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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치고 빠지기 vs 초기에 봉쇄 페르시아만 ‘긴장의 파도’

이란 ‘해상 게릴라전’ 준비에 맞서 미국 첨단무기 전략적 배치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치고 빠지기 vs 초기에 봉쇄 페르시아만 ‘긴장의 파도’

치고 빠지기 vs 초기에 봉쇄 페르시아만 ‘긴장의 파도’

폰스호를 개조해 만든 미국의 부유식 해상기지. 이란 기뢰 제거 작전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다.

# 1988년 4월 14일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 미국 해군의 4200t급 미사일 유도 프리깃함 사무엘 B. 로버트호가 기뢰와 충돌했다. 당시 로버트호는 쿠웨이트 유조선을 이란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라크와 전쟁 중이던 이란은 이 해역에 기뢰를 대거 부설했는데, 그중 러시아제 M-08 부유 기뢰가 터지면서 로버트호에 지름 5m의 거대한 구멍을 냈다. 로버트호는 가까스로 침몰을 면했다. 나흘 후 미국은 페르시아만에 포진해 있던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 전단을 동원해 이란 해군에 보복 공격을 가했다. 이란은 미국의 막강 화력에 변변히 대항조차 못 하고 프리깃함 1척을 비롯해 고속정 3척을 잃었다.

# 2012년 7월 16일 페르시아만 아랍에미리트 인근 해상, 미 해군의 3만1000t급 급유함 래퍼해녹호가 빠르게 접근해오는 정체불명의 소형 선박을 발견하고 50구경 기관총을 발사했다. 공격을 당한 소형 선박은 길이 30m에 모터 3개를 장착한 어선이었다. 당시 사격으로 어선에 타고 있던 인도인 등 선원 8명 중 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했다. 미 해군은 경고했음에도 어선이 정지하지 않아 발포했다고 밝혔지만, 과도한 대응이었을 개연성도 없지 않다. 미 해군이 어선 접근을 이란 해군의 고속정 공격으로 간주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이 페르시아만 해상과 해저에 군사력을 집중하면서 날카롭게 대치 중이다. 특히 미국에 비해 해군력이 약한 이란은 소형 잠수함과 고속정, 기뢰 등 기습과 매복 같은 일종의 ‘바다 게릴라전’에 유리한 무기를 대거 실전 배치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형 잠수함이 이란에게는 비장의 카드다. 이란은 가디르급 소형 잠수함 19척을 실전 배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잠수함의 제원을 보면 수중 배수량 120t, 길이 29m, 너비 2.75m, 속도 8노트(수상 11노트)다. 디젤과 전기로 가동하며 533mm 어뢰발사관 2문을 갖췄고 기뢰도 투하할 수 있다. 수중음파탐지기(소나)를 피할 수 있는 스텔스 기능도 탑재했다.

北 연어급 잠수정과 가디르급 잠수합

가디르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이슬람 시아파 성지의 이름이다. 이란은 이 잠수함에 러시아제 고속 21인치 어뢰 쉬크발을 개량한 후트라는 이름의 어뢰를 장착했다. 일반적인 어뢰 속도는 50노트이지만 쉬크발은 200노트(370km)다. 쉬크발 추진체는 프로펠러가 아닌 로켓엔진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길이 6.4km에 너비는 가장 좁은 곳이 54km, 가장 넓은 곳이 95km이며, 최대 수심은 190m이지만 수심이 얕은 곳이 많아 평균 수심은 50m밖에 되지 않는다. 가디르급 잠수함은 이런 해저 지형에서 작전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디르급 잠수함은 덩치가 큰 미 해군 제5함대의 항공모함을 비롯해 각종 함정과 유조선을 공격하는 데 전술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가디르급 잠수함은 북한 연어급 잠수정과 비슷하다. 우리나라 국방부는 천안함을 폭침한 북한 연어급 잠수정이 수중 배수량 130t, 길이 29m에 533mm 발사관 2문을 장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 연어급 잠수정과 이란 가디르급 잠수함을 동형으로 본다. 미국 군사 전문 연구기관인 글로벌 시큐리티의 존 파이크 소장은 이란 가디르급 잠수함은 크기와 전망탑, 잠망경 위치로 볼 때 북한 연어급 잠수정과 거의 비슷하다고 밝혔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연구원도 북한이 연어급 잠수정을 이란에 수출했거나 제작 기술자를 지원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치고 빠지기 vs 초기에 봉쇄 페르시아만 ‘긴장의 파도’

1 이란의 가디르급 잠수함. 2 이란이 수입한 중국제 EM-52 기뢰. 3 이란에서 가장 빠른 속력을 자랑하는 초고속정.

