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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통신안보 전쟁 불똥 튀나

관련 장비 놓고 양국 신경전… 한국은 대안 부재·기술 부재

  • 권건호 전자신문 통신방송사업부 기자 wingh1@etnews.com

美·中 통신안보 전쟁 불똥 튀나

美·中 통신안보 전쟁 불똥 튀나

미국 시스코에 전시된 네트워크 장비.

미국과 중국이 통신장비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중국 기업이 생산한 통신 네트워크 장비가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펄쩍 뛰었고, 중국 정부까지 나서면서 무역 분쟁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그 와중에 캐나다와 대만도 중국산 장비로 인한 안보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통신 네트워크 장비로 인한 안보 논란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정부기관과 기업도 중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이 생산한 장비를 사용한다. 국내 통신망을 구축할 당시만 해도 국산 장비가 없어 외국산 제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산 기술과 장비가 발전해 외국산 제품과 비교해도 성능에 별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국산 장비는 역차별을 받아온 것이 현실이다. 안보 논란이 사실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중국 기업은 중국 정부 스파이?

10월 8일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는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와 ZTE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약 1년간의 감사 결과와 청문회 등을 종합해 작성한 이 보고서는 두 회사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일 수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았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경제적, 군사적 스파이 활동에 기업을 이용한다”면서 “화웨이와 ZTE가 중국 정부 영향력에서 자유롭다고 믿을 수 없고,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미국 기업 인수합병(M·A)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이 악성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심은 통신장비를 이용해 전시에 미국 안보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면서 “미국 정부가 중국에게 사이버 공격을 당하지 않으려면 부품을 포함해 이들 회사 장비를 일절 사용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중국 회사들이 자국 정부 요청에 따라 군을 지원했다는 증거도 나왔다. 정보위원회는 “전 직원으로부터 입수한 내부 문서에서 화웨이가 중국인민해방군 사이버 전쟁 부대에 특별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중국은 악의적으로 이용할 만한 충분한 동기와 수단을 가진 나라며 화웨이가 중국 정부 지원으로 큰 혜택을 입었을 개연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례적으로 중국 정부까지 나섰다. 화웨이 측은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기업 자료나 사업 정보는 터무니없는 것”이라면서 “회사 기밀을 다 내주는 기업은 없다”고 항의했다. 또한 화웨이가 “세계 150여 개 시장에서 500개 이상 기업을 고객으로 둔 믿을 수 있는 업체”임을 강조하며 이번 조사가 “정치적 목적을 가진 것으로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 홍레이 대변인도 “화웨이와 ZTE는 국제 수준에 맞게 경영하고 있고 이들의 대미 투자는 중·미 양국에 윈윈”이라며 “미국 의회는 중국 기업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美·中 통신안보 전쟁 불똥 튀나
두 경제대국의 충돌에 세계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통신장비는 많은 나라가 상당 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더 큰 관심이 쏠렸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 정부가 미국에 이어 화웨이를 안보상 위협 기업으로 규정해 파문이 확산됐다. 캐나다 정부는 10월 9일 무역협정에 명시된 ‘국가안보를 위한 예외 조치’를 발동하고, 정부 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는 “해킹, 사이버 테러 위협, 사이버 스파이 행위 등을 막기 위해 사이버 보안 전략을 가동해왔다”면서 “사이버 보안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발표했다.

대만도 중국 통신장비 업체들이 자국 보안을 위협할 수 있다며 경계에 나섰다. 대만 입법원(국회) 외교국방위원회는 10월 22일 인프라 사업에 대한 중국 기업 투자를 금지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감청 기술 몰래 심기 쉽지 않을 듯

통신장비를 둘러싼 사이버 안보 논란은 우리나라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미 하원 보고서대로라면 통신 네트워크 장비를 대부분 수입하는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미국 또는 중국 기업으로부터 통신장비를 수입한다. 특히 통신망의 중추라 할 수 있는 백본망은 국산 기술을 전혀 적용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도 통신 안보에 신경 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3년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가 구입한 대용량 광전송 장비를 비롯한 통신장비 대부분이 외국산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로 촉발된 문제를 단순히 논란으로 치부해버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걸프전 당시 미국은 자국산 통신장비를 활용해 이라크 방공망을 무력화했다. 인도는 파키스탄 등 국경지역 분쟁에 악용될 것을 우려해 중국산 통신장비 도입을 전면 중단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도 통신 안보 논란이 이전부터 있어 왔다. 올해 초 한 통신사가 외국산 인터넷 ‘패킷분석솔루션’(Deep Packet Inspection·DPI)을 도입하려 했을 때 일각에서 통신주권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국군기무사령부 대상 비공개 국정감사에서도 의원들이 중국산 통신장비 도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리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통신장비에 감청 등을 위한 기술을 몰래 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첨단 장비가 테러나 전쟁에 악용될 여지는 여전히 존재한다. 문제는 대안 부재다. 미국은 중국산 장비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자국산 장비를 쓰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산 네트워크 장비 기술이 없는 분야가 더 많다.

한 통신장비 업체 관계자는 “국가안보 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에서라도 국산 대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가 통신장비 연구개발에 장기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간동아 2012.10.29 860호 (p24~25)

권건호 전자신문 통신방송사업부 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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