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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정치풍자소설

레임덕은 없다

25회 고려시

레임덕은 없다

“다음 대통령 임기 내에 통일이 될 겁니다.”

이명박이 말하자 회의실 안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늘은 청와대에서 국무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국무회의는 특별한 사항이 없을 때 총리 공관에서 총리 주재로 열리는데, 오늘은 있다. 회의 주제가 ‘통일 준비’인 것이다. 이명박이 말을 이었다.

“따라서 이번 임기 내에 통일 준비를 해놓아야 합니다.”

자, 그 방법이 과연 무엇인가. 장관들은 긴장했다. 이명박이 또 어떤 수를 쓸 것인가.

# 청와대 안보비서관 최길중은 외교안보수석실 소속으로, 지난번 김대중을 수행해 평양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러나 한 번도 언론에 등장하지 않아 청와대 내부에서도 최길중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최길중은 47세, 직업은 동광대 정치학과 교수로 돼 있지만 국정원 요원이다. 대북관계 업무만 10여 년째 맡은 베테랑으로 이론에만 빠삭한 교수 행정가가 아니다. 그 최길중이 지금 베이징 이화원 근처에 자리한 조그만 호텔 식당에 앉아 있다. 중식당 방 안에는 최길중과 동행한 행정관 오병수가 있다.



“3시, 맞아?”

손목시계를 내려다본 최길중이 묻자 오병수가 힐끗 문 쪽을 보았다.

“맞습니다.”

그런데 손목시계는 오후 3시 25분을 가리키고 있다. 예의가 아닌 것이다. 최길중이 입맛을 다셨을 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리면서 두 사내가 들어섰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내들이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앞장선 사내가 최길중을 향해 손을 내밀며 말한다. 웃음 띤 얼굴이다.

“지시를 받느라고 늦었습니다.”

사내 이름은 박명환. 지금까지 한 번도 이름이나 얼굴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던 북한 측 인사로, 지난번 방북 때 알게 됐다. 최길중은 그가 김정일 최측근인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김정일을 옆에서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김정일 답방 시 서울에서 박명환과 최길중은 두 번 만났다. 물론 비밀리에 만남을 가졌다. 둘이 두 지도자의 ‘핫라인’을 맡기로 한 것은 남북정상회담의 또 다른 성과일 것이다. 네 명이 원탁에 둘러앉자마자 둘은 각각의 보좌관을 소개했다. 박명환의 보좌관 이름은 김한종. 오병수처럼 긴장하고 있다. 먼저 최길중이 입을 열었다.

“대통령께서 ‘개성’건을 다음 달 안에 결정하자고 하셨습니다.”

박명환은 시선만 주었고 최길중은 말을 잇는다.

“한국 측은 준비가 다 됐다고 하셨습니다. 미국 측으로부터도 전폭적으로 도와주겠다는 확인을 받았습니다.”

“알겠습니다. 보고한 뒤 바로 연락드리죠.”

박명환이 대답하자 최길중이 말했다.

“그리고 대통령께서 김정은 씨를 북한 외무성 파견관 형식으로 한국 외교통상부에 보내면 청와대 대통령실로 불러들이시겠다고 합니다.”

“….”

“그럼 자연스럽게 북한 후계자로 부각됨과 동시에 한국 측에서 받아들이는 형식이 되지 않겠느냐고 하셨습니다. 국내외 비판도 감소할 것입니다.”

“….”

“게다가 후계자가 한국과 미국 체제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상승할 테고요.”

“그렇군요.”

입술만 달싹이며 말한 박명환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그 문제 때문에 지도자 동지께서는 물론이고, 당 지도부에서도 연구를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최길중이 입을 다물었고 박명환이 말을 이었다.

“바로 보고한 뒤 연락드리겠습니다.”

국가 간 비선(秘線) 비밀회담은 이런 식이 되어야 한다. 둘은 마주보며 웃었다.

# “아이고, 오랜만입니다.”

이명박이 활짝 웃는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청와대 집무실 안이다. 이명박에게 환대를 받은 인물은 정동영이다.

“반갑습니다.”

하면서 이명박의 손을 잡는 정동영이 누구인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이명박에게 정권을 빼앗겼던 경쟁자. 그 정동영을 집무실로 불러들인 것이다. 비밀회동도 아니었으므로 내일 대학교수, 정치평론가들은 온갖 추측을 쏟아낼 것이 뻔하다. 그 추측이 틀렸다는 이유로 교도소에 가거나 교수 모가지가 떨어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기에 그저 TV 앞에 선 것에 흥분해 마구 떠든다. 마구 떠드는 횟수가 많을수록 대중 인지도는 높아진다.