반면 이란은 가디르급 잠수함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고 주장한다. 이란 정부는 2007년 11월 29일 가디르급 잠수함 진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으며, 2010년 8월 8일 가디르급 잠수함 4척을 실전 배치했다고 밝혔다. 현재 19척을 실전 배치한 것을 볼 때 이란이 그동안 매년 4∼5척을 건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가디르급 잠수함 외에도 1990년대 러시아에서 도입한 수중 배수량 4000t인 킬로급 잠수함 3척을 비롯해 2006년 자체 건조한 수중 배수량 400t인 나항(페르시아어로 고래라는 뜻)급 잠수함 1척과 600t인 파테(정복자)급 잠수함 1척을 보유하고 있다. 알리 파다비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사령관이 “호르무즈 해협은 항상 우리가 장악하고 있으며, 의심 없이 우리 관할지역”이라고 호언장담하는 것도 가디르급 잠수함을 믿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란은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소형 고속정도 페르시아만에 배치했다. 소형 고속정은 치고 빠지기식 공격이나 자살특공대 같은 자살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미국은 이란이 고속정 수백 척을 동원해 한꺼번에 공격하는 ‘벌떼 전술’을 구사할 경우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란은 또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 있는 작은 섬들에 소형 고속정을 매복시켰다가 기습 공격을 벌일 공산이 크다.

적 함정 감지하면 어뢰 자동 발사

기동성이 뛰어난 소형 고속정은 기뢰를 신속히 설치할 수도 있다. 특히 이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보트인 ‘블레이드 러너 51(Blade runner 51)’을 군용으로 개조한 소형 고속정을 개발해 실전 배치했다. 블레이드 러너 51은 영국에서 개발한 보트로, 1000마력의 고출력 엔진 2기를 장착했다. 이 보트의 평균 속도는 63노트(116km)로, 군함 최고 속도인 30노트와 소형 고속정의 최고 속도인 40노트(73km)와 비교할 때 매우 빠르다. 블레이드 러너 51은 길이 13.7m, 무게 16t인데, 이란은 이 보트를 비밀리에 구입해 미사일과 어뢰를 장착한 고속정으로 개조했다. 이란은 이 보트를 졸파카르라고 명명했다. 졸파카르는 이슬람 마호메트의 사촌이자 사위이면서 시아파 시조격인 이맘 알리가 사용하던 칼 이름이다.

기뢰는 약소국이 군사 강대국에 비대칭적 위협을 줄 수 있는 전략적 무기로, 제조비는 적게 들면서 상대방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란은 현재 러시아제 MDM-6와 중국제 EM-52 등 기뢰 2000∼3000개를 보유했다. MDM-6는 무게 1100kg으로 수심 12∼120m에 계류상태로 있으면서 50∼60m 떨어진 거리에서 음향과 압력 등으로 적 함정을 감지하면 자체적으로 어뢰를 발사하는 기뢰다. EM-52는 무게 620kg으로 수심 110m에 머물다 적 함정의 음향에 반응해 자체적으로 어뢰를 발사하는 부상 기뢰다.

이란은 중국제 기뢰 EM-55, EM-31 등도 대량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뢰는 함정은 물론 잠수함과 헬기, 항공기 등을 이용해 단시간에 설치할 수 있다. 이란은 이와 함께 지상 또는 함정에서 발사할 수 있는 대함 미사일도 상당수 보유했다. 이란은 2000년대 이후 중국으로부터 대함 미사일을 대거 수입했으며, 이를 자체적으로 개량했다. 이란의 대표적인 대함 미사일은 중국제 C-801을 개량한 누르 미사일로 무게는 165kg, 사거리는 80km다. 이란은 이 미사일을 200여 기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이 자국 기술로 만들었다고 자랑하는 사거리 20∼30km의 함대함 미사일 나스르도 중국 C-704 대함미사일 부품을 수입해 조립한 것이다. 이란은 또 중국으로부터 최신예 단거리 대함 미사일인 JJ/TL-6도 도입했다.

