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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건강에 답하다

음기가 세면 큰물, 양기가 세면 큰불

‘열자(列子)’의 꿈

  •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음기가 세면 큰물, 양기가 세면 큰불

얼마 전 케이블 TV에서 ‘인셉션’이라는 영화를 봤다. 타인의 꿈속에 들어가 인위적으로 꿈을 조작함으로써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람 행동까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 영화는 2010년 개봉 당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누구에게나 호기심의 대상인 꿈의 세계를 직접적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막상 알려고 하면 할수록 실체가 분명하지 않아 혼란스러운 꿈의 세계는 인간의 정신영역 가운데 가장 신비로운 분야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선 위에 있는 꿈에 대해서는 고대인도 현대인 못지않게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중국 전국시대 열어구(列禦寇)가 지은 것으로 전해지는 ‘열자(列子)’에는 꿈을 흥미롭게 분석한 글이 실렸다. ‘열자’는 다양한 꿈의 종류를 나열하면서 고대 동양의학적 지식을 동원해 꿈을 설명하고자 했다.

“음기(陰氣)가 장성하면 큰물을 건너면서 두려워하는 꿈을 꾼다. 양기(陽氣)가 장성하면 큰불을 통과하면서 뜨거워하는 꿈을 꾼다. 음과 양의 기가 모두 장성하면 꿈에서 살생을 한다. 배가 부르면 뭔가를 주는 꿈을 꾸고, 배가 고프면 빼앗는 꿈을 꾼다. 이런 까닭으로 몸이 들뜨고 허해서 병든 사람은 떠오르는 꿈을 꾸고, 몸이 가라앉고 가득 차서 병든 사람은 물에 빠지는 꿈을 꾼다. 음산한 기운이 감돌면 꿈에서 불을 보고, 몸에 병이 들려고 하면 먹는 꿈을 꾼다. 꿈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은 근심으로 우울해지고, 꿈에서 춤추고 노래한 사람은 통곡하게 된다.”

즉 ‘열자’는 신체적, 심리적 상태에 따라 잠을 자는 동안 발생하는 환영이 꿈이라고 주장한다. 열자의 꿈에 대한 해석은 동양의학 고전인 ‘황제내경’에서 의학적으로 더욱 구체화된다.

“폐의 기(金氣)가 허하면 꿈에 흰 물체를 보고 사람이 베여서 피가 철철 흐르는 모습을 본다. 폐의 기가 실하면 군인들이 전쟁을 벌이는 꿈을 꾼다. 신장의 기(水氣)가 허하면 꿈에 배나 물에 빠진 사람을 보고, 신장의 기가 실하면 물에 빠져 엎어지거나 공포심으로 두려워한다. 간의 기(木氣)가 허하면 꿈에 버섯이나 작은 풀이 보이고, 간의 기가 실하면 꿈에 큰 나무 아래 엎어져 잘 일어나지 못한다. 심장의 기(火氣)가 허하면 꿈에 뜨거운 것을 구하는 꿈을 꾸고, 심장의 기가 실하면 활활 불타는 꿈을 꾼다. 비장의 기(土氣)가 허하면 음식이 부족한 꿈을 꾸며, 비장의 기가 실하면 담장을 높이고 지붕을 덮은 꿈을 꾼다.”-‘황제내경’ 소문(素問) 방성쇠론(方盛衰論)편



‘황제내경’은 인체 오장육부의 건강 상태에 따라 꿈 종류가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자신이 어떤 꿈을 꿨는지를 알면 겉으로 보이지 않는 내장의 건강 상태를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미래에는 영화 ‘인셉션’에서처럼 꿈을 조작해 건강을 확보하는 방법도 개발되지 않을까 하는 미혹된 상상도 해본다. 질병과 관련한 꿈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건강한 몸 상태의 꿈을 꾸게 함으로써 현실에서 실제로 건강해지는 치유법 같은 것 말이다.

‘열자’를 서술한 열어자는 ‘현실이 곧 환상(꿈)이고 환상이 곧 현실’이라는 도가적 세계관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에 따르면, 정신이 교류해 벌어지는 것이 환상(꿈)이요, 형체가 접해 벌어지는 것이 현실(각성)인데, 그 궁극을 따져보면 둘 다 헛되고 미혹된 세계라는 것이다. 미혹된 세계에서 미혹된 말을 하는 것은 미혹일까 아닐까, 기자도 헷갈린다.

음기가 세면 큰물, 양기가 세면 큰불

영화 ‘인셉션’의 한 장면.





주간동아 2012.10.29 860호 (p80~80)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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