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2

2012.11.12

누가 외교·안보를 핸들링하나

대선 후보 빅3 진영 정책과 이슈 선점 경쟁

  • 입력2012-11-12 09: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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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력 대통령선거 후보를 돕는 외교·안보 라인은 집권에 성공하면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주도하게 된다. 따라서 누가 어느 후보를 돕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곧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밑그림을 살펴볼 수 있는 길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 정치인 교수 등 다양한 분야 경력자 포진

    동정민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산하 외교통일추진단 윤병세 단장은 박근혜 대통령선거(이하 대선) 후보의 외교·안보 라인 특징으로 “교수뿐 아니라 정책실무 경험자, 국회의원, 기업가 등 다양한 분야의 검증된 경력자가 모여 이론과 실무의 균형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의 외교·안보 라인은 외교통일추진단에 총집결됐다. 추진단의 절반 정도는 박 후보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이다. 2010년 12월 연구원 외교·안보팀 발기인 가운데 현재 외교통일추진단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은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한 명뿐이다. 백 위원은 국책연구기관 연구원 신분이라 드러내놓고 돕지는 못하지만, 물밑에서 조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월 5일 발표한 박 후보의 외교통일 공약 종합판의 밑그림이 된 지난해 ‘포린어페어즈’ 기고문이 연구원 외교·안보팀 작품이다.



    윤병세 단장을 비롯해 외교통일추진단의 최대석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 교수와 이정민, 이정훈, 한석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유현석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모두 연구원 출신이다.

    윤 단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수석비서관을 지냈다. 박 후보는 윤 단장이 처음 연구원에 발기인으로 참가할 때 “노무현 정부 인사인데 같이해도 되겠나”라는 주변 인사의 질문에 “정책에 이념이 있나. 상관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윤 단장은 외무고시 출신으로, 외교통상부 북미국에서 오래 일했고, 외교통상부 차관보를 지냈다. 그는 2004년부터 1년 6개월 동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책조정실장도 맡았다. 박 후보의 공약에 외교·안보·통일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가칭 국가안보실)를 청와대 안에 설치하는 내용을 포함한 것은 그의 NSC 근무경험을 반영한 것이다.

    외교통일추진단에는 전·현직 국회의원도 대거 포함됐다. 주미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중앙일보 순회특파원을 지낸 길정우 의원과 주오스트리아대사와 외교부 본부대사를 지낸 심윤조 의원은 외교·안보정책을 마련하는 데 핵심 구실을 맡았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지낸 미국통 박진 전 의원도 합류했다. 대통령 통일비서관 출신의 정문헌 의원, 북한 김일성대 출신의 탈북자 조명철 의원, 대북 활동가 출신의 하태경 의원도 합류했다.

    외교통일추진단의 면면을 보면 김재천(1965년생), 한석희(65년생), 홍용표(64년생), 유현석(63년생), 이정민(60년생), 이정훈(61년생), 류길재(59년생) 교수 등 40~50대 초반 젊은 학자가 주로 포진했다. 박 후보가 대북·외교정책에서 “유화 아니면 강경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 진화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보를 증진하기 위해 더욱 대담하고 창조적인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는 식의 새로운 접근을 강조해온 것과 맥이 닿는 대목이다.

    외교·안보 분야는 박 후보가 오래전부터 본인의 확고한 생각이 있어 경제, 복지 분야에 비해 전문가의 도움을 적게 받는 편이다.

    누가 외교·안보를 핸들링하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 노무현 정부 ‘햇볕정책 인맥’이 주도

    이남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irun@donga.com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캠프의 외교·안보정책은 ‘햇볕정책 인맥’이 주도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 모두 외교·안보 브레인으로 노무현 정부 출신 인사를 발탁하는 추세다. 하지만 햇볕정책의 ‘정통 이데올로그(사상가)’는 대부분 문 후보 캠프에 몸담고 있다.

    문 후보의 정책조직인 미래캠프의 ‘남북경제연합위원회’는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기구다. 여기에 정동영, 정세현, 이재정, 이종석 등 노무현 정부의 통일부 장관 4명이 포진했다. 정동영 전 의원이 위원장을 맡아 전체회의를 주재한다. ‘햇볕정책 설계자’로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을 주도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후보 상임고문이자 위원을 맡았다. 2차 남북 정상회담 실무를 주도한 서훈 전 국가정보원 3차장도 위원으로 참여했다.

    학계에서는 문정인, 김기정 연세대 교수와 이수훈 경남대 교수, 이근 서울대 교수, 고유환 동국대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한명환 전 수출입은행 남북기획실장, 홍익표 민주통합당 의원도 주축으로 참여하고 있다.