이란은 ‘인간 병기’도 보유하고 있다. 이란 최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는 특수작전을 벌일 수 있는 프로그맨(frogman)을 은밀하게 훈련해왔다. 프로그맨은 잠수해 적 함정에 폭발물을 설치한 뒤 파괴하는 일종의 수중파괴 특수요원이다. 프로그맨은 반잠수정을 이용해 적 함정 인근까지 접근한 뒤 수중으로 침투해 공격한다. 이란 수중파괴부대의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원이 최소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美, 떠다니는 해상기지 배치

치고 빠지기 vs 초기에 봉쇄 페르시아만 ‘긴장의 파도’

미 해군 기뢰 제거 헬기 MH-53E 시드래건.

미국은 이란의 비대칭 전력이 만만치 않다고 보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7월 7일에는 낡은 함정을 이용해 만든 일종의 떠다니는 해상기지를 바레인 앞바다에 배치했다. 기지가 없는 해역에서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새로운 개념의 임무를 수행할 부유식 해상기지는 1만6000t급 상륙수송함 폰스호를 개조한 것이다. 지상기지는 작전할 때 해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부유식 해상기지는 공해상에 떠 있어 이런 제약이 없다.

1966년 건조한 폰스호는 지난해 나토군의 리비아 공습 지원을 위해 지중해에 파견됐다가 올해 3월 퇴역할 예정이었지만, 기뢰를 제거할 수 있는 소해함과 헬기, 특수작전부대를 지원하는 해상기지로 변신했다. 앞으로 이 기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이란 기뢰 제거 작전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 기지는 소해함 급유와 정비는 물론, 헬기 이착륙장과 특수작전부대의 임시 거점으로 사용된다.

미국은 현재 어벤저급 소해함 8척을 페르시아만에 파견한 상태다. 추가로 4척을 더 투입할 준비도 갖췄다. 어벤저급 소해함은 기뢰를 탐색, 식별하고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뢰 헌터킬러다. 제원을 보면 만재배수량 1312t, 길이 68.3m, 너비 11.9m, 속도 14노트로 디젤엔진 4기를 장착했으며, 승조원은 80여 명이다.

미국은 또 ‘시 드래건(Sea Dragon)’이라 부르는 기뢰 제거 헬기인 MH-53E도 배치했다. 해군과 해병대가 사용하는 이 헬기는 전체 길이 30m, 동체 길이 22.3m, 높이 8.53m, 항속 거리 274.24km이며 최고 속도는 161노트다. 이 헬기는 기뢰 제거 임무 외에도 화물과 장비, 부상자를 후송하는 등 다목적으로 운용된다.

치고 빠지기 vs 초기에 봉쇄 페르시아만 ‘긴장의 파도’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잠수함 건조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비밀로 유지해온 초소형 무인잠수정도 사상 처음 페르시아만에 투입했다. ‘시폭스’(Sea fox·환도상어)라는 초소형 무인잠수정은 길이 1.2m, 무게 40kg으로 수중카메라와 자동음파탐지기를 장착했으며, 모선(母船)에서 원격 조정한다. 독일 군수업체 아틀라스일렉트로닉이 제작한 이 잠수정은 내부에 폭발장약을 탑재했으며, 기뢰나 소형 잠수함을 발견하면 모선 지시에 따라 충돌해 자폭한다. 크기가 작아 헬기나 고무보트, 고속정에서 투하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전송된 동영상을 모선에서 볼 수 있는 일종의 수중드론(무인공격기)이다.

미국은 또 사이클론급 고속정도 대거 배치했다. 무게 330t인 이 고속정은 최고 속도가 35노트이며 25mm 자동포, 50구경 기관포와 기관총을 갖춰 이란의 고속정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미국은 9월 16∼27일 페르시아만 해역 일대에서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20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기뢰 제거 합동해상군사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미국이 이란의 비대칭 전력에 대응할 준비를 본격화하는 셈이다.



주간동아 2012.08.06 849호 (p50~52)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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