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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영업부 황 대리는 ‘사내대학생’

기업들 고졸 공채 늘면서 사내대학 열풍… 실무에 이론 겸비, 대졸보다 나은 대우도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영업부 황 대리는 ‘사내대학생’

영업부 황 대리는 ‘사내대학생’

현대중공업 사내대학 현중기술대학에서 현장실습 중인 학생들.

고교 졸업 후 대우조선해양 고졸사원 공채에 합격해 현재 직원으로 근무 중인 최원영(20)씨의 한때 꿈은 ‘대한민국 최고 대학 진학’이었다. 그가 그 꿈을 포기하고 취업을 선택한 것은 자신처럼 평범한 고교생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교 입학 당시 성적이 신입생 450명 중 150등이었던 최씨는 뒤늦게 공부에 매진해 고3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즈음에는 전교 5등권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그런 그에게 부모는 물론이고 주위 사람 모두 대학 진학을 권유하면서 취업에 반대했지만 그의 새로운 목표를 꺾을 수는 없었다.

‘고졸사원 공채’ 공고를 본 순간 스스로의 땀과 노력으로 ‘고졸 성공담을 쓰겠다’고 결심한 그는 대우조선해양 입사와 함께 사내대학인 중공업사관학교에 최고 성적으로 입학했다. “요즘 학교에서 새로운 분야를 배울 때마다 하고 싶은 게 하나씩 늘어나서 고민”이라는 최씨는 조선설계 분야를 거쳐 경영을 경험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웠다. 그의 최종 꿈은 중공업사관학교 교장이다. 목표를 향해 용기 있게 세상에 뛰어드는 고졸 후배들을 자기 손으로 길러내고 싶기 때문이다.

학위를 인정받는 곳은 현재 3곳

대졸 청년실업의 골이 깊어지면서 ‘고학력자 과잉 양산’ ‘국가 인적자원 낭비’ 등의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최근 정부기관과 기업들이 고졸 출신 채용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일정 기간 근무하거나 소정의 사내 교육을 마치면 대졸과 동등한 대우를 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우며 고졸사원 공채를 실시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기업 사내대학 설립과 지원에 발 벗고 나서면서 사내대학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에서 운영하는 사내대학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인가한 학위 인정 대학과 학위와 무관한 대학으로 구분된다. 학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사내대학은 현재 3곳으로 삼성전자공과대학(4년 과정, 학사학위 인정), 삼성중공업공과대학(2년 과정, 전문학사학위 인정), SPC식품과학대학(2년 과정, 전문학사학위 인정)이다.



파리크라상과 삼립식품 등의 계열사를 거느린 SPC그룹의 SPC식품과학대학은 2011년 1회 신입생 25명에 이어 올해는 24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고졸 이상 학력에 1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로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면접전형을 통과했다. 직종은 생산직에서 관리, 영업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올해 입학생 중에는 SPC 특성화 고교 교육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입사한 신정여상 출신 신입 직원 2명과 협력업체 직원 6명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이 학교는 단일 과정으로 베이커리학과를 두고 있는데 식품화학, 제과제빵재료학, 식품(곡류)가공학, 케이크 데커레이션, 설탕공예, 실무영어, 세계 식문화와 푸드 코디네이션, 외식산업론, 인간관계론, 와인의 이해 등의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SPC 계열사인 파리바게뜨 직영점 주방에서 제빵사로 근무 중인 나병진(29) 선임은 입사 6년차로 현재 사내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이다.평소 “이론보다 실전에 강했다”는 그는 연차가 지나면서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절감했다. “매장에서 부하직원이 빵에 대해 물어보면 이론 지식이 부족해 깊이 있게 못 알려주니까 많이 답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내대학에서 더 많이 배워 해외 진출이 활발한 파리바게뜨의 해외 매장을 책임지고 싶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2007년 개교한 삼성중공업공과대학은 단일 과정으로 조선해양공학과를 두고 있다. 학년별 정원은 40명이며 고졸 이상, 입사 2년 이상의 50세 미만 재직자에 한해 입학 자격이 주어진다. 주요 교육과정은 역학, 조선공학개론, 용접공학, 해양공학 등이고, 2년 과정의 전문학사과정을 마치면 부산대 공과대학으로 편입 가능하다. 사내대학 수강을 통해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삼성중공업공과대학은 지금까지 졸업생 총 140명을 배출했다.