    남북경제연합은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친 ‘남북연합’에 앞서 경제 분야에서 통일을 이뤄 ‘30-80시대’(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8000만 명)에 진입하겠다는 문 후보의 핵심 공약이다. 이 공약은 고유환 교수 등이 개념을 정리하고, 전직 통일부 장관들과 서훈 전 차장, 한명환 전 실장이 실천 방안을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이론가로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문정인 교수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0·4 남북공동선언 5주년을 맞아 한반도 평화구상을 주제로 문 후보와 특별대담을 가졌다. ‘미국의 대(對)아시아정책’을 연구한 김기정 교수는 국제정치 분야의 좌장 격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문 후보 싱크탱크인 담쟁이포럼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문 후보는 9월 25일 임동원, 정동영, 정세현, 이재정, 이종석 전 장관과 함께 남북 분단으로 끊긴 경의선 철도의 마지막 기차역인 경기 파주시 도라산역을 찾았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정책 책임자들과 함께하면서 자신이 ‘야권의 적자’임을 부각한 것이다.

    문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국방정책을 떠오르게 하는 ‘5대 국방 구상’도 밝혔다. 이 구상에는 △대북 억제전력 확보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차질 없는 추진 △평화로운 안보환경 조성 △북방한계선(NLL) 수호 및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실현 △군 복무기간 18개월로 단축과 2020년까지 병력 50만 명으로 축소 등의 공약이 포함됐다. 사병 복무기간 단축이나 병력 감축은 노무현 정부 때의 ‘국방개혁 2020’ 내용과 같다.

    문 후보의 국방정책자문단에는 백군기 민주통합당 의원을 비롯해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 권진호 전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 백종천 전 대통령외교안보실장이 참여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와 인연이 깊은 인사가 대다수다.

    문 후보는 9월 16일 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후 수락연설에서 “남북대화와 6자회담을 복원할 것”이라며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는 동맹관계를 공고히 하는 가운데 주변 국가들에 대해서도 균형 외교를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에서 벗어나 ‘교류 협력 강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문 후보는 “취임 첫해 남북정상회담을 실현하겠다”며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가장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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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무소속 후보 | 윤영관 이봉조 최상용 3인방

    윤완준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zeitung@donga.com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외교·안보 라인에는 대북 포용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중도실용 성향이 강한 인사가 대거 포진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보다 유연한 포용정책을 펴되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의 공과를 따져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안 후보는 외교·안보정책의 3대 주안점으로 대북 포용정책과 안보태세 강화, 균형 외교를 강조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교수가 외교 분야를,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차관을 지낸 이봉조 극동대 교수가 통일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주일대사를 지낸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를 포함한 이들 3명이 ‘안철수 외교·안보·통일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안 후보의 라인업이 임동원, 정동영, 정세현, 이재정,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등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통일정책 수장이 대거 포진한 문재인 후보 측보다 무게감이 덜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안 후보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차별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안보정책 수장인 윤영관 교수의 이력을 보면 안 후보의 외교정책이 노무현 정부와 다를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윤 교수는 외교통상부 장관이던 2004년 1월 외교통상부 간부의 대통령 폄훼 발언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질됐다. 노무현 정부 내의 자주외교파와 한미동맹파의 파워게임에서 자주외교파가 승리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한미동맹파에 가까운 윤 교수가 파워게임에서 밀렸다는 것이다.

    당시 노 대통령은 경질 사유로 ‘항명’을 들었다. 이는 외교통상부가 한미관계를 고려해 이라크 추가 파병 규모가 3000명 선으로 확정된 뒤에도 미국 측 요구를 가급적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계속 제기한 사실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됐다. 윤 전 장관은 당시 이임식에서 “남북 간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모든 과정에서 미국과의 관계가 대단히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한미동맹을 강조해왔다”며 “어떤 의원이 이를 ‘숭미(崇美)’라고 했는데, 숭미는 자주적 목표에서 나온 ‘용미(用美)’와는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노무현 정부 내 자주외교파의 인식을 비판한 것이다.

    이봉조 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통일정책을 주도한 인물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수석실 통일비서관, 노무현 정부에서 NSC 사무처 정책조정실 실장, 통일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최 전 대사는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문재인 후보 측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장과 함께 지난해 8월 안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겠다는 뜻을 처음 밝혔던 ‘6인 모임’ 자리에 참석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안 후보의 멘토 구실을 해왔다. ‘6인 모임’ 가운데 김종인 위원장은 박근혜 후보 캠프, 윤여준 위원장은 문 후보 캠프로 가면서 세 사람의 길이 갈라졌다. 최 전 대사는 2007년 대선 때 정동영 후보의 정책 자문역을 맡아 대선을 치른 경험이 있어 안 후보에게 많은 조언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전문가로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김연철 인제대 교수 등 대북 포용정책을 옹호하는 학자들이 참여했다. 김연철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김근식 교수는 “북한을 무조건 편드는 근거 없는 친북주의와 대북 포용정책을 무조건 비난하는 맹목적 반북주의 사이에서 합리적 공론화를 이뤄야 남남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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