자, 이명박과 정동영이 집무실에서 마주보고 앉았다. 배석자는 국무총리 이회창과 청와대 비서실장 조순형이다. 이명박이 입을 열었다.

“개성공단에 애착이 많으신 줄 압니다.”

정동영이 시선만 주었고 이명박이 말을 잇는다.

“그것 때문에 뵙자고 한 것입니다.”

정동영은 2004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과 회동한 후 개성공단 초석을 세웠다. 김대중(DJ)에 이은 노무현(MH)시대에서 개성공단이 남북합작 사업으로 결실을 맺는 데 실무책임자로 공헌한 것이다. 정동영은 이명박이 보자고 부른 이유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말해주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듣기만 한다.

“이번에 남북한은 개성을 ‘개성특별구’로 확장하고 자유무역지대로 분리해 관리할 계획입니다.”

이명박이 말했을 때 이번에는 이회창이 나섰다.

“개성특별구는 중립지역으로 특별구 장관이 통치합니다. 장관은 남북한 정권의 동의로 임명하며 특별구 주민 비율은 일단 1대 9로 하고 매년 합의하에 변경합니다. 그리고….”

이회창이 메모지를 펼치고 읽는다.

“내부 치안은 남북한이 5대 5 비율로 담당하며 행정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개성특별구에 카지노, 해외 은행 등 유흥구역을 설치해 자금 유입을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일단 한국인의 출입부터 자유화해….”

“잠깐.”

마침내 정동영이 손을 들어 이회창의 말을 막았다. 정동영이 이명박과 이회창, 조순형까지 훑어보며 묻는다.

“지금 저한테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것입니까?”

# 개성특별구는 개성직할시 남쪽의 판문군과 서쪽의 개풍·배천·연안군 남쪽 지역까지 포함해 서울시 넓이만했다. 따라서 이 지역의 북한 측 인구만 230만 명. 북한 측 전연지대여서 4군단 소속 37개 내륙·해안기지, 6개 해군기지가 포함됐다.

2009년 12월 3일, TV 방송은 저녁뉴스로 일제히 개성특별구 설치안을 발표하면서 대한민국 지도를 화면에 펼쳐놓았다. 전에는 기상예보 때나 대한민국 지도를 보던 시청자들이 입을 딱 벌리고 서쪽을 본다. 개성특별구다. 이제는 모델 같은 기상 캐스터 대신 방송국 대표 앵커가 나와 개성특별구를 가리키며 열변을 토한다.

이곳은 서울 마포 홍대 근처 삼겹살집. 오종택과 서상국이 SBS TV를 보고 있다. 식당 손님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데 앵커 목소리가 크게 울린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 측과 교섭한 결과, 이 지역을 개성특별구로 결정했습니다. 50년간 자유무역구역으로 특별 관리할 지역입니다.”

앵커가 가리킨 지역이 푸른색으로 칠해져 있다. 개성 아래쪽에서 연안까지 뻗은 구역, 강화도 위쪽 북녘 땅이 푸른색이다.

“와아, 이제 통일되겠다.”

마침내 오종택이 격정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소주잔을 든 오종택이 말했다.

“인구 230만의 특별구. 여기서부터 통일이 시작되는 거다.”

“거기가 붉은색이 되면 남쪽도 물이 들겠지.”

서상국이 낮게 말했지만 오종택은 들었다. 게스트 겸 조언자 노릇까지 맡게 된 오종택의 대녀(代女) 이애주도 오늘 끼었는데, 서상국에게 시선을 준다. 둘의 시선을 받은 서상국이 말을 잇는다.

“특별구의 부(富)는 대부분 북한 측으로 빠져나갈 테니까 말이야. 그렇게 되면 정권을 안정화한 북한 측이 다시 욕심을 내겠지.”

그러면 단결력에서는 단연 북한 측이 강하다는 말이 된다. 그것이 지금까지 당파 싸움에 신물이 난 남한 측 국민이 가진 선입견이다. 그때 이애주가 불쑥 말했다.

“제 주변에서 특별구로 가겠다는 사람이 많아요.”

이제는 둘의 시선이 이애주에게로 모였다. 이애주가 말을 잇는다.

“특별구가 신천지라고 하는 애들도 있어요. 그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도 해요.”

“이거, 참.”

놀란 듯 서상국이 술잔을 내려놓더니 심호흡까지 했다.

“이명박이도, 김정일이도 생각지 못한 일이 특구에서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그러자 이애주가 말을 받는다.

“이미 일어난 것 아닌가요?”

서상국은 입을 다물었고 오종택은 말할 것도 없다. 하긴 그렇다. 역사는 대세(大勢)에 따라 만들어진다는 게 정설이다. 그런데 그것이 사소한 사건, 또는 시작에서 대세를 몰고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간사(人間事)의 역사다.

