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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방산업 얼차려에 자주국방 비명

MB정부, 잇단 제재로 방위산업 기반 흔들… 외국 업체는 특혜 몰아주기 의혹

  •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jdkim2010@naver.com

방산업 얼차려에 자주국방 비명

방산업 얼차려에 자주국방 비명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내 항공동에서 직원들이 T-50의 후속 기종인 TA-50을 조립하고 있다.

한국 방위산업이 전대미문의 태풍을 맞아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 말기, 정부가 지분 일부를 소유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민영화를 석연치 않은 절차와 방법으로 강행하는 것이 첫 번째 태풍이다. 지난 10여 년간 국가가 9조 원이나 쏟아부어 T-50, KT-1, 수리온 헬기를 개발한 우리나라의 대표적 항공기업을 섣불리 민간 기업에 넘길 경우 그동안 구축한 항공기 개발 체계 기반이 붕괴되리라는 우려가 방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그것도 정권 말기에 정권 핵심 인사들이 추진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이 예상된다.

석연치 않은 한국항공우주산업 민영화

두 번째 태풍은 11월 16일 감사원이 한국형 K2(흑표) 전차의 핵심 구성품 파워팩(엔진+변속기) 선정이 잘못됐다며 부적절하게 업무를 처리한 방위사업청(방사청) 간부를 징계하도록 통보한 것이다. 국방부와 방사청이 감사원 조치에 반발하면서 정부 기관끼리 갈등이 조성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감사원 조치를 그대로 따르면 2014년에도 전차 생산은 어렵다. 2008년 이미 흑표전차 체계 개발을 완료하고도 전차 생산이 장기간 지체됨에 따라 전차 생산 협력업체 직원 4만여 명의 생존권 위기까지 초래되는 최악의 상황이 예견된다. 이는 우리나라 전차 생산 기반이 총체적으로 붕괴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방산업계는 이미 가동률 저하, 경영환경 악화로 거의 빈사 상태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는 국방 연구개발비를 꾸준히 증액하면서 무기 국산화 기반을 확충해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명박 정부 들어 방위산업체 연구개발 인력이 빠르게 해체되고, 생산 기반도 부실화되면서 한국 무기시장은 외국 기업의 식민지나 다름없는 상황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규모 국부가 해외로 유출될 뿐 아니라 해외 의존도가 심화돼 자주국방 역량이 심각하게 침해받는다.

방위산업 판도에 영향을 미칠 KAI 민영화 추진은 정권의 정치논리가 항공산업과 안보를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살아 있는 교과서나 다름없다. 2009년 1월 이명박 대통령이 “대한항공이 KAI를 인수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데 검토해보라”고 지식경제부(지경부)에 지시한 것에 대해 지경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했다. 부채비율이 금년 상반기 기준 829%에 달하는 대한항공이 부채비율 107%인 KAI를 인수할 경우 항공기 개발을 위한 투자가 부진해지면서 동반부실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대한항공 측은 지속적으로 KAI 인수를 시도했고 청와대와 대통령 측근들도 대한항공에 KAI를 넘겨주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나 재무구조가 부실한 대한항공이 KAI를 인수하기 어렵다는 정책당국의 의견 때문에 결실을 보지 못한 상태였다. 특히 8월 30일 KAI 지분을 소유한 산업은행이 한진그룹에 공문을 발송해 “대한항공이 외부자금 조달로 KAI를 인수할 경우 (대한항공이 약속한) 재무구조 개선 약정의 제반사항 준수가 곤란할 것으로 예상돼 부정적”이라고 통보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이 수의계약으로 KAI를 인수하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인식되던 터에 9월 7일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업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9월 7일 김대기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관해 경제수석실, 지경부 기획조정실장 등이 참석한 청와대 회동이 있었고, 여기서 KAI 매각 대책이 논의됐다”고 전하면서 “이후 KAI 매각 입찰 절차가 빨라졌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회의가 열리고 열흘 후인 17일 매각을 주관하는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수의계약도 가능하다”며 기존 견해를 바꾸고 이미 유찰된 매각을 재공고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단독으로 입찰에 응하는 수의계약에 대한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던 와중에 입찰 마감시한인 9월 27일 현대중공업이 전격적으로 입찰에 참여해 경쟁이 성립됐다. 이로 인해 수의계약에 대한 반대여론이 희석돼 입찰 절차를 강행하면 12월 초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방산업 얼차려에 자주국방 비명

3월 16일 이명박 대통령이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2 대한민국 교육기부공동체 선포식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 부스에 들러 항공기 조정 시뮬레이션을 체험하고 있다.

전차 생산 2000억 원 집행 보류

청와대의 ‘대한항공 밀어주기’가 노골적이라는 야당과 노동계 비판이 고조되던 9월 27일 현대중공업의 입찰 참여는 세간의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현재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선거(대선) 후보 측 정몽준 선거대책본부장이 대선이 코앞인 상황에서, 그것도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외치는 박 후보를 돕는 상황에서 정작 자신은 사업 확장을 시도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정 본부장이 자신이 소유한 기업으로 하여금 KAI 인수를 시도하게 했을까.

