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2

2012.11.12

한국판 스티브 잡스 키우기

‘SW 마에스트로’ 2기 10명 인증…대학 입학할 나이에 창업 준비

  • 문보경 전자신문 부품산업부 기자 okmun@etnews.co.kr

    입력2012-11-12 09: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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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판 스티브 잡스 키우기

    11월 6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는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2기 인증식이 열렸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이틀 앞둔 11월 6일. 전국 고등학생이 자기 미래를 걱정하고 있을 그때,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선 또래와는 다른 길을 가려는 젊은이 10명을 응원하는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바로 소프트웨어(SW) 마에스트로 2기 인증식이다.

    SW 마에스트로는 정부가 창의적인 SW 인재를 발굴하고 각 분야 고수가 멘토로 나서 노하우를 직접 전수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정부가 야심차게 진행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SW 국가인재’인증을 받은 젊은이들의 눈빛도 남달랐다. 이날 인증을 받은 10명은 ‘한국은 SW 약소국’이라는 오명을 씻어버리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우리나라 SW 분야를 짊어질 국가대표들인 셈.

    SW 개발에 심취해 고등학교를 두 번 자퇴하면서까지 SW 인재 반열에 오른 전수열(19) 군, 알람 기능을 가진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개발해 외신의 주목을 받은 대학생 신재명(24) 씨 등 10명은 나이를 무색하게 할 만큼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최연소 SW 국가인재로 인증을 받은 전군은 얼마 전 독학으로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봤다. 그는 당초 정보기술(IT) 분야가 좋아 일반고를 자퇴하고 한국디지털미디어고에 재입학했다. 하지만 학교 교육과정이 IT에만 집중된 것이 아니고, 학급 친구도 대부분 좋은 대학 입학을 목표로 공부했다. 그는 결국 자기 꿈을 이루는 데는 대학보다 실무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학교를 떠났다. 처음엔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하던 부모님도 그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하곤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SW 국가인재’ 다양한 지원



    지난 1년간 SW 마에스트로 과정을 밟으며 실력을 업그레이드한 그는 친구 2명과 함께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조이플’이라는 이름도 내걸었다. 사업자금은 SW 마에스트로 활동비를 차곡차곡 모아 마련했다. 인증서와 함께 받은 상금도 큰 힘이 됐다. 요리를 주제로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개발 중인 그는 개발을 완료하는 대로 법인 등록도 할 계획이다. 남들은 대학에 입학할 나이에 어엿한 사장님이 되는 것이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대학원에 재학 중인 신재명 씨의 실력은 해외에서 먼저 인정했다. SW 마에스트로 과정 3단계 프로젝트로 개발한 알람 기능 앱 ‘슬립 이프 유 캔(Sleep If U Can)’이 출시 나흘 만에 외신에 소개되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 알람과 영상인식 기술을 융합한 슬립 이프 유 캔은 현재 국내 다운로드 횟수만 6만 회에 달한다. 일본과 중국, 미국에서는 아이폰에 유료버전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신씨는 SW 마에스트로 과정에 전념하려고 대학원을 휴학했다. 졸업 후 전문지식을 더 쌓아 창업할 계획이다.

    SW 마에스트로는 뛰어난 SW 인재들이 실력을 더욱 키우고 향후 한국을 대표하는 SW 기업을 창업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매 기수별로 총 100명을 모집해 2단계에서 50명을 추리고 다시 3단계에서 최종 10여 명을 선발해 ‘SW 국가인재’ 인증을 준다. 인증을 받으면 지원금 5000만 원과 함께 창업을 위한 컨설팅 등 다양한 후속 프로그램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번에 최종 선발된 10명은 1년 3개월에 걸친 서바이벌 시스템을 통과한 인재들이다.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과 소프트웨어 열풍이 일지만, 한국은 SW 인프라가 취약하기 그지없다. SW 마에스트로 프로그램은 취약한 인프라에서나마 SW 강국이 되는 씨앗을 키우겠다는 취지로 지식경제부가 2010년 8월 마련했다. 그러니까 이번에 인증을 받은 인재들은 2기다. 올해 인증자들은 지난해 배출한 1기 인증자들에 비해 프로젝트 개발 분야와 학력, 지역, 성별 등이 훨씬 다양하고 평균연령도 낮다. 신재명 씨는 “각자 전문분야가 조금씩 다른데 이를 공유하면서 한꺼번에 여러 분야 전문지식을 쌓은 느낌”이라며 “SW 마에스트로 과정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멘토들의 기술지도 덕분에 앱을 출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꿈꾸는 젊은이여 도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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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수열 군(왼쪽)과 신재명 씨.

    이날 SW 국가인재 인증을 받은 학생들의 꿈은 대부분 창업이다. 창업이 한국 SW 산업 발전의 정답은 아니지만, SW 인재들이 틀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으로 자신만의 꿈을 펼치는 기회일 수 있다. 이미 최고경영자(CEO)가 된 이도 있다. 이번에 인증을 받은 이용희(25) 씨와 김영호(29) 씨가 대표적이다. 이씨는 친구 2명과 함께 아울네스트라는 회사를 창업해 현재 ‘뉴스잇’(데이터분석서비스 및 웹사이트)을 개발 중이다. 말랑스튜디오(Malangstudio) CEO인 김씨는 창업에 앞서 대학을 휴학하고 취업한 적이 있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일종의 경험 쌓기였다. 직장에 다니면서 SBS 인터넷라디오 ‘고릴라’와 의류영상처리 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데 관여했다. 회사를 창업한 뒤에는 알람 기능에 감성을 더한 ‘알람몬’앱을 출시했다. 국내에서만 다운로드 횟수가 100만 회를 넘었으며 올해 말 200만 회를 돌파하는 게 목표다. 직원 수도 외국인 2명을 포함해 8명이나 된다.

    SW 약소국 이미지를 벗어버릴 만큼 젊은이들의 실력과 꿈은 야무지다. 하지만 진정한 SW 강국으로 발돋움하려면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SW 개발자들의 근무환경은 여전히 취약하고, 이공계 기피 현상도 진행형이다. 특성화고가 있지만 창의적인 SW를 개발하기에는 교육과정이 획일화한 것도 문제다.

    SW 마에스트로 과정을 담당하는 지식경제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권장우 인재양성단장은 “핵심 원천기술 개발을 통해 미래 신규 시장을 선점하려면 우수한 인적자원 확보가 필수”라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창의적인 융합형 고급 인재 양성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SW 마에스트로 과정에 참여하고 싶다면 2013년 봄에 나올 공고문을 참고해 지원신청서와 자기소개서 등 서류를 접수하면 된다. 문의 02-6933-0701, www.swmaestr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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