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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팡주말 쇠뭉치 충격 中, 언론자유 봄은 오는가

진보매체 파업이 민주화 요구로 분출 조짐…시진핑 체제 유지에 큰 부담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난팡주말 쇠뭉치 충격 中, 언론자유 봄은 오는가

난팡주말 쇠뭉치 충격 中, 언론자유 봄은 오는가

파업 이틀째인 1월 8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난팡주말 사옥 정문에서 경찰과 경비원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일찍이 마오쩌둥은 “총자루와 붓자루는 정권의 양대 축”이라고 말했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槍杆子裏面出政權)’는 발언(1927)과 ‘당이 총을 지휘한다’는 ‘당지휘창(黨指揮槍)’ 원칙(1938)은 지금도 중국공산당의 금과옥조다. ‘붓자루’는 중국공산당 초기인 옌안(延安) 시절부터 정치 선전도구였다. 무력, 언론, 힘, 선전과 선동은 중국공산당 정권 유지의 핵심이다.

개혁개방 시기를 거치며 언론보도 내용을 개인숭배 보도 중심에서 자율보도로 바꿨지만, 중국공산당의 지도이념을 준수하고 이를 모든 중국인에게 널리 전파한다는 언론정책의 큰 틀은 바꾸지 않았다.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중선부)와 국무원신문판공실이 감독 및 통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중선부는 중국공산당 중앙 직속기구 가운데 하나로 공산당 이데올로기 분야 업무를 주관하는 종합 직능 부서다. 미디어, 네트워크, 문화 전파와 관련한 각종 기관에 대해 감독하고 언론, 출판, TV, 영화에 대해 심의한다. 각 성급은 당위원회 선전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이제 ‘중국 언론=공산당 나팔수’라는 등식이 성립할지 알 수 없게 됐다. 정부당국의 기사 검열로 촉발된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의 개혁 성향 주간지 난팡(南方)주말 파업사태가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홍콩대 중국 미디어 전문가 데이비드 반두르스키 교수의 지적처럼, 난팡주말 사태 해결 방향에 따라 중국 정부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지, 아니면 과거로 회귀할지를 엿볼 수 있을 뿐이다.

중국 언론=공산당 나팔수

신년 초부터 세계 이목을 끌었던 난팡주말 사건은, 난팡주말이 1월 3일자 신년특집 기사를 제작하던 중 광둥성 선전당국이 일방적으로 기사를 수정 및 삭제한 데 반발해 시작됐다. 신년호에 게재한 ‘중국의 꿈, 헌정의 꿈’이라는 신년 헌사가 동의 없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꿈에 근倬접해 있다’는 제목의 시진핑 총서기 찬양 글로 바꿔치기된 것이 계기였다. 이에 전·현직 기자 80여 명이 파업에 돌입했고,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를 통해 당국의 언론검열에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사건 몸통으로 퉈전(震) 광둥성 선전부장을 지목하며 그의 경질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판이 커졌다. 난팡주말 사옥 앞에는 파업 지지와 언론자유를 요구하는 시민 동조 시위가 잇따랐다. 팔로어 3187만 명을 확보한 인기 여배우 야오천(姚晨)은 “진실의 한마디가 전 세계보다 무겁다”는 글을 웨이보에 남기며 파업을 응원했다. 러시아 반체제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노벨문학상을 수상(1970)하면서 남긴 소감을 인용한 것이다. ‘중국 장동건’이란 별명을 가진 인기배우 천쿤(陳坤)도 “난팡의 친구를 지지한다”고 가세하는 등 유명인과 지식인이 이례적으로 파업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민주화 요구로 확대되는 조짐이었다. 당국으로서는 뜨거운 감자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난팡주말은 2009년 중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언론자유를 지지한다는 뜻에서 인터뷰한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진보성향 매체’다.

마오 시절 규정한 언론 정의가 2013년에도 적용될까. 당국과 기자들의 힘겨루기는 결국 1월 9일 양측이 한 발짝씩 물러서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광둥시 선전부가 관행적인 사전 검열을 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밝혔고, 난팡주말 총편집인 황찬(黃璨)이 사퇴하기로 했다. ‘차세대 잠룡’으로 꼽는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당서기가 직접 공산당위원회와 난팡주말 경영진 및 기자들을 중재한 뒤 업무 복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대로라면, 난팡주말 사건은 문제의 신년호 특집판(1월 3일자)이 나온 지 6일 만에 이틀간 파업으로 마무리됐다. 예상보다 빠른 기자들의 승리였다. 이를 두고 중국 언론자유의 새 이정표를 마련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그보다 중국 정부로선 정권 유지 차원에서 언론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른 도시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했다. 광둥성 당국이 기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시스템 안에서 신속히 문제 해결에 나선 것도 이 때문으로 보는 게 옳다. 그렇다고 해도 중국 정부당국의 시름은 깊어진다.