레임덕은 없다
# 특구로 갈 한국인 이주자는 1차 20만 명으로 예정됐다. 20만 명을 선발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건설 인력은 물론 기술자, 상인, 이주 공장의 노동자와 가족, 교원, 병원 의료진, 은행 관계자와 경비 인력 등 주요 업종 174개에서 선발했다. 앞으로 연안군 남단 F지역에 ‘유흥구’가 들어서면 대한민국 미인은 다 그쪽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2009년 12월 15일, 남북한은 동시에 성명을 발표해 제1대 특별구 장관으로 정동영을 임명했다. 정동영은 비록 남북한 정부로부터 임명받은 것이지만 250만 인구를 가진 개성특별구의 첫 장관이 됐다. 장관의 권한은 독특했다. 비록 남북한 5인 동수로 구성된 10인 위원회가 조정 구실을 하지만 행정과 치안까지 장악한 장관이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개성특별구를 ‘제3의 대한민국’이라고 칭했는데 과장한 것이 아니었다. 12월 16일 오후 3시, 정동영이 주석궁 접견실로 들어선다. 정동영은 특별구 장관 취임 인사차 차편으로 판문점을 통과해 평양까지 온 것이다.

“여, 정 장관.”

김정일이 웃음 띤 얼굴로 정동영을 맞는다.

“이 사람, 남조선 대통령이 돼가지고 만나는 건데. 장관으로 또 만났군.”

정동영 손을 흔들면서 김정일이 위로했다. 그렇다. 정동영이 통일부 장관일 때 만나고 지금 다시 만나는 셈이다. 배석자는 김정은과 정동영을 안내해온 외무성 부상 리용호뿐이다. 김정일이 말을 잇는다.

“나한테는 개성특구가 마지막 희망이네. 정 장관이 내 목을 쥔 셈이야.”

“책임이 막중합니다.”

정동영이 정색하며 말했을 때 김정일은 쓴웃음을 짓는다.

“이명박은 그 나름대로 계산이 있겠지만 나도 그렇지. 그리고 우리는 서로 상대방의 의도도 파악하고 있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그렇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면서 정동영은 언제부터 이 양반이 나한테 말을 놓았는지를 따져봤다. 지난번에는 안 그랬다. 지금 갑자기 그런다. 김정일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또 있어.”

정색한 김정일이 똑바로 정동영을 보았다.

“개성특구와 정동영.”

숨을 죽인 정동영이 김정일을 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김정일이 빙그레 웃고 나서 말을 잇는다.

“개성특구의 정동영이 본의 아니게 변수가 됐지. 거기 식으로 표현하면 다크호스라고 하나?”

“….”

“2012년 한국 대선 때 동무가 여야를 망라한 대선후보가 될 수도 있겠다는 말일세.”

정동영의 얼굴이 굳었다. 그때 눈을 치켜뜬 김정일이 정동영을 보았다. 다시 말하지만 김정일은 포커페이스가 안 된다. 웃거나 노려보거나 둘 중 하나다. 지금 정색한 표정은 후자다.

“이명박이 그것까지 예상했다면 나는 한 수 뒤졌다고 솔직히 시인하겠네. 그래서….”

길게 숨을 뱉은 김정일이 옆에 앉은 김정은을 턱으로 가리켰다.

“얘를 청와대로 보낼 거야. 이명박은 인질로 생각하겠지만 나는 감수하겠어.”

김정은에게 시선을 주었던 정동영이 다시 김정일을 보았다. 그러고는 어깨를 편 뒤 똑바로 김정일에게 묻는다.

“위원장님,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부탁한다는 뜻이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한 김정일이 다시 웃었는데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고는 말을 잇는다.

“이명박이가 그냥 놔두었다면 나도 내 나름대로 이쪽 구도를 만들었겠지만 나를 끌어들이고 있어.”

“….”

“이것이 대세야. 나, 이명박, 그리고 동무가 갑자기 떠올라 있네. 그래서 동무한테 부탁하는 거야.”

그러고는 외면한 채 목소리를 낮췄지만 정동영은 알아들었다.

“내가 언제 떠날지 알 수 없기도 하고.”

# “생각해보십시오.”

세우리당 최고위원 이한구가 원내총무 김무성을 향해 말했지만 상석에 앉은 당대표 박근혜가 들으라고 한 말이나 같다. 지금 국회 소회의실 안에서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를 내걸고 당대표 주재로 당 3역, 최고위원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한구가 말을 잇는다.

