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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 인생

스윙 한 동작에 진리가 담겨 있어

기골프, 멘탈 골프

  • 김종업 ‘도 나누는 마을’ 대표 up4983@daum.net

스윙 한 동작에 진리가 담겨 있어

스윙 한 동작에 진리가 담겨 있어
쉬운 말 놔두고 어려운 말 쓰는 게 대세다. 멘탈, 힐링, 메디테이션…. 그냥 정신, 치유, 명상 하면 될 것을 왜 그리 유식한 척하는지 모르겠다. 영어 몇 개 아는 게 자기 품격을 고귀하게 만든다고 여겨서 그럴 것이다. 골프 용어도 그런 게 많다. 기골프, 멘탈 골프….

필자는 기(氣) 전공자다. 국내 최초로 기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말로 ‘썰(說)’을 푼 게 아니라 체험을 먼저 하고 이론을 공부한 사람이다. 그래서 기차다, 기막혀, 기절, 기진맥진, 용기, 패기, 분위기 따위의 말이 어디에서 나왔고 어떻게 쓰이는지를 안다. 멘탈을 우리말로 하면 바로 기다.

기는 좁게는 사람 감정과 생각을 가리키고, 크게는 우주와 존재를 총칭하는 말이다. 기상(氣象), 기후(氣候) 등 날씨를 설명하는 말에서 기는 하늘의 기이고 기질(氣質), 수기(水氣), 목기(木氣) 할 때의 기는 땅의 기운을 가리킨다. 사람의 감정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는 기분(氣分), 용기(勇氣), 오기(傲氣)가 있다. 집단의 감정이나 생각 상태를 뜻할 때는 군기(軍氣), 사기(士氣)라고 표현하는 바, 존재하는 모든 것을 설명할 때는 기라는 말을 쓴다. 기골프라는 용어를 사용하려면 개념부터 잘 알고 쓰도록.

멘탈이나 기라는 용어가 골프에만 통용되랴. 인간사 모든 일이 멘탈 아닌 게 어디 있으며, 기 아닌 게 어디 있으랴. 하지만 골프에 국한해서 정신이 어떻게 육체와 결합해 생로병사와 고수(高手), 하수(下手)를 구분하는지를 안다면 최소한 당신은 신선이 될 자격이 있다. 짐승이 아닌 사람 자격은 동시에 보유한다. 몸의 주인이 정신이라는 사실은 이미 스스로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슬픈 감정은 눈물이 나게 하고, 신 음식은 상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게 만든다. 감정이 육체에 변화를 주는 주인이라는 것은 어떤 철학자나 선각자든 하나같이 주장하는 바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나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이나.

이를 요즘 사람이 알기 쉽게 분석적으로 설명하면 골프가 왜 다른 운동보다 감정이 작용하는 운동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 즉 뇌 작용이 어떻게 근육에 기억되는지, 그 기억이 어떻게 신경에 작용하는지, 신경에 작용한 기억이 어떻게 외부운동을 일으키는지를 알면 멘탈 골프나 기골프라는 말도 이해된다. 이에 더해 인생의 모든 현상, 즉 돈을 잘 벌고 못 버는 것이나, 나는 왜 이리 고생하는 팔자로 살아갈까 하는 팔자타령도 이해할 수 있다. 인간사 모든 일, 그리고 골프라는 운동의 고수와 하수도 나 자신의 생각에 따른 선택적 결과라는 사실을.



생각이 떠오르면 파동이 돼 온몸으로 전파된다. 파동, 즉 떨림이라는 진동수는 나름의 성질이 있어 주파수 대역을 지닌다. 고급 진동수는 밀도가 높아 세포 진동수를 확장하는 성질이 있고, 저급 진동수는 밀도가 낮아 세포 진동수를 굳어지게 만든다.

