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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로 본 법률상식

달라도 너~무 다른 남녀 본능

서울대 ‘담배 성폭력’ 논란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달라도 너~무 다른 남녀 본능

달라도 너~무 다른 남녀 본능
최근 서울대에 재학 중인 한 여학생이 ‘담배를 피우며 이별을 통보했다’는 이유로 전 남자친구를 ‘성폭력’으로 학생회에 제소한 사건을 두고, ‘성폭력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 하느냐’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법대로라면 강제로 성관계를 맺으면 강간(형법 제297조)이고, 성관계는 아니지만 추행을 한 경우 강제추행(형법 제298조)으로 처벌받는다. 그러나 성범죄의 외연은 계속해서 확대돼왔다.

대법원은 2002년 4월 “강제추행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하면서 “노래방에서 피해자와 춤을 추면서 순간적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진 행위”도 강제추행이 된다고 판결했다(대법원 2001도2417 판결).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신체적 접촉이 있었다면 죄가 성립된다고 본 것이다.

성범죄를 예방하려면 적절한 성교육이 절대적이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신체적 접촉은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고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회적 필요성에 따라 강간이란 어감이 좋지 않은 용어 대신 성폭행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도 성적 담론을 공식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성교육도 더 쉬워졌다.

폭행이란 상대방에게 물리력이 전달돼야만 성립하는 것이므로 신체적 접촉이 없다면 폭행이 아니다. 따라서 강제추행이 될 수도 없다. 소리를 질러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지만 그 큰 소리가 상대방에게 전달돼야 폭행이 성립한다.

성폭행과 같은 뉘앙스로 성추행, 성폭력, 성희롱, 성차별 등 다양한 표현을 섞어 쓰면서 그에 따른 혼란도 적지 않은데, 엄격히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하 여직원에게 짙은 성적 농담을 하는 행위는 성희롱이지만 성폭행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또한 지하철 안에서 바로 옆에 여자 승객이 있는데도 버젓이 포르노를 보는 남자가 있다면, 저질스러운 성폭행이라고 표현하고 싶지만 성폭행은 될 수 없다.



남성에게 이성교제의 모티프는 성적 욕망이고 성관계가 최종 목적이지만, 여성의 경우 애정이 커가면서 친밀감의 표현수단으로 성관계를 맺으려 한다. 시쳇말로 ‘달라도 너~무 다르다’. 서로 다른 본능을 가진 남성과 여성이 아름다운 사랑을 싹 틔우려면 무엇보다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최악의 결과는 성범죄다. 근래에는 의학적으로 임신을 계획하고 통제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지만, 그렇더라도 원치 않는 성관계는 여성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므로 엄하게 처벌한다. 강간치상죄 최저형은 징역 5년으로 살인죄와 같다(형법 제301조).

인간의 욕구는 성적(性的)이라고 한다. 성과 관련됐다는 의미가 아니라, 인간의 욕구 중 성욕은 아무런 근거가 없고 논리적이지도 않으며 나아가 윤리와도 전혀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성욕에 빠진 목신 판은 예쁜 시링크스를 지긋지긋하게 쫓아다닌다. 순결을 지키려는 시링크스는 끝내 목숨을 버리고 갈대로 변한다. 잘못을 깨달은 것인지 사랑을 기억하려는 것인지, 판은 갈대를 뽑아서 피리를 만들어 분다. 성은 논리적이진 않지만 무척 강렬하다.

육체적으로 약한 여성 앞에서 남성성의 상징인 담배를 계속해서 피우는 것은 상호교류적인 여성성을 배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기의 의사를 강요했다는 점에서 성폭행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어떤 여성 정치인은 집요하게 자신을 비난하는 상대의 행동을 성추행이라고 표현한 적도 있다. 당시엔 그런 경우에까지 성이라는 용어를 끌어들이는 것이 지나치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성에 기대면 표현이 강렬해지고 비논리적인 동조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는 성욕만큼이나 계속될 것이다. 다만 성적 담론에서는 아동이나 장애인 등 상대적으로 자기를 지키기 어려운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 먼저다. 대등하거나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성을 거론하며 피해자라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주간동아 2012.10.29 860호 (p78~78)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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