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2

2013.01.21

턱밑까지 추격해온 ‘IT 차이나’

프리미엄TV·풀HD 스마트폰 앞세워 기술력 과시

  • 문보경 전자신문 부품산업부 기자 okmun@etnews.co.kr

    입력2013-01-21 09: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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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턱밑까지 추격해온 ‘IT 차이나’

    중국 하이센스의 110인치 UHD TV.

    한 해 정보기술(IT)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는 세계 최대 가전쇼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1월 8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3 CES를 뒤흔든 가장 큰 이슈의 주인공은 단연 중국이었다. 규모 면에서나 내놓은 제품 수준에서 중국은 더는 기술 후진국이 아니었다. 전시장 입구부터 TCL을 비롯한 중국 업체 광고가 크게 걸려 이목을 끌었고, 전시장 규모는 지난해와 비교해 2배 이상 커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빈자리는 중국 하이센스가 채웠으며, 삼성전자의 세계 최대 110인치 초고선명(UHD) TV는 중국 업체가 같은 사양의 제품을 들고 나온 바람에 빛을 잃었다.

    삼성이나 LG에 필적할 하이센스

    전시장에서 만난 한국 참관객은 대부분 중국 업체의 성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IT 제품 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변화 속도는 더 빨라지며 중국은 가격뿐 아니라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면서 열심히 추격해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3 CES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낳은 기업은 중국 하이센스다. 대규모 하이센스 전시관이 들어선 자리는 지난해까지 MS가 차지했다. 몇 년 단위로 계약하는 CES 전시회 특성상 갑자기 부스를 키우기란 쉽지 않다. 마침 인텔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대형 전시관을 차렸던 MS가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더는 CES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전시공간을 노리던 하이센스가 곧바로 계약한 것이다. MS는 1월이라는 전시 일정이 자사 신제품 출시 주기와 맞지 않고 다른 기업 제품에 가려 주목받지 못한다며 CES 불참을 선언했다.

    삼성전자나 LG전자에 필적할 만한 규모의 전시 부스를 차린 하이센스는 프리미엄 TV를 전면에 내세웠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라고 자랑한 것과 같은 크기인 110인치 UHD TV도 공개했다. 중국 TCL의 110인치 UHD TV는 색감이 다소 떨어져 보였지만, 하이센스의 110인치 UHD TV는 삼성전자 제품과 같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이센스는 LG전자가 먼저 치고 나간 구글TV도 선보였다. 하이센스는 1분기 내 미국 시장에서 구글TV를 출시할 계획이다.



    110인치 UHD TV를 전시한 TCL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기반을 둔 스마트TV도 소개하고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모습도 시연했다. 콩카는 84인치와 65인치 UHD TV를, 창홍은 65인치 UHD TV를 전시했다. 중국 업체들은 미래 기술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콩카는 42인치 투명 LCD TV, 하이얼은 눈동자를 인식해 채널을 조정할 수 있는 장치를 소개했다.

    중국 업체들이 만든 세계 최초 풀HD 스마트폰도 대거 쏟아져 나왔다. 한국 기업들이 2월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스마트폰 신제품을 공개할 것을 감안한 듯, 한 달 앞서 신제품을 잔뜩 선보였다. 중국 스마트폰은 운영체제 상향평준화와 함께 하드웨어와 디자인 수준도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턱밑까지 추격해온 ‘IT 차이나’
    화웨이는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2 아성에 도전했다. 화면 크기를 6.1인치로 늘려 ‘패블릿(Phone+Tablet)’ 시장을 공략했다. 화웨이가 2013 CES에서 선보인 ‘어센드 메이트’는 화웨이 자체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으며, 9.9mm 두께에 무게는 198g이다. 4000mAh 고용량 배터리를 내장해 대기시간이 2~3일에 달한다. 방수기능도 갖췄으며, 13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했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사용자인터페이스(UI)도 자체 제작해 주목을 받았다. 풀HD 스마트폰 ‘어센드D2’도 공개했는데, 알루미늄 메탈 보디를 채택해 유려한 디자인을 뽐냈다.

    ZTE는 5인치 풀HD 스마트폰 ‘그랜드S’를 전시했다. 안드로이드 젤리빈 OS에 퀄컴 1.7GHz 쿼드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장착했다. 두께도 6.9mm로 초슬림형이다. 레노버는 인텔과 손잡고, 인텔의 듀얼코어 아톰 프로세서를 채용한 ‘아이디어폰 K900’을 내놓았다. 5.5인치 풀HD 디스플레이에 1300만 화소 카메라를 내장하는 등 하드웨어는 물론 디자인과 마감 수준도 한층 높아졌다.

    도를 넘은 디자인 베끼기 여전

    중국 업체들이 이렇게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부품 기술 상향평준화가 자리 잡고 있다. TV는 디스플레이 패널이, 스마트폰은 디스플레이 패널과 AP가 핵심 부품이다. 하이센스와 TCL이 110인치 UHD TV를 내놓을 수 있었던 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거기에 맞는 패널을 개발한 덕분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업체 BOE가 하이센스에 110인치 패널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전시회에 공개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올라갔다는 평이다.

    스마트폰도 퀄컴과 인텔 등으로부터 프로세서를 공급받아 수준 높은 제품을 구현할 수 있었다. 일본 재팬디스플레이 등으로부터 풀HD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공급받아 세계 최초로 풀HD 스마트폰을 내놓은 것이다.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공급받은 부품도 많지만, 중국 부품 기술력도 상당히 향상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디스플레이 패널업체 BOE만 해도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첨단 패널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 결과 110인치 패널 개발에까지 성공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경쟁력을 키우고 향후 기술 차별화에 도전하려고 AP와 UI도 자체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도를 넘은 디자인 베끼기는 여전하다. 전시 기간 내내 중국 업체들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업체와 소니 등 일본 가전업체 부스를 찾아다니기에 바빴다. 경쟁사 제품 사진을 세세하게 찍어가는 것은 어느 업체나 하는 일이지만, 중국 업체들은 줄자까지 준비해 제품을 정확히 파악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런 방식으로 디자인을 모방해 비슷한 제품을 내놓으려는 것이다.

    2013 CES에서 만난 한국인 참관객은 “이제 디자인 면에서도 중국 제품이 뒤떨어져 보이지 않는다”며 “하지만 한국 업체 관계자들에게 지나칠 정도로 세세하게 스펙을 묻는 것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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