다른 말로 하면 사랑과 자비, 허용, 용서 같은 생각은 고급 진동수고 불평과 분노, 짜증, 걱정은 저급 진동수다. 이 진동은 세포에 기억돼 몸의 아주 작은 분야에서도 다시 반응한다. 분노가 끊임없이 분노를 유발하고 사랑도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이치가 여기에 있다. 돈을 잘 버는 사람은 돈의 길이 세포에서 반응하고, 골프를 잘 치는 사람은 샷의 요령이 기억 속에서 지속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즉, 나 자신의 생각 진동수를 높여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사람은 매사가 그리 되도록 스스로 진동을 그쪽으로 유도할 수 있다. 머피의 법칙이나 플라세보 효과 등 마음의 법칙을 설명하는 학문적 실험과 선각자의 외침은 언제나 진리다. 다만 그 진리를 스스로가 확신해 운용할 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가 인생에서든 골프에서든 고수와 하수의 차이를 낳는다.

사업 목적이나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겠다는 목적으로 골프를 친다면 이유 불문하고 내기를 세게 해보라. 그리고 실력 있는 고수라면 상대방의 돈을 무자비하게 따보라. 상대방은 반드시 인간성을 드러내게 돼 있다. 인간이 창조한 물질 가운데 본성을 드러내는 매개체로서 돈만한 것이 없다. 한껏 잃은 사람은 스스로의 샷에 저 혼자 성질을 낸다. 그 분노는 세포에 저장돼 또 다른 미스 샷을 유발한다. 그래서 스스로 무너지고 상대방에게 맨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다.

당연히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세포 진동수가 마음의 진동이 되고 이어 인격의 진동수가 돼 인간의 급수를 설정하는 것이다. 같이 일을 도모할 사람인지 아닌지 하는 기준이 되니, 접대용보다 인격을 보여주는 골프를 치길 권한다.

참고로 고수와 하수의 언어적 설명을 보태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고수는 손이 높은 데 있다는 뜻이다. 하수는 당연히 손이 낮은 데 있다. 위치상으로는 인체의 아랫배 쪽이 하수고 머리 쪽이 고수다. 수련자가 사용하는 용어인데 건강, 즉 몸 위주로 수련하는 사람은 양손이 아랫배에 가 있다. 해탈한 사람의 손은 머리 쪽에 가 있다. 절간의 부처상 중에서도 양손이 아랫배에 가 있는 상은 하수다. 힌두교 시바 신의 양손은 머리 쪽에 있다. 당연히 고수다.

고수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절차를 따른다. 절차 없이 머리에서 아래로 내려오면 환청과 환시에 시달리거나 무병(巫病), 즉 무당이 되는 병에 걸린다. 모든 인체의 작용과 건강, 신선이 되는 길의 요체는 하수에서 고수로 올라가는 절차에 있다. 양손을 어떻게 쓰는지를 보면서….

골프에서 백스윙과 다운스윙, 업스윙은 이러한 신선술의 묘미를 보여준다.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원리로 이해하고 스스로 마음을 점검하는 수단으로서 골프를 음미해보라. 하체부터 준비되고 하체 움직임이 아랫배, 즉 허리의 내공을 발현하는가. 이어 아랫배의 보이지 않는 힘이 어깨로 올라가 어깨 회전이 양손을 자연스럽게 올려주는가. 올라간 손이 머리를 확실히 고정시켜 고수, 즉 높은 손의 위치를 인정하는가. 다운스윙 때 높이 올라간 손, 즉 고수가 돼 천하를 쓰다듬듯이 내려오는가. 하수일 때 원점 위치에 되돌려져 내공이 완전히 내려앉는가.

스윙 원리나 조화의 원리, 하나 됨의 원리는 자신이 한 동작에서 모든 진리를 품는다. 천지창조의 원리와 삶의 원리, 죽음의 미학이 어우러진 철학이다. 나라는 존재가 만들어내고 점검하며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원래 자리로 회귀하고자 하는 무의식의 춤이다. 진동하는 우주의 또 다른 표현이며 율려운동의 극치다.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이것이 멘탈이다.

이것이 기다.

당신은 고수인가 하수인가.



주간동아 857호 (p56~57)

김종업 ‘도 나누는 마을’ 대표 up498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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