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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이형석의 영화 읽기

무엇이 소년을 범죄자로 만들었나

강이관 감독의 ‘범죄소년’ & 김용한 감독의 ‘돈 크라이 마미’

  • 이형석 헤럴드경제 영화전문기자 suk@heraldm.com

무엇이 소년을 범죄자로 만들었나

무엇이 소년을 범죄자로 만들었나

영화 ‘범죄소년’의 한 장면.

11월 22일 동시 개봉한 한국 영화 ‘범죄소년’과 ‘돈 크라이 마미’는 공교롭게도 ‘소년범죄’라는 공통된 소재를 다룬다. 정확한 법적 용어는 ‘소년사건’인데, 소년법상 12세 이상 20세 미만 소년이 저지른 범죄사건과 범죄 우려가 있는 비행사건을 뜻한다.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미성년자는 처벌이나 형량 기준을 성인과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미성년자는 아직 판단이 미숙하고, 선도 및 교화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참작하는 것이다.

물론 이 두 편의 영화가 다루는 소년사건의 죄질이나 무게는 큰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 두 편이 소년범죄에 대한 정반대 시각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먼저 ‘범죄소년’은 한 소년이 범죄자가 되고, 거듭 범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사회 환경을 문제 삼는다. 17세 장지구(서영주 분)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생아다. 어머니는 지구를 낳자마자 어디론가 도망쳐 지금은 몸져누운 외할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지구는 “아이들이 놀리고 시비를 걸어” 싸움을 벌였다가 폭행으로 한 차례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그 외에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소년이다. 귀여운 여자친구도 있다.

소년범죄와 미혼 출산 대물림

그런데 지구는 친구들과 어울렸다가 ‘특수강도상해’를 범한다. 죄목은 거창하지만 실상 친구가 자기 삼촌집이라고 주장하는 빈집에 휩쓸려 들어갔다가 도망쳐 나오면서 주인아주머니를 밀친 것이다. 보호관찰 기간 중에 벌어진 일이라 소년원에서 몇 달을 지내고 나왔을 때 지구를 가장 먼저 맞이한 건 외할아버지의 죽음.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할 무렵, 행방을 몰랐던 어머니 장효승(이정현 분)이 나타난다. 효승은 지구를 낳자마자 가출해 변변한 직업도 없이 세상을 떠돌며 살았지만 아들과 재회한 후 새롭게 삶의 의지를 다진다.

지구도 새로운 일상에서 기쁨을 느낀다. 하지만 모자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16세인 여자친구가 임신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지구는 효승 역시 자신과 다르지 않은 과거를 지녔음을 알게 된다. 소년범죄와 미혼 출산의 대물림이다.



‘돈 크라이 마미’는 집단 성폭행이라는 한층 끔찍한 범죄를 소재로 한다. 남편과 이혼한 중산층 여성 유림(유선 분)은 고교생 딸 은아(남보라 분)가 같은 학교 남학생 3명으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안다. 가해 소년들은 법정에 서지만, 2명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고, 실형을 받은 나머지 1명마저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재판 후에도 성폭행 동영상을 미끼로 협박하는 가해 소년들에게 은아는 거듭 유린당하다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법과 공권력에 실망한 유림은 직접 복수에 나선다.

무엇이 소년을 범죄자로 만들었나

영화 ‘돈 크라이 마미’의 한 장면.

‘돈 크라이 마미’에서 가해 소년들은 ‘괴물’이다. 변태적 성욕에 굶주린 짐승이며 폭력을 일삼는 무자비한 존재다. 피해자가 죽어도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영화는 엔딩 타이틀에 실제 사건 내용을 나열하며 작품 기획의도를 분명히 밝힌다.

“2004년 밀양 고교생 44명 여중생 집단 성폭행-단 3명만 실형, 대부분 훈방조치. 2008년 부산 10대 여중생 집단 성폭행-5명 구속, 4명 불구속 입건. 2011년 중학생 6명 여중생 집단 성폭행 및 동영상 배포-등교정지 10일 징계처분.”

제작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미성년 성범죄 가해자들에 대한 사후조치 실태는 사회봉사 및 특별교육 33.7%, 전학조치 16.1%, 퇴학 및 자퇴조치 10%며 경찰조사와 사법기관 위임은 22.6%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소년사건에 대한 불충분한 형벌 체계가 미성년 흉악범죄를 부추기는 원인이라는 게 이 영화의 주장이다.

평범함 vs 악마성

반면 ‘범죄소년’의 강이관 감독은 연출 의도를 이렇게 밝혔다.

“소년원에는 엄청난 범죄자들이 모여 있으리라는 내 예상과 달리 아이들은 평범했다. 그런데 왜 나는 그곳에 가기 전 그런 상상을 했을까. 그동안 미디어에서 소년들이 저지른 범죄 중 가장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것들만 보여줘 우리로 하여금 그들이 아직 어리다는 것을 잊게 만든 결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범죄소년’ 제작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 소년원은 11곳, 그곳에 수감된 인원은 1255명. 언론에 보도되는 극악한 소년범죄자에 해당하는 이들은 그중 20%. 나머지 80%에 해당하는 소년들은 절대적 빈곤으로 어쩔 수 없이 단순 절도, 폭력을 반복한 이들이다”라고 밝혔다.

동시대, 동일한 현실에서 출발했지만 평행선에 가까울 만큼 서로 다른 결론으로 향해 가는 두 영화의 ‘거대한 차이’가 느껴지는가. 한 영화는 소년범죄자의 ‘평범함’을 강조하고, 또 다른 영화는 ‘악마성’에 주목한다. ‘돈 크라이 마미’는 전문직 종사자인 부모와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첼로를 배우는 아이 등 피해가정의 중산층 면면을 묘사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인다. 반면, 가해학생들은 낡고 좁은 주택에 거의 방치된 채 살며, 부모는 부재하거나 허름한 작업복 차림으로 등장한다. 두 영화가 유일하게 공유하는 것은 범죄소년의 사회계층적 환경에 대한 묘사다.

이쯤에서 이창동 감독의 ‘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시’와 ‘돈 크라이 마미’는 한 여학생을 죽음으로 몰고 간 소년들의 끔찍한 집단 성폭행을 소재로 다뤘다. 하지만 ‘시’는 범죄 장면을 스크린 바깥으로 쫓아냈고, ‘돈 크라이 마미’는 포르노에 가까울 만큼 선정적이고 충격적인 시선으로 범죄현장을 묘사하는 데 공을 들인다.

만약 당신에게 소년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어보라고 한다면, 누구를 주인공으로 해서 어떤 장면을 보여줄 것인가. 그 대답이 곧 당신의 미학일 뿐 아니라 당신의 윤리학이다.



주간동아 2012.11.26 864호 (p62~63)

이형석 헤럴드경제 영화전문기자 su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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