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2

2012.08.27

그 마이크 내려놔라, 민폐 끼치지 말고

가수

  • 입력2012-08-27 11: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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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마이크 내려놔라, 민폐 끼치지 말고

    ‘개의 노래’, 드가, 1876~1877년경, 모노타이프에 구아슈 파스텔, 57×45, 개인 소장.

    요즘 젊은이 사이에서 화제는 단연 가수 싸이가 부른 ‘강남스타일’이다. ‘강남스타일’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재미있는 가사, 그리고 코믹한 춤 때문이다. 특히 일명 ‘말춤’이라고 부르는 코믹한 춤이 결정적이다. 절도 있는 춤동작과 부드러운 웨이브 일색이던 기존 아이돌가수의 춤과 확실히 구별되는 스타일이다. 말춤은 누구나 따라 하기 쉬워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젊은이가 열광하고 있다.

    독특한 동작으로 시선을 끄는 가수를 그린 작품이 에드가르 드가(1834~1917)의 ‘개의 노래’다. 가스등 아래에서 노란색 드레스를 입은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무대 아래 관람객들은 노래에 심취해 있다.

    그림 속 가수는 카페 앙바사되르에서 노래를 부르는 에마 발라동이다. 카페 앙바사되르는 정원에 천막을 치고 음악회를 여는 것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밤에는 정원을 비추려고 가스등을 켰다. 발라동은 카페 앙바사되르 공연에서 가장 인기 있던 가수다.

    손을 구부린 발라동의 다소 우스꽝스러운 동작은 노래 가사에 등장하는 개를 흉내 내는 것이다. 드가는 유행가의 통속성을 강조하려고 크게 벌린 입과 개를 흉내 내는 모습을 풍자적으로 묘사했다. 그렇다고 풍자만 한 것은 아니고, 발라동이 열성적으로 노래 부르고 있음을 나타내려고 그의 얼굴을 가스등에 비쳐 붉게 물든 모습으로 표현했다.

    기둥은 관람객과 가수를 나누는 기능을 하는 동시에 무대 위 가수 위치를 강조한다. 불 켜진 등은 공연이 밤에 열린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 마이크 내려놔라, 민폐 끼치지 말고

    (위) ‘메체티노’, 바토, 1718∼1720년, 캔버스에 유채, 56×43,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아래) ‘관객에게 답례하는 이베트 길베르’, 로트레크, 1894년, 마분지에 구아슈, 48×28, 툴루즈 로트레크 미술관 소장.

    드가는 발라동이 부르는 노래에 열광해 이 작품을 제작했다. 그는 현실감을 더하려고 노래하는 발라동의 모습뿐 아니라 둥근 가스등과 공연을 지켜보는 관람객도 함께 그려 넣었다. 둥근 가스등과 배경에 있는 희미한 녹색 나무를 비눗방울처럼 묘사한 것은 곧 사라질 공연의 허무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드가는 이 작품에서 도시생활의 새로운 모습을 나타내려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방식을 택했다.

    대중이 유행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통속성 있는 가사와 쉬운 멜로디, 그리고 가수의 가창력 때문이다. 아무리 춤을 잘 춰도 노래를 못하면 가수는 인기를 끌기 어렵다. 구구절절한 가사를 대중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창력으로 관객 마음을 사로잡은 가수를 그린 작품이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1864~1901)의 ‘관객에게 답례하는 이베트 길베르’다. 이베트 길베르는 자크 브렐, 레오 페레, 조르주 브라상, 에디트 피아프 등의 노래로 잘 알려진 샹송 리얼리스트 계열 가수다. 당시 인기가 많았던 그는 여러 카페에서 샹송을 불렀다.

    길베르가 노래를 마친 뒤 검은색 장갑을 낀 손을 들어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길베르는 무대에서 항상 밝은색 드레스 차림에 검은색 장갑을 끼고 노래했다. 자신의 우아한 외모를 강조하고 싶었지만 너무 가난해 드레스를 여러 벌 살 형편이 안 됐다. 그래서 드레스 대신 검은색 장갑으로 변화를 줬는데, 드레스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지만 자신을 돋보이게 만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길베르는 또 자신의 가느다란 팔과 긴 목을 강조하려고 항상 손을 높이 들었다.

    로트레크는 길베르의 특징을 정확히 파악해 표현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길베르는 자신을 숭배해 아름답게 그려주던 여느 화가들과 달리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로트레크의 이 작품에 충격을 받았다.

    프로 가수의 노래는 심금을 울리지만 아마추어가 부르는 노래는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노래를 조금 한다는 남자는 자신이 노래만 부르면 여자 눈에서 하트가 튀어나오는 줄 착각한다. 여자는 남자가 노래하는 순간 짜증이 치밀어 오르지만 남자 자존심을 생각해 눈은 초점을 맞추고 귀는 닫아버린다. 여자는 사랑을 연출하는 데 남자보다 더 프로이기 때문이다.

    노래로 사랑을 고백하는 남자를 그린 작품이 장 앙투안 바토(1684~1721)의 ‘메체티노’다. 메체티노는 16~17세기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희극에 자주 등장하던 이름이다. 주로 기사 시종이나 심복 역이었던 메체티노는 짝사랑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말로도 쓰인다.

    메체티노가 애절한 눈빛으로 창가를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열정을 다해 기타를 연주하는 손가락에는 힘이 들어가 있고 세레나데를 부르는 그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뒤쪽 나무가 무성한 정원에는 여인 조각상이 하나 있다. 조각상은 메체티노가 사랑하는 여인을 암시한다. 조각상이 등을 돌린 모습은 메체티노의 사랑을 여인이 거부한다는 의미다.

    조각상이 있는 정원은 이 작품에서 연극 무대 기능을 하는데, 희미한 색조로 표현해 메체티노와 대비를 이룬다. 메체티노가 입은 어릿광대 옷은 사랑에 빠져 고통스러워하지만 그 사랑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남자의 현실을 표현한 것이다.

    노래방에서 90점 이상 나오는 남자는 자신이 가수라도 되는 양 시도 때도 없이 노래로 승부하려 든다. 하지만 매번 노래방에서 90점 이상을 받는다고 가수는 아니다. 마이크를 손에서 놓지 않는 민폐 종결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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