“정동영이 특별구 장관으로 매일 매스컴을 탈 것입니다. 김정일이는 열심히 분위기를 띄울 거고요. 거기에다 김정은이가 청와대에서 애교를 부린단 말입니다. 이렇게 나가면 2012년에 정동영 신당이 만들어집니다. 틀림없습니다.”

이한구의 열변이 끝났을 때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마치 안에서 끓고 있다 뚜껑이 열린 냄비 같다. 숨을 고른 이한구가 말을 이었다.

“우리가 허를 찔린 것 같지만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특별구 장관 이하 행정요원은 예외로 취급해 대한민국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특별구에서 나오더라도 1년간 제한하도록 하십시다.”

“아마 민주당에서도 대부분 찬성할 것입니다. 그쪽 대선후보들도 우리와 마찬가지 생각일 테니까요.”

하고 홍준표가 거드는 바람에 분위기는 더 뜨거워졌다. 그때 박근혜가 가볍게 헛기침을 했으므로 모두의 시선이 모아졌다. 박근혜가 입을 열었다.

“저기, 대통령께서 그제 저한테 전화를 주셨어요.”

조순형을 보내지 않고 직접 통화를 한 모양이다. 회의실은 기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박근혜가 말을 이었다.

“우리는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2012년 대선은 남북한 동시 선거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그러니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하시더군요.”

그러고는 머리를 든 박근혜가 입술 끝만 올리고 웃었다. 특유의 웃음이다. 부드럽지만 강한 분위기가 퍼진다. 박근혜가 낮게 말을 맺는다.

“그래서 저도 공감했습니다. 지금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건 좀 맞지 않을 것 같네요.”

이것으로 토론은 종결됐다. 냄비 속 물은 어느덧 식어 뚜껑을 덮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었다.

# 2010년 3월 26일 오전 11시, 판문군 아래쪽 바닷가에 세운 특별구청에서 특별구 선언식이 거행됐다. 특별구청 현관에는 ‘고려시’라는 거대한 현판이 붙었다. 이제 개성특별구는 남북한 합의에 의해 고려시로 부르게 됐다. 행사장에는 남북한 정상과 해외 축하 사절이 대거 참석했는데 미·중·일·러 4개국 정상이 모두 참석했다. 국가 정상만 18명이나 왔다. 고려시민 5만여 명이 참석한 환영식장에서 남북한 정상과 외국 정상들의 축하 연설 분위기는 마치 새로운 국가가 탄생한 것 같았고, 남북한이 통일을 이룬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맨 마지막에 고려시 장관 정동영이 연단에 올라 말했다.

“고려시는 남북한 평화통일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딱 그렇게만 말하고 연설을 끝냈으므로 행사장에 있는 관중으로부터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 박수를 치는 고려시민 가운데 ‘항상’ 출판사 사장 서상국과 사원 이애주가 끼어 있다. 옆에 인테리어 업자 오종택도 서 있다. 모두 고려시로 이전 신청을 해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들 뒤쪽 세 번째 줄에 영등포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오종근 사장도 서 있다. 옆쪽 가게 박경술과 함께 신청했지만 오종근만 뽑힌 것이다. 고려시민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각 업체별 경쟁이 평균 30대 1이었다. 철물소매업도 경쟁률이 74대 1이나 되어 오종근도 겨우 추첨으로 선발됐다. 고려시에서 사업장 건물은 물론 자재까지 전폭 지원해주는 터라 새 출발을 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없다.

“정동영이가 점수 좀 따겄는디.”

행사가 끝났을 때 오종택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맞장구를 칠 줄 알았던 서상국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야, 여기선 그딴 이야기 말자.”

오종택의 시선을 받은 서상국이 머리까지 내저었다.

“이젠 신물이 난다, 한국 정치.”

# 그날 밤 11시 30분, 백령도 해역 순찰을 마친 제2함대 소속 초계함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이 항해일지에 이렇게 썼다.

“백령도 해상 이상 없음.”

이원호

레임덕은 없다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전주고, 전북대를 졸업했다. (주)백양에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무역 일을 했고, (주)경세무역을 설립해 직접 경영했다. 1992년 ‘황제의 꿈’과 ‘밤의 대통령’이 100만 부 이상 팔리며 최고의 대중문학 작가로 떠올랐다. 간결하고 힘 있는 문체, 스케일이 큰 구성, 속도감 넘치는 전개는 그의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이다. 기업, 협객, 정치, 역사, 연애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지금까지 50여 편의 소설을 냈으며 10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주요 작품으로 ‘할증인간’ ‘바람의 칼’ ‘강한 여자’ ‘보스’ ‘무법자’ ‘프로페셔널’ ‘황제의 꿈’ ‘밤의 대통령’ ‘강안남자’ ‘2014’ 등이 있다.




주간동아 2012.08.27 852호 (p7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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