삼성전자가 설립한 삼성전자공과대학은 1989년 반도체사내기술대학으로 출발해 2004년 정식 학사과정 인가를 받았다. 반도체공학 전공과 디스플레이공학 전공을 두고 있다. 정원은 학년별로 40명 내외이며 고졸 이상 직원이면 누구나 입학 지원이 가능하다. 반도체공학 전공은 전자회로 이해, 자동화설비 및 정밀구동 메커니즘 이해, 반도체 제조공정 등의 과목을 공부하고 디스플레이공학 전공은 액정표시장치(LCD) 공정기술, 액정기술, 전자회로, 제어계측 등의 과목이 필수다. 교양수업으로 영어, 철학, 인간과 자연환경, 정보보호개론, 조직행동론, 응용통계학 등의 커리큘럼을 마련했다. 이 학교는 지금까지 졸업생 총 563명을 배출했다. 삼성전자공과대학은 성균관대와 산학협약으로 대학원 과정도 마련해두고 있다.

영업부 황 대리는 ‘사내대학생’

대우조선해양 사내대학 중공업사관학교의 실습 장면.

‘주경야독’ 신나는 직장

고졸 출신으로 1989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황금숙(40) 대리는 선박에 들어가는 전장품인 모터와 배전반, 발전기 등의 판매를 책임지는 영업부에 근무 중이다. 입사 후 자재부, 운영지원부를 거쳐 영업부에 배치된 그는 국내외 바이어들을 상대하면서 영업능력뿐 아니라 회사 생산제품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에 목마름을 느꼈다. 황씨는 “설계 등 제품의 특성을 잘 알면 영업에 도움이 되고 바이어들에게 우리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더 심어줄 수 있는데 그 부분이 부족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사내대학인 현중기술대학 입학은 새로운 기회였다. 1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기계전기 쪽을 공부하면 앞으로 회사 일을 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힘들지만 학업과 업무를 병행한다”고 말했다.

1999년 개교한 현중기술대학은 학위와 무관한 사내대학으로 1년 과정의 조선공학과와 기전공학과 2개 학과를 두고 있다. 과별 학급 정원은 각각 30명이며, 입학 자격은 고졸 이상 학력에 직급이 대리부터 과장까지인 직원으로 한정돼 있다. 전공별로 유관 업무를 맡는 직원 가운데 부서장 추천을 받으면 입학이 가능하다. 조선공학과의 경우 조선공작법, 선박구조, 용접공학 등을 배우며 기전공학과는 기계재료, 전기기기, 메카트로닉스 등에 대해 배운다. 그 외 현장경영, 생산성 향상, 현장조직실무 등의 공통 과목을 통해 경영 마인드를 공부한다.

현중기술대학 외에 교육과학기술부가 인가한 학위와 무관한 사내대학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중공업사관학교, 한국토지주택공사의 토지주택대학, 현대백화점의 현대유통대학, LG의 LG경리대학, BBQ의 치킨대학 등이 있다.

1월 첫 입학생을 맞은 대우조선해양의 중공업사관학교는 고졸 신입사원을 중공업 전문가로 육성하기 위해 세워졌다. 3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사무기술직 고졸 공채사원이 된 신입사원 104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 이들은 사내대학을 통해 5~7년간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대졸사원과 동등한 대우 또는 더 높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입학 후 첫 1년간의 교육과정은 조선해양공학개론, 한국·서양사학 입문, 현대미술의 이해, 인간심리의 이해 등 기본 소양을 함양할 수 있는 과목으로 짜여 있다. 1년차 과정이 끝나면 군 입대가 가능하고, 이후 회사에 복귀하면 전문 멘토와 함께 실무부서에서 본격적으로 실무경험을 쌓는다.

