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2

2012.08.27

“거침없고 당당한 예니콜 캐릭터 딱 내 스타일”

1100만 돌파 영화 ‘도둑들’ 헤로인 전지현

  • 김지영 신동아 기자 kjy@donga.com

    입력2012-08-27 1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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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침없고 당당한 예니콜 캐릭터 딱 내 스타일”
    영화 ‘도둑들’이 8월 19일 관객수 1100만 명을 돌파하며 무서운 기세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세간의 관심은 이 영화가 국내 영화사상 최다 관객을 동원한 ‘괴물’의 흥행기록을 깰지에 쏠린다. 극 중에서 빛나는 존재감을 보여준 배우 전지현(31)도 덩달아 주가가 급등했다. 인기를 가늠하는 바로미터인 CF 출연 제의도 몰려들고 있다. 그가 영화로 이처럼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엽기적인 그녀’ 이후 10여 년 만이다.

    ‘도둑들’은 김윤석, 김혜수, 김해숙, 이정재, 김수현, 오달수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에 1980∼90년대를 풍미한 홍콩 누아르 영화의 살아 있는 전설 런더화(任達華)까지 합세한 최동훈 감독의 신작. 전문 분야가 각기 다른 도둑 10명이 뭉쳐 마카오에 숨겨진 300억 원짜리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렸다. 전지현은 여기서 사랑이나 인정에 얽매이지 않는 줄타기 전문 도둑 ‘예니콜’로 등장한다.

    예니콜은 금고문을 따는 데 귀재인 팹시(김혜수 분)에게 “어마어마한 쌍년”이라고 빈정대고, 성형 의혹을 제기하는 소심한 총잡이 앤드류(오달수 분)에겐 “이렇게 태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라고 쏘아붙이는 등 뻥뻥 웃음을 터뜨린다. 그런가 하면 농염한 몸짓과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관객을 숨죽이게 만들기도 한다. 전지현을 영화 ‘도둑들’의 최대 수혜자로 꼽는 이유다.

    ▼ 이번 배역은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

    “최동훈 감독이 예리하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예니콜 역이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만 모아놓은 것 같아서 놀랐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던 나의 모습까지 감독이 다 파악하고 있더라.”



    ▼ 예니콜은 거침없는 성격이던데.

    “성격상 내게도 그런 면이 좀 있다. 무모하게 도전하거나 일을 벌이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행동이 앞설 때가 많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도 심사숙고하는 편이 아니다. 그런 점이 비슷하다고나 할까. 예니콜을 연기할 때 굉장히 속 시원했다. 평소에는 배우로서 주변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데, 예니콜은 ‘나 아니면 다 쓸모없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내키는 대로 속 시원히 말하고 행동한다. 철저히 개인주의적이고, 인생에 아쉬울 것도 없다. 그런 게 대리만족이 되더라.”

    육두문자 날리고 잘난 척에 대리만족

    관객들은 잠파노(김수현 분)가 예니콜에게 기습적으로 키스할 때 예니콜이 담담한 어조로 내뱉는 “입술에 힘 좀 빼”라는 말을 ‘도둑들’의 명대사 중 하나로 꼽았다. 이 장면은 전지현이 데뷔 후 처음 찍은 키스신이기도 하다.

    ▼ 첫 키스신 상대가 연하의 꽃미남 김수현 씨였는데, 기분이 어땠나.

    “그 친구가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하기 전 이번 영화를 먼저 촬영했다. 당시에도 물론 인기가 있었지만 특별한 감정은 들지 않았다. 다만 그 친구는 이미 한두 번 전적이 있으니 내가 밑진 셈이다(웃음). 사실 키스신보다 재미있는 대사들이 더 많이 생각난다. 웃긴 대사가 참 많았다. 그 맛을 살리고 싶었다. 육두문자가 섞인 대사를 할 때나 태연하게 잘난 척할 때 재미있었다. 다만 비어나 속어를 많이 사용하더라도 가벼워 보이지 않으려고 고민을 좀 했다.”

