포 집창촌의 밤풍경.

“그렇지 않다. 관련법은 존재하되, 그 법 테두리 안에서 일정 부분 성매매를 허용하는 제한된 금지주의, 즉 규제주의를 원한다. 전 세계적으로 성매매는 ‘합법’ ‘규제’ ‘불법’ 형태로 나뉜다. 그중에서 일정 구역을 레드존(Red Zone)으로 정해 그 안에서만 영업할 수 있도록 하고, 거기서도 성매매 여성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나 소득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일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게 내 주장이다. 그 대신 다른 음성적 성매매는 모두 규제하라는 거다. 지금 같은 전면적 금지주의는 현실과 맞지 않다. 규제주의를 도입하면 여성계도 탈(脫)성매매를 원하는 여성에 대한 교육 등 일거리가 더 많아질 거다. 완전한 합법화는 이제 갓 사회를 알아가는 청소년조차 돈만 바라보고 성매매에 뛰어들게 하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 위헌 결정이 나서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지 못하게 되면 성매수 남성에 대한 경찰의 단속과 처벌까지 힘들게 되는 문제가 파생한다. 사회적 파장이 만만찮을 텐데.

“헌재도 그 부분을 고민할 것으로 본다. 다만 성판매 여성에겐 면죄부를 주고 성구매 남성은 그대로 처벌한다면 그거야말로 남녀평등권 위배다. 성인 간 합의된 성행위를 범죄로 규정한다면 둘 다 똑같이 처벌해야 하지 않나. 어느 한쪽만 처벌하는 건 매우 이데올로기적이다. 만일 성구매 남성에 대한 처벌이 존치된다면 또 다른 위헌법률 심판 신청이 잇따를 것이다. 남성계가 가만있겠나. 성매수 남성들의 전과라도 지워지게끔 내가 재심 청구 대행을 앞장서서 해줄 것이다.”

“지루한 싸움 이기는 데 올인”

▼ 그렇더라도 위헌 결정이 나면 오피스텔, 키스방, 귀청소방 등에서의 신·변종 성매매도 처벌할 근거가 약해진다.

“2011년 8월 대만이 성매매를 부분 합법화할 당시 그 점을 대단히 우려했다. 그래서 정해진 틀을 벗어나는 음성적 성매매에 대한 처벌을 매우 강화했다. 우리나라도 성매매에 대해 규제주의를 채택하고 그에 따른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 강력히 단속한다면, 특별법으로 인한 ‘풍선효과’로 생겨나 활개를 치면서 각종 사회범죄를 양산하는 수많은 신·변종, 유사성행위 업소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본다.”

▼ 현재 서울지역 집창촌 현황은 어떤가.

“용산 쪽만 재개발 때문에 철거됐지, 다른 곳은 규모는 줄었어도 여전히 영업한다. 미아리엔 120여 업소에서 성매매 여성 350~400명이 일한다. 청량리엔 60여 업소에 150여 명, 천호동도 이와 비슷한 규모다. 영등포엔 30여 업소에 80여 명이 있다. 특히 영등포의 경우 집창촌 인근 주택가에서 100여 명이 호객 영업을 한다.”

▼ 헌재는 특별법 위헌 여부를 180일 이내에 결정해야 한다. 앞으로 한터의 활동 계획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직후인 3월 초부터 가시적 행동에 들어갈 것이다. 대통령에게 드리는 탄원서를 들고 청와대를 항의 방문할 계획이다. 위헌 여부가 가려질 때까지 헌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도 벌인다. 매일 성매매 여성 한 명씩 돌아가며 통산 3000배(拜)를 올리는 ‘성매매특별법 폐지 기원 3000배 시위’에 돌입할 것이다. 만일 여성단체나 여성가족부가 헌재를 항의방문하거나 헌재소장 면담을 요청한다는 정보가 입수되면 해당 단체와 부처 건물 앞에서도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 합헌 결정이 나온다면.

“지속적으로 투쟁하면서 영업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 집창촌 사람들은 더 잃을 것도, 더 내려갈 곳도 없다. 이젠 우리도 특별법 시행 10년째인 올해에는 이 지루한 싸움을 끝내기 위해 ‘올인(다걸기)’하겠다는 소리다.”

헌재는 특별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성구매 남성이나 성매매 건물주 등이 청구한 7건의 헌법소원에 대해 모두 합헌 또는 각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엔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주간동아 2013.01.21 872호 (p36~38)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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