올 3월 1기 교육생 27명을 대상으로 첫 입학식을 치른 한국토지주택공사의 토지주택대학은 토지주택 전문가 과정을 마련하고 있다. 입학 자격은 2~4급 직원에 한해 주어진다. 교육과정은 부동산금융 및 정책, 주택정책론, 단지설계, 사업성 분석기법의 이해, 토지보상법 해설, 부동산세법, 국토개발 등의 전공 필수과목 외에 통계학기초, 녹색인증제도의 이해 및 활용, 신주택 및 디자인, 인적자원관리론 등의 전공 선택과목으로 짜여 있다.

영업부 황 대리는 ‘사내대학생’

한국토지주택공사 사내대학 토지주택대학의 수업 장면.

1994년 개교한 현대백화점의 현대유통대학은 중견간부를 대상으로 체계화된 유통 전문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설립됐다. 1기 졸업생 35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졸업생 700여 명을 배출했다. 1년 과정으로 대리급이 입학할 수 있으며 마케팅, 재무, 인사, 전략기획, 경영학을 비롯해 유통 관련 전문지식, 현업개선 프로젝트, 해외 유통업체 방문 등으로 커리큘럼이 짜여 있다. 한편 현대백화점은 현대유통대학에 이어 2000년 현대유통대학원을 설립했다.

이 밖에 LG경리대학은 사내 재무전문가를 육성하려고 설립됐으며 회계, 금융, 사업계획 등의 커리큘럼이 마련돼 있다. 설립한 지 10년이 넘은 이곳은 지금까지 졸업생 1만7000여 명을 배출했다. 2000년 설립한 BBQ의 치킨대학은 가맹점과 일반 창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점포운영 기초과정에서부터 최고경영자 과정에 이르기까지 총 33개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내년까지 20~30개 기업서 개교

한편 특성화 고교인 신정여상은 2010년 SPC와 산학협약을 체결했다. SPC의 특성화 고교 교육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올해 이 학교 조리과학과 졸업생 64명 가운데 15명이 SPC 직원이 됐는데, 그중 2명이 사내대학 2기생으로 발탁돼 수업을 받고 있다. 손수향 조리과학과 교사는 “취업과 동시에 정식 학위를 받을 수 있는 대학 진학이 가능한 SPC가 우리 학생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기 때문에 입사 경쟁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기업 사내대학이 많아져서 고졸 취업자가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손 교사는 “시범사례가 된 우리 학교 졸업생 2명이 사내대학에서 실무를 잘 배우고 회사에서 자리를 잘 잡아 모교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최근 기업 사내대학 설립과 지원에 적극 발 벗고 나선 고용노동부는 올해 새로운 추가 지원책을 발표했다. 기존의 기업 사내대학이 교육훈련시설을 중소기업에 개방해 공동으로 사용하거나 그와 같은 방식의 기업 사내대학을 새롭게 설립, 운영할 경우 심사를 통해 인프라 구축 단계부터 지원하기로 한 것.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현재 15개 기업의 신청을 받아 적격성 여부를 심사 중이다. 또한 그동안 학위 인정 사내대학에 한해 교육생 훈련비 일부를 지원하던 제도를 확대해 올해부터는 학위와 무관한 사내대학으로 지원 범위를 넓혔다.

정원호 고용노동부 인적자원개발과 과장에 따르면, 내년까지 20~30개 기업 사내대학이 새로 문을 열 예정이다. 정 과장은 “고졸 출신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도 희망 기업에 가서 체계적으로 훈련받아 기업 인재로 성장하면 어느 기업으로 이직하든 결국 국가 인재로 남는다”고 정부지원 확대정책 취지를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는 기업이 돈을 들여 인재를 육성해놓으면 이직으로 손실이 발생해 사내대학 설립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부담을 덜게 된 기업들이 최근 사내대학 설립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더 많은 기업이 사내대학을 통해 고졸사원 공채와 학력차별 철폐에 앞장선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의 ‘고졸 성공신화’는 더욱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



주간동아 857호 (p22~24)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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