먼저 “기사 검열을 받지 않겠다”는 다른 언론매체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광둥성 선전부의 기사검열 방식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기사를 직접 삭제하거나 고치는 방식 대신, 선전당국이 ‘의견’을 제시하는 형태로 검열 과정을 개선하기로 합의했다고 1월 9일 보도했다. 마르크스·레닌 언론관을 수용한 중국공산당으로서는 ‘선전·선동·조직 도구’라는 언론 정의를 바꿔야 할 판이다. 이 경우 다른 매체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아니나 다를까. 난팡주말 사건이 수습 국면으로 접어드는가 싶더니 베이징 유력지 신징(新京)보가 검열당국과 정면충돌했다.

난팡주말 쇠뭉치 충격 中, 언론자유 봄은 오는가

난팡주말 사옥 앞 인도에서 자발적인 지지에 나선 시민들이 ‘난팡주말 사랑한다’ ‘13억 중국인은 자기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왼쪽). 파업을 지지하는 시민(오른쪽)과 파업을 저지하려는 측 인사가 언쟁을 벌이는 모습.

정권 유지 차원에서 신속히 봉합

언론과 누리꾼은 신징보 경영진과 기자들이 난팡주말 기자들을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하라는 베이징시 당 선전부 렁옌(冷言) 부부장의 요구를 거부하고, 다이쯔겅(戴自更) 사장이 사퇴 의사까지 밝혔다고 주장했다. 1월 9일자 신징보는 정상 발행됐지만, 문제의 사설은 민감한 내용을 뺀 채 요약 형태로 A20면 하단에 작게 실렸다. 검열당국과 신징보 사이에 타협이 이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중국에서 최근 언론자유에 대한 요구가 대담해지는 것을 놓고 중국 지도부 내부의 불협화음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혁성향 잡지 옌황춘추(炎黃春秋)의 두다오정(杜導正) 사장은 1월 6일 “(언론 등 선전을 총괄하는)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이 공개적으로 시 총서기에 반대하는 논조를 편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 총서기의 논조는 법에 따라 일하고 민주에 순응하며 민의를 보호하는 것이지만, 류 위원은 선전부장 회의 때 말끝마다 ‘사상 통일’을 주장해 시 총서기의 논조와 완전히 상반된다”고 강조했다.

고민은 또 있다. 기사 검열이 사라지거나 축소되고, 혹은 ‘의견’을 개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휘발성 큰 기사가 쏟아질 개연성도 그만큼 커지게 마련이다. 순조로운 권력 이양을 바라는 시진핑 체제로서는 체제 유지에 분명 부담이 된다. 불과 1년 반 전인 2011년 7월 원저우(溫州) 고속철 추돌 참사 당시 신징보 등 주요 신문은 정부의 보도지침에도 비판적으로 보도한 전력이 있다. 중국공산당이 보도 통제를 강화한 지 1년 반 만에 파업을 불사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난팡주말 나비효과 어디까지

“유력 언론매체 기자들이 드러내놓고 대규모 파업을 벌이고, 이 사실이 실시간으로 알려진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사건이다. 누리꾼의 영향력과 파워 블로거의 힘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중국 인민이 확인한 사건이기도 하다. 시진핑 시대는 고도 경제성장 과정에서 왜곡된 분배 구조를 개선하고 부패 척결, 법치 확립 등을 예고했지만 이는 언론자유를 보장해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난팡주말 사건의 충격은 컸고 여전히 그 충격은 진행형이다.”

이주형 창원대 중국학과 교수의 지적처럼, 예상치 못한 여론 힘에 선전당국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중국공산당 선전부는 1월 7일 “당이 언론을 절대적으로 통제하는 근본 원리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긴급 통지를 언론사에 내려보냈고, 중국공산주의청년단 산하 중국청년보 인터넷판은 “신문은 당 선전도구로, 당 방침과 정책을 전달하고 대중의 인식을 통일시키며 기층의 소식을 당에 제공하는 것”이라며 파업을 비판했다.

또 하나, 이번 시위를 계기로 시민의 민주화 요구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도 급부상했다. 정부당국이 개혁성향 언론을 탄압한다는 인상은 자칫 민주화 욕구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공산당 독재’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에 다다를 수도 있다.

홍콩 밍(明)보는 “난팡주말 파업 지지 시위 참가자들이 언론자유는 물론이고 입헌민주, 다당제 등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때의 구호를 그대로 외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도 그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시민사회의 물적 토대가 마련되면 시민은 요구사항을 분출한다. 중국 지도부도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전환기라는 것을 잘 안다. 따라서 당국은 위험을 수용하고 수습하는 방향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개혁은 궁극적으로 공산당 독재를 포기해야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이 문제가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 한다.”

