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2

2013.01.21

이상한 돈거래, 빅딜·동업 제안…

‘비리 검사’ 김광준의 환경재단 수사 논란

  •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입력2013-01-21 09:4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이상한 돈거래, 빅딜·동업 제안…

    2012년 12월 7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광준 검사.

    지난해 12월 7일 김광준 검사는 기업체와 사건 관계자로부터 10억여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김수창 특임검사팀은 김 검사를 기소한 후에도 몇 가지 혐의를 추가 조사했다. 그중 일부는 1월 16일 대검 감찰본부의 감찰 결과 발표를 통해 알려졌다.

    특임검사팀 수사 내용 중에는 감찰 결과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있다. 김 검사가 건설업자 김모 씨한테 2008년 1억 원을 건넸다가 2010년 돌려받은 사실도 그중 하나다. 두 사람의 돈 거래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김씨가 최열 환경재단 대표 기소 사건에 연루된 K산업개발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 수사로 유탄 맞은 K산업개발

    최 대표는 항소심에서 알선수재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경기 남양주시 K산업개발의 산업단지 조성 허가와 관련해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도 관계자들에게 로비하는 대가로 이 회사 대표 이광○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다. 2007년 6월 7000만 원, 10월 6000만 원 등 총 1억3000만 원이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전세금 반환 용도로 빌린 돈이라 주장했고, 이 회장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대가성이 없는 돈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최 대표는 2008년 10월 이 회장에게 1억3000만 원을 되돌려줬다.

    K산업개발의 전신은 S사라는 건설 시행사다. 김씨는 이 회사 부사장을 지냈다. S사는 경기 남양주시 진전읍 금곡리 13만㎡(약 3만9000평) 규모 산지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려 했으나 경기도의 반대에 부딪쳤다. 2006년 이 회사를 인수한 사람이 바로 최 대표에게 돈을 건넨 이광○ 회장이다. 이 회장은 인수 직후 상호를 K산업개발로 바꿨다. K산업개발은 2007년 환경재단과 입주업체 유치 업무를 지원하는 용역계약을 체결한 후 친환경개발을 내세워 경기도로부터 산업단지 개발 승인을 받았다.



    이 회장은 최 대표 수사의 유탄을 맞았다. 최 대표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09년 3월 회사 공금 60여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것. 법정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가 수감된 후 경기도는 K산업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인허가를 취소했다. 사업 중단으로 은행 대출 이자를 못 갚게 된 K산업개발은 문을 닫았고, 산업단지 조성용 토지는 공매 처분됐다.

    김 검사의 돈이 김씨에게 흘러간 것은 2008년 8월. 당시 김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이었다. 한 달 뒤 최 대표가 오랫동안 이끌었던 환경운동연합(환경련) 비리에 대해 특수3부가 수사에 착수한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그 무렵 김 검사는 유진그룹 측과 다단계 사기꾼 조희팔 씨에게 뇌물을 받고 있었다. 특임검사팀에 따르면, 김 검사는 2008년 5월부터 2010년 1월까지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동생 유순태 EM미디어 대표로부터 내사 무마 대가 등으로 5억9300만 원을 받았다. 또 2008년 5~10월엔 조씨 측근 강모 씨로부터 수사 무마 대가로 2억7000만 원을 받았다.

    김 검사에 대한 수사는 경찰이 시작했으나 마무리는 검찰이 했다. 특임검사팀이 발표한 김 검사 비리는 대부분 경찰이 먼저 포착한 것이었다. 수뢰 금액도 큰 차이가 없다. ‘사건 가로채기’라며 강하게 반발한 경찰은 독자적으로 수사를 계속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김 검사 신병을 검찰이 확보한 데다, 검찰이 수사에 나선 후 사건 관련자들이 경찰 소환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2년 11월 서울경찰청 수사팀은 김 검사와 김씨 간 금전거래에 의심을 품고 구치소에 수감된 K산업개발 이 회장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경찰은 김씨를 불러 김 검사와의 금전거래 내막을 확인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김씨가 경찰 조사를 거부하고 특임검사팀에 출석했기 때문이다.

    이상한 돈거래, 빅딜·동업 제안…
    검사에게 동업 제안

    이 회장은 2009년 11월 4일 최열 대표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검사가 자신에게 ‘거래’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검사가 ‘빅딜(Big Deal)’ 이야기를 했습니다. ‘특별수사는 빅딜’이라며 최열 대표 사건에 대해 형량을 4년짜리로 주겠으니 빅딜을 하자고 한 것입니다.”

    “‘세상에 당신처럼 멍청한 사람은 처음 봤다. 최열 대표가 당신 인생을 살아주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했으며 ‘최열 대표를 조사하니 (재산이) 30억 원이 넘는다. 노후 준비를 하려 했던 것인데 당신들이 놀아난 것’이라며 이간질 형식의 말을 했습니다.”

    S건설 이용○ 대표의 법정증언도 관심을 끈다. 이 대표는 S사 이갑○ 회장에게 K산업개발 이 회장을 소개한 사람이다. S건설은 K산업단지 개발사업에 참여해 일부 공사를 맡았는데, 이 대표에 따르면 공사대금 10억여 원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용○ 대표는 2009년 5월 28일 K산업개발 이 회장 공판의 증인으로 출석했다. 다음은 검사와의 문답 내용.

    문 : “이광○ 피고인이 구속돼 있는 것을 기화로 사업권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검사님이 원하신다면 동업할 분을 소개해달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죠?

    답 : 없습니다. 이갑○가 이야기하는 것을 증인이 들었습니다.