그 내막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으나 몇몇 업계 관계자는 “9월 7일 청와대 회의 이후 지경부 주요 관계자들이 현대중공업이 입찰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이미 아는 것처럼 보였다”며 ‘청와대 관련설’을 제기했다. 즉 “현대중공업이 KAI를 인수하려는 진정성에 의문이 간다”는 것이다. 입찰에 참여하려고 대한항공은 실사 인원 30여 명을 투입해 인수 준비를 하는 데 반해, 현대중공업은 2~3명에게만 실사 책임을 맡긴 채 남의 일처럼 업무를 처리한다는 것.

KAI 매각의 주역인 강만수 한국산업은행장, 진영욱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이 모두 이명박 대통령 측근이고, 한국정책금융공사의 매각자문사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BBK 다스 송금, 카메룬 다이아 광산개발 업체 C·K 대출에 관여한 외국 금융기관이라는 비판이 4월부터 노동계에서 나오는 터였다.

KAI가 대한항공에 매각되면 먼저 예상되는 것이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KAI가 방만하게 경영되기도 해서 어느 정도의 구조조정은 당연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미 가동되는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와 기능이 합쳐지면 인원이 2배로 늘고 매출은 40%만 증가해 대규모 감원이 이뤄질 개연성이 높다. 이럴 경우 항공기 개발 경험이 없는 대한항공의 기존 인력은 유지되면서 KAI 측 연구개발 인력만 감원될 개연성이 크다. 이 때문에 KAI 측은 이번 민영화가 자칫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의 역량을 퇴보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엔지니어가 필요해서 인수하려는 것인 만큼 절대 인력감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법적 절차를 밟아 공개입찰을 하는 것이므로 ‘밀어주기’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올 상반기 부채비율이 높은 것에 대해선 “신규 항공기를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산업 얼차려에 자주국방 비명

핵심 부품 도입과 관련, 외국 업체 특혜 의혹이 제기된 K2(흑표) 전차.

11월 16일 감사원이 발표한 K2(흑표) 전차 감사결과는 전차 생산기반을 흔들어 놓았다. 작년에 이미 야전에 배치됐어야 할 K2 (흑표) 전차가 수렁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차의 핵심 구성품인 파워팩 개발이 지연됨에 따라 4월 방사청은 2013년도 양산분 100대에 한해 파워팩을 독일로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 직후 감사에 착수한 감사원은 방사청 관계자가 독일 파워팩의 결함은 무시한 채 국산 파워팩의 결함만 부풀려 해외 파워팩을 도입하도록 부적절하게 업무를 처리했다며 방사청에 징계를 요구했다.

감사원의 움직임을 지켜본 기획재정부가 올해 전차 생산에 배정한 2000억 원의 집행을 보류함으로써 전차 협력업체 1100여 개와 직원 4만 명의 밥줄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사업이 더 늦어지면 업체가 줄줄이 도산할 테고, 이를 복구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다. 국회는 올해 예산뿐 아니라 내년 예산에 대해서도 결정을 보류하고 있다. 또한 방사청이 감사원 주문대로 이미 내린 결정을 번복할 경우 2014년에도 전차 생산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우리 측이 선금 지급을 늦출 경우 국내 업체와 수출계약을 맺은 독일 회사가 약속 미이행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라고 요구할 우려도 크다.

국내 업체는 콩쥐, 외국 업체는 팥쥐

이런 현실이 의미하는 바는 자명하다. 그동안 정부와 업체가 막대한 혈세 및 노력을 쏟아부어 구축한 한국형 전차의 생산 기반이 총체적으로 붕괴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자동차 수출보다 전차를 먼저 생산한 나라고, 이를 바탕으로 산업화시대에 기계를 갖추고 설비 기술을 일궈왔다. 그런데 파워팩 국산화 문제로 3년간 논쟁만 하다가 이제는 결정된 정책마저 흔들리는 작금의 사태는 세계 13위 경제대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원시적이다. 애초 무리하게 국산화 계획을 세운 것도 잘못이지만, 개발에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비상계획도 없었고 위험관리도 수반하지 않은 것은 사업의 초보적 관리조차 부실했다는 방증이다.

유달리 이명박 정부에서는 방위산업에 대한 지나친 간섭과 규제, 제재를 남발했고, 그것이 정책적으로 개선된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동안 감사원과 방사청이 예정가의 60%를 밑도는 낙찰가 후려치기로 방위사업을 주도한 결과, 일부 개발사업에서는 참여 업체가 없어 유찰되는 일도 벌어졌다.

방사청은 대규모 업체 제재라는 강경한 조치를 남발했으나 법원에서 대부분 패소하고 있다. 멀쩡한 항공기업에 대한 민영화 추진이나, 국내 방산업계 ‘두들겨 패기’는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리베이트만 안 받아도 국방예산 20%는 깎아도 된다”며 방위산업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면서 본격화한 흐름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후 국내 방위산업계가 업계 탕자로 전락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같은 기간 청와대는 차기전투기, 대형공격헬기, 해상작전헬기, 무인정찰기 등 20조 원에 이르는 해외 무기 직구매를 소나기식으로 추진했다. 외국 업체의 경우, 국내 업체에 가혹하게 부과되는 지체상금도 면제받을 뿐 아니라, 정부 간 거래(FMS)로 추진되는 무기 도입은 공급자가 계약을 위반해도 국내 법원에 제소할 수 없고 확정가 계약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는 등 특혜 덩어리다. 현 정부에서 국내 업체는 콩쥐고 외국 업체는 팥쥐인 셈이다. 악한 계모 밑에서 우리 방위산업은 울고 있다.



주간동아 2012.11.26 864호 (p26~28)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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