마오쩌둥의 ‘건국의 시대’와 덩샤오핑(鄧小平)의 ‘부국강병 시대’를 지나, 이제 그 과실이 나타나는 중국에서 난팡주말 사건이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아무도 모른다.

인터뷰 ㅣ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

“돌출 사건 아닌 구조적 문제…전환기 신호탄 될 수도”


난팡주말 쇠뭉치 충격 中, 언론자유 봄은 오는가
한중 정상 간 합의에 따라 출범한 한중전문가공동연구위원회 한국 측 위원장인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사진)는 “난팡주말 사건은 무척 흥미롭지만 시진핑 시대가 의외의 복병을 만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난팡주말 사건을 어떻게 보나.

“난팡주말은 ‘리버럴한’ 경향을 띠었고, 그동안 당국의 언론정책에 반발해 비판적 기사를 보도한 적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무척 흥미로운 것만은 분명하다.”

언론자유 관점에서 말인가.

“종합적이다. 난팡주말 사건은 서방세계의 언론자유 개념 일부가 중국에서 표출된 건데, 현재로서는 예측할 수 없다. 물론 감(感)은 있다.”

감이라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국에서도 우리가 1980년대 경험한 민주화의 도전이 슬슬 나타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진핑 시대가 의외의 복병을 만날 수도 있겠다 싶다. 중국 경제나 대외관계는 잘나가지만 인민은 민주화에 대한 욕구를 분출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모르지만 (언론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한) 완전한 해결책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로서는 이번 사건을 봉합시키고 무마해나가려고 한다. 난팡주말 같은 사건이 광둥성을 벗어나 상하이나 베이징에서도 일어나기 시작하면, 중국 정부로서는 굉장히 불안한 징조다. 따라서 될 수 있으면 온건하게 기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그리고 시스템 안에서 해결을 모색하는 거다. 기자는 원대복귀하고, 관리자 차원에서 책임 소재를 물어 해결하면서 당이나 정부 통제력은 어느 정도 유지하는 그런 해결책 말이다.”

후진타오 주석은 지난해 11월 18차 당대회 정치보고에서 정치개혁, 법치국가 건설, 부패 척결을 강조하면서도 “서방 정치제도 모델을 절대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는데.

“시진핑 총서기를 비롯한 5세대 지도부가 주장하는 내용이 법치주의다. 반부패, 경제발전의 공평성 같은 것은 5세대 지도부가 운명을 거는 도박과도 같다. 성공해야 하고 이 길이 곧 제3의 길이다. 서구 민주화 길로 가지 않으면서도 발전해가는 길로 믿고 있다. 한국이나 대만이 걸었던 길과는 다르다. 그래서 중국은 싱가포르나 옛 홍콩을 벤치마킹한다. 이 두 곳은 정치적으로는 보수정권이지만, 반부패 의지가 확고했으며 상당한 경제발전도 이뤘다. 사회적으로 공평성을 유지했기에 가능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중국보다 높은 차원의 언론자유를 누렸다.

“그렇다. 이번에는 지나가겠지만 (언론과 권력은) 부딪히게 마련이다. 특히 외신은 중국 지도부와 관련된 부정부패 의혹을 많이 보도한다. 뉴욕타임스(NYT)와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는 계속 기사가 나오는데 정상적인 언론매체가 다루지 못한다면 언론인의 자괴감도 계속 커질 것이다. 그러면 당국에 도전하게 된다. 난팡주말 사건은 그런 연장선상이어서 일시적으로 끝날 수 없다.”

중국 여배우 야오천 등은 응원하는 글을 올렸고, 파업 지지 시위도 열렸다. 중국의 언론 통제는 그 수명을 다하는 걸로 봐야 하나.

“언론 환경이 계속 변화하는 건 맞지만, 중국 정부당국의 통제는 여전히 견고하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중국은 언론과 인터넷 통제를 강하게 유지하는 나라다. 하지만 인터넷 등 언론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시민사회의 맹아(萌芽)가 싹트면 결국 공산당 독재 포기로 이어지는 예측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정치학은 1인당 국민소득이 일정 수준이 되면 시민사회의 물적 토대가 마련되기 때문에 요구사항이 분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중국 정부 문건이나 지도자들의 연설문에도 나온다. 중국 정부도 2000년 이후는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전환기라는 것을 잘 안다. 왜 위험하냐? 자칫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 함정에 빠져 더는 도약하지 못하고 경제가 침체하는 라틴아메리카 사례를 무척 경계한다. 그와 동시에 정치·사회적 욕구가 분출하는 전환기이기도 하다. 이런 위기감은 결국 개혁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 가능하면 정책적으로 그런 도전이나 위험을 수용하고 수습하는 방향을 찾는다. 그런데 정치개혁은 궁극적으로 공산당 독재를 포기하는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난팡주말 사건과 시진핑 시대가 흥미진진한 이유이기도 하다.”




주간동아 2013.01.14 871호 (p46~49)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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