    ▼ 김혜수 씨와 신경전 같은 것도 있었을 듯하다.

    “전혀. 배우 본연의 색깔도 다르고, 영화에서도 캐릭터 간 부딪칠 일이 없었다. 각자 자기 것만 잘하면 영화가 잘되겠더라. 도둑 개개인의 매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다 도드라진다.”

    ▼ 슬럼프를 경험해봤나.

    “일이 많이 안 들어올 때도 있었지만 슬럼프라고 할 만큼 낙담하거나 애가 타지는 않았다. 운동을 워낙 좋아해 힘든 일이 있을 땐 운동으로 극복한다.”

    ▼ 어떤 운동을 즐기나.

    “헬스클럽에서 땀 흘리는 것을 좋아한다. 워낙 먹는 걸 좋아해서 운동을 안 하면 살이 찐다. 그래서 한때는 먹기 위해 운동한 적도 있다. 식욕을 억제하기 힘드니까 먹고 싶은 만큼 먹고, 먹은 다음엔 운동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운동을 즐기는 수준이 됐다. 요즘은 쉽게 살찌는 부위를 집중 공략하면서 체지방을 태우는 유산소운동을 주로 한다.”

    ▼ 전지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엽기적인 그녀’다. 전지현에게 ‘엽기적인 그녀’는 어떤 의미인가.

    “거침없고 당당한 예니콜 캐릭터 딱 내 스타일”

    영화 ‘도둑들’의 한 장면.

    “지금의 날 있게 해준 대표작이다. 어릴 때 대표작을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고 행운이었다. 그것을 뛰어넘을 만한 작품을 만나기 쉽지 않았지만…. 매번 ‘엽기적인 그녀’처럼 성공할 만한 작품을 골랐지만 관객 기대치에 못 미쳤다. 출연하는 영화마다 흥행 성적이 저조해 연기보다 광고로 잘나가는 CF 스타니, 신비주의니 하는 질타 아닌 질타도 많이 받았다. 그런 이미지로 굳어가는 게 씁쓸했지만 배우생활을 오래 할 거라는 의지가 확고했기에 초연할 수 있었다.”

    전지현은 4월 13일 동갑내기 금융맨 최준혁 씨와 결혼했다. 최씨는 유명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씨의 외손자이자 최곤 국제강재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임신·출산 다 자연스럽게 하고 싶어”

    “남편과는 어릴 적 한동네에서 자랐다. 본격적으로 교제한 건 1년 반 전 지인의 소개로 만나고부터다. 우리는 잘 만난 것 같다. 일단 닮았다. 외모도 많이 닮았고 분위기도 비슷하다. 알게 모르게 그런 데서 오는 편안함이 있다. 신랑은 기본적으로 이해심이 많고 매너가 좋다. 결혼한 뒤에도 여전히 매너 좋고 잘 이해해주는 남자다. 나도 그런 면에서 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 결혼 후 달라진 게 있나.

    “어릴 적부터 일과 생활을 철저히 구분해왔기 때문에 결혼했다고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다만 전보다 확실히 여유로워졌다.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느낌이 연애할 때하고 다르더라. 무서울 정도로 감정 깊이가 느껴진다. 그래서 대본을 읽거나 연기할 때 결혼 전에는 잘 몰랐던 감정이 나온다.”

    ▼ 배우 이영애 씨와 친하다고 들었다. 2월에 이영애 씨의 쌍둥이 남매 돌잔치에도 참석했던데. 그런 모습 보면 아이 욕심이 생기지 않나.

    “임신과 출산, 다 자연스럽게 하고 싶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 일하느라 못 간 신혼여행은 언제 갈 건가.

    “확정적이진 않은데 9월쯤 시간이 나니까 그때 갈 생각이다. 장소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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