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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관전법

따로 또 같이 ‘文-安 레이스’

2007년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경선 효과 기대

  • 글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따로 또 같이 ‘文-安 레이스’

따로 또 같이 ‘文-安 레이스’
“‘안철수 현상’은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다수 국민의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이 모여 생긴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안철수 현상’으로 표출된 국민적 기대를 충족시킨다면 ‘안철수 현상=안철수 지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혼자 힘으로 대선을 완주해낼 수 있을 것이냐 하는 점이다.”(백왕순 여론조사전문기관 디오피니언 부소장)

“1992년 대통령선거 이후 대선 때마다 제3후보는 늘 있어 왔다. 1992년 대선 때 박찬종, 정주영 후보, 1997년 대선 때 이인제 후보, 2002년 대선 때 정몽준 후보가 제3후보 구실을 했다. 그렇지만 제3후보 가운데 당선 영광을 안은 사람은 없었다. 이들 제3후보는 일시적으로 지지율 상승을 경험했더라도 투표일까지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줄 세력이 없어 실패했다. 그런 점에서 대선을 코앞에 두고 혈혈단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후보도 과거 제3후보의 전철을 밟을 개연성이 높다.”(조용휴 여론조사전문기관 폴앤폴 대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9월 19일 대통령선거(이하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후 국민 반응은 ‘기대’와 ‘회의’가 공존한다. 기대를 거는 쪽은 ‘안철수 현상’이 ‘대선 후보 안철수 지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국민 여론이 안철수라는 개인을 매개로 표출된 만큼, 그 현상을 오롯이 받아 안을 주인공 역시 안 후보가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안철수 현상이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됐지만, 단순히 정치 혐오에 대한 표출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1년 넘게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와 요구로 이어져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현상과 안철수 후보는 다르다”며 “어떤 비전과 정책, 인물로 그 차이를 메워나가느냐가 대선 도전을 선언한 안 후보 앞에 놓인 과제”라고 말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9월 19일.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안철수 후보는 ‘정치권의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그리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 같은 그의 언급은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낸 국민의 정치개혁 요구를 앞세워,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자신의 지지로 이끌어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책임총리제와 야권 후보 단일화

문재인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대선 후보는 안 후보 대선 출마선언 시점에 맞춰 책임총리제를 제안했다. 책임총리제는 19대 총선 직후 문 후보가 안 후보에게 ‘공동정부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연장선상에 있으며, 대선 이후 공동정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좀 더 구체화된 제안이다. 참여정부에서 대통령비서관을 지낸 한 인사의 얘기다.

“기업 최고경영자(CEO), 대학교수로 일하던 안철수 후보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뜻을 밝히며 정치권에 처음 이름을 알렸다. ‘정치’보다 ‘행정’에 더 큰 관심이 있었던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안 후보가 대선 막바지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책임총리제를 매개로 또 한 번의 ‘아름다운 양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안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적 빚이 없다’고 강조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양보가 가능한 것”이라며 “민주당이라는 수많은 식솔을 거느린 문 후보가 양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상승세를 타는 문재인 후보 측은 다소 여유를 찾은 모습이다. 안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도 “때가 무르익으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민주당 경선 당시 문재인 캠프 선대본부장을 지낸 이목희 의원은 “문재인 후보는 낮은 자세로 정책을 통해 국민 속으로 파고들 것”이라며 “이제 막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후보 역시 일정 기간 대선 행보를 하다가 여론의 검증을 받은 뒤에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민주당 한 고위당직자도 “대선 승리를 통한 정권교체가 이번 대선의 목표”라며 “야권 후보 단일화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필요한 때가 되면 국민 여론의 힘으로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따로 또 같이 ‘文-安 레이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9월 20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MBC 드라마세트장을 찾아 제작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9월 20일 서울 노량진역 인근 한 고시학원에서 고시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9월 19일 서울 구세군회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맨 위쪽부터).