    문 : 이갑○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증인은 옆에 있었지요?

    답 : 예.

    (중략)

    문 : 수사검사에게 와서 “저 사람 사업권을 먹으려고 하는데 도와주십시오”라고 하면서 “원하신다면 동업자로 참여하실 수도 있습니다. 추천을 하나 하시지요”라는 이야기를 했지요?

    답 : 증인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고 이갑○와 검사가 대화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문 : 그것에 대해 본 검사가 “상당히 모멸감을 느낍니다. 대체 (검사가) 어떻게 보이기에. 저희가 많이 반성하겠습니다”라고 말을 했지요?

    답 : 증인에게 나가 있으라고 한 후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몰라도 증인은 듣지 못했습니다.

    요지는 이광○ 회장에게 자신의 회사(S사)를 팔았던 이갑○ 씨가 K산업단지 사업권을 다시 차지하려고 수사검사에게 동업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김광준 검사와 금전거래를 한 김씨와 이갑○ 씨는 오랫동안 동업관계를 유지했다. 이광○ 회장에게 S사를 넘긴 후에는 S산업을 운영했다. 이후 아파트 사업을 추진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검사와 1억 원을 주고받은 사실에 대해 “사업이 망해 이자도 못 줘 미안해 몸 둘 바를 모르는데…”라고 말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자 “돈거래를 하든 말든(무슨 상관이냐)” “검찰 가서 알아보라”며 화를 내고 전화를 끊었다.

    김수창 특임검사는 김씨를 조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김 검사와의 금전거래에 대해 “감찰본부에 돈거래 자료는 다 넘겼는데, 그것도 포함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금으로 봐야 하나”라는 질문에 이렇게 설명했다.

    “돈거래를 했다고 다 형사처벌되는 건 아니다. 기소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직무 관련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형사처벌감이 아니라면 차용금이든 투자금이든 따질 필요가 없지 않은가.”

    비록 ‘오해’ 소지가 있긴 해도 두 사람의 금전거래가 K산업개발이나 최열 대표 수사와 관련됐다는 증거는 없다. 설령 어떤 관계가 있다 해도 그것과 최 대표 혐의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별개다. 다만 사건 관계인들의 증언에 비춰 김 검사의 부적절한 행적이 최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정당성을 훼손하는 데 기여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와 K산업개발

    20년 친분…금전거래 추궁 강압수사 의혹


    표적수사 논란이 일었던 최열 환경재단 대표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업무상 횡령에 대해 유죄, 알선수재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형량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 반면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법 형사3부)는 1심과 정반대로 업무상 횡령은 무죄, 알선수재는 유죄라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단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형 집행을 유예하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추가 심리나 새로운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1심 판결을 뒤집어 논란이 일었다.

    2008년 9월 검찰 수사 출발점은 환경련 간부의 공금 유용 비리였다. 이어 최 대표의 개인 비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다. 검찰은 최 대표에 대해 업무상 횡령과 알선수재 혐의로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기각했다. 2009년 4월 최 대표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이 최 대표의 혐의와 관련해 K산업개발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은 2008년 10월. 이광○ 회장의 돈을 최 대표에게 전달한 이 회사 대표이사 오모 씨를 불러 최 대표와의 금전거래에 대해 캐물었다. 오씨는 이 회장의 처남이다. 2008년 12월 검찰은 K산업개발을 압수수색했다. 그때부터 2009년 4월까지 이 회사 관계자 30여 명이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특히 대표이사 오씨는 긴급체포를 당하고 수개월에 걸쳐 소환되는 등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2011년 뇌출혈로 쓰러진 그는 석 달간 입원해 있다가 지난해 1월 45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K산업개발 부사장을 지낸 오씨의 형은 동생 죽음에 대해 “검찰 수사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오씨 형제와 이 회장이 최열 대표와 알고 지낸 지는 20년이 넘는다. 1990년대 초 환경련 활동을 후원하면서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동생 오씨는 2009년 3월 환경재단 측과 함께 검찰 수사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하기도 했으나, 전날 긴급체포를 당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앞서 그는 변호인이 입회한 상태에서 그간 검찰에서 조사받은 내용을 진술하고 녹취록을 작성했다. 다음은 녹취록 내용 중 일부.

    “(검사가) 최 대표한테 (돈을) 빌려줬다고 얘기하면 화를 내고, 심지어 옆에 있는 박스를 발로 차고….”

    “처음에는 최열 씨 수사와 관련 없는 거라 하더니 ‘수시로 돈 줬죠’라고 질문하더라. 내가 ‘표적수사 아니냐’고 반문하자 다시 최열 씨와 관계없는 K산업개발 수사라고 발뺌하더라.”

    오씨에 따르면 검사는 조사과정에서 이런 이야기도 했다고 한다.

    “회사 돈 빼서 (최열 대표에게) 정치자금 준 것 아니냐.”

    “최열 씨 부분만 말하면 K산업개발은 살려주겠다.”

    “털면 나올 줄 알았다. 당신 형제들 살려면 불어라.”

    1월 16일 대검 감찰본부가 발표한 비위 검사들 중에는 김광준 검사와 함께 부적절한 주식투자를 했던 검사 3명이 포함됐다. 이들이 사들인 주식은 김 검사에게 뇌물을 건넨 유진그룹 계열사 것이었다. 2008년 김 검사가 부장이던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서 최열 대표를 수사했던 검사도 그중 한 명이다. 감찰본부는 이들에 대해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검찰총장 경고 처분을 내렸다. 김 검사에 대해선 ‘해임’ 의견으로 법무부에 징계를 청구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