문 후보와 민주당은 경선 컨벤션효과를 이어나갈 새로운 정책을 가다듬고 있다. 오영식 전략홍보본부장은 “문재인 후보의 강점인 ‘진정성’이 많은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아 저평가된 측면이 있었는데, 경선을 거치면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며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 이슈로 대선 행보를 이어나간다면 더 많은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는 “단일화에 매달린다고 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국민적 지지와 평가에 따라 야권 단일후보가 ‘주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따로 뛰는 게 더 유리하다?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에 소극적인 데는 대선 후보 등록까지 아직 두 달 이상 시간 여유가 있고, 제각기 대선 행보를 이어가는 것이 본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철희 소장은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선언 이후 비로소 정면승부가 시작됐다”며 “야권 후보 두 사람이 치열하게 경쟁할수록 이번 대선은 흥미를 더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가 국민적 관심을 끌면 끌수록 야권 지지층의 외연을 확대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철수 원장이 대선 출마선언을 한 직후 이뤄진 여론조사 결과는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동반 상승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갤럽이 9월 17~19일 전국 성인 9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자구도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39%로 1위를 기록했고, 문 후보와 안 후보가 24%로 동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수치는 박 후보가 전주 대비 3%포인트 하락한 반면, 문 후보는 6%포인트, 안 후보는 4%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박 후보와 안 후보 양자대결에서는 안 후보 지지율이 7%포인트 오른 46%를 기록하면서 박 후보와 동률을 이뤘고, 박 후보와 문 후보 양자대결에서는 46% 대 43%로 나타났다.

안 후보의 등장 이후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 지지율 합(48%)이 박 후보(39%)보다 월등히 앞선 것이다. 박 후보 지지층이 고정된 상황에서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가 더욱 치열한 대선 경쟁을 벌이면 무당파나 중도층의 눈과 귀를 붙잡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 선거 전문가는 “2007년 대선 본선이 싱겁게 끝난 데는 이명박, 박근혜 후보 간 경선이 워낙 치열했던 것이 한 요인이었다”면서 “용호상박의 경쟁이 진행되는 동안 스윙보터 구실을 할 중도층 유권자의 관심을 한나라당 경선에 모두 빼앗겨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만회할 기회를 잡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86학번 전성시대

민주화 시위 승리 경험…정치 전면에 등장


따로 또 같이 ‘文-安 레이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특징 가운데 하나는 86학번 출신 인사가 정치 전면에 대거 등장했다는 점이다. 안철수 후보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성균관대 86학번)을 비롯해 민주당 경선 때 각 후보 공보특보, 부대변인으로 활동한 이들 가운데 86학번이 많다.

문재인 후보 공보특보로 활동한 김경수 전 봉하재단 사무국장(서울대), 손학규 경선후보 부대변인으로 활동한 허영일 전 부대변인(고려대), 김두관 경선후보 부대변인으로 활약한 정진우 전 부대변인(동아대)이 모두 86학번이다. ‘안철수 불출마 협박’ 논란의 두 당사자인 안철수 후보 측 금태섭 변호사와 정준길 전 새누리당 공보위원 역시 서울대 법대 86학번 동기동창이다.

따로 또 같이 ‘文-安 레이스’
86학번이 대선 전면에 나선 것은 올해 40대 중반으로 정치권에서 착실히 실무경험을 쌓은 이들이 노·장·청 가교 구실을 하면서 후보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소통’ 창구 노릇을 하기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특히 86학번은 대학 시절 ‘승리’ 경험을 가진 세대이기도 하다. 권위주의적인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시위가 전국으로 들풀처럼 번져가던 1986년 대학에 입학한 이들은 대학 2학년 때인 87년 6월항쟁 주역으로 활동했다. 정치권의 한 86학번 인사는 “대학 1학년 때 건국대 사태를 목격했고, 너나없이 학생운동에 투신해 실무자로 활동하던 2학년 때인 87년 6월항쟁 승리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회고했다.




주간동아 856호 (p42~44)

글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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