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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선자금 수사, 폭로 있으면 하고?

검찰, 칼 빼들기엔 시간과 첩보 부족… 뜻밖의 상황이 변수

  • 전지성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verso@donga.com

대선자금 수사, 폭로 있으면 하고?

대선자금 수사, 폭로 있으면 하고?

7월 11일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6억여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왼쪽). 4월 30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돼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7월 31일 저축은행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이하 합수단)이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치면서 대통령선거(이하 대선) 경선 레이스가 한창인 정치권이 다시 불안에 휩싸였다. 박 원내대표의 형사처벌 수위에 대한 관심은 아니다. 그 이후 검찰 수사 방향에 대한 초조함 때문이다.

검찰은 금융위원회가 5월 6일 3차 부실 저축은행 영업정지 명단을 발표하면서 새롭게 저축은행 비리 수사에 착수했다. 부산저축은행 수사가 중심이던 1차 수사나 지난해 9월 2차 수사와 비교할 때 이번 수사는 많이 달랐다. 솔로몬, 미래 등 저축은행 4곳에 대한 대주주의 불법대출, 횡령 배임 등 전형적인 저축은행 비리 수사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검찰은 6월 초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을 구속기소하면서 지체 없이 은행 퇴출 저지와 관련한 로비 의혹 수사에 집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형사처벌 여부가 초미 관심사였다.

합수단 “불법자금 사용처 철저 수사 방침”

그러나 임 회장이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을 통해 이 전 의원에게 접근한 배경과 구체적인 경위, 임 회장이 “선거(2007년 대선)에 도움을 주려고 돈을 건넸다”고 한 검찰 진술, 임 회장이 돈을 건넨 시기가 구체적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은 요동하기 시작했다.

대선자금 의혹 구조는 간단하다. 그중 절반은 정 의원의 체포영장 범죄 사실을 통해 구체적인 혐의로 알려졌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이후 임 회장이 국회 부의장실에서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을 함께 만났고, 국회의사당 주차장에서 임 회장이 3억 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나머지 절반은 의혹과 소문이다. 이 돈이 대선 당시 한나라당 유세단장을 맡았던 권오을 전 의원에게 넘어갔으며, 이 돈이 다시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를 망라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유세를 돕던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흘러갔다는 이야기다. 이 의혹의 파괴력 탓에 정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는 소문도 들렸다.



합수단은 7월 26일 이 전 의원을 구속기소하면서 “향후 수사과정에서 구체적인 단서가 드러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다. 덮고 가지 않겠다. 나오는 건 하고 간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이 임 회장으로부터 받았다는 3억 원의 사용처 수사에 대한 의견이었다. 이 말을 두고 정치권에선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 전 의원과 관련한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7월 초 이후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검찰의 공식 태도는 조금씩 바뀌었다. 검찰은 애초 대선자금 의혹이 제기됐을 때는 “대선 수사는 저축은행 비리 수사의 목표도 아니고 수사할 여력도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자 야권에서 “검찰이 수사 의지가 없다”는 투의 비난이 쏟아졌다. 검찰은 “구체적이고 새로운 증거와 단서가 나오면 한다”며 다소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검찰 어조는 점점 강하게 변해왔다. 최근 검찰 수사상황을 보면 어조만 강해진 것은 아닌 듯하다. 실제 검찰은 최근 정 의원의 보좌관과 권 전 의원 측 관계자도 불러 실제 돈을 주고받았는지를 조사했다.

그러나 수사팀 상황과 검찰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대응하고 있을 뿐 “대선자금 수사는 가능한 상황이 아니다”라는 속내는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올해 4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복합물류센터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의혹으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구속됐을 때의 상황과 비슷하다. 최 전 위원장은 자신이 받은 불법자금을 “지난 대선 여론조사에 사용했다”고 주장해 큰 파문을 낳았지만 곧바로 말을 바꿨다. 불법 로비자금의 대선자금 유입 개연성을 내비친 말이었음에도 추가 진술이나 단서는 없었다. 물론 대선자금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임 회장이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에게 건넸다는 3억 원의 사용처에 대한 수사도 대선자금 수사로 연결되지 않을 개연성이 높은 상황이다.

검찰이 대선자금 의혹에 수사 칼날을 들이대지 못하는 이유로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먼저 시간이 부족하다.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에 착수한다면 올해 12월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는 9월 전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경선을 통해 대선후보를 선출하고 대선후보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사활을 걸 정치권은 검찰 수사가 선거 국면을 좌우하는 상황을 반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 역시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때의 경험 덕분에 정치권 전반이 요동하는 수사를 펼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정권 내내 검찰이 수사권 조정이라는 정치권의 분풀이에 시달린 이유가 대선자금 수사 때문이었다는 추측은 지금도 검찰 관계자들 사이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검찰이 축적한 대선자금 관련 첩보가 이른 시간 안에 대선자금의 ‘저수지’를 밝혀낼 수 있을 만큼 정교하고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도 거론된다. 첩보는 많이 쌓인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이 의혹 수준을 뛰어넘는 확실한 진술과 증거 없이 수사에 착수했다간 어떤 형태로든 정치권으로부터 역풍을 맞을 위험성이 높다.

대선자금 수사, 폭로 있으면 하고?

2011년 9월 2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 구성 관련 브리핑이 열렸다.

“새로운 단서와 구체적인 증거”

대선자금이 유통되는 방식이 이전보다 교묘해졌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다. 여야 모두 5년 뒤 검찰 수사에 대비해 불법 선거자금을 한곳에 모아놓는 이른바 ‘저수지’를 만들었을 개연성이 적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검찰이 한 단계 한 단계 ‘몸통’을 향한 수사를 진행해나가기 위해 돌파구를 열어줄 ‘양심 고백’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선자금 수사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검찰의 한결같은 태도에도 검찰을 바라보는 정치권 시선은 조심스럽다. 특정 의혹에 대해 수사가 어렵다는 검찰 안팎의 관측은 단 한 번의 계기로 완전히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수사가 대표적 사례다. 검찰이 처음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관련 첩보를 입수했을 당시 최 전 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연루 혐의는 예상치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은 브로커의 정확한 진술 등을 근거로 수사에 착수했고, 한 달 만에 수사를 마쳤다.

뜻밖의 계기는 검찰이 재계 수사를 통해 축적한 첩보로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올 초 주요 대기업 3곳에 대해 내사를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있을 당시 검찰은 수사 가능성을 적극 부인했다. 하지만 그 뒤 검찰이 그중 한 곳에 대해 비자금 흐름과 관련한 명확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해당 기업의 비자금 상당액이 2007년 대선 직전 집중적으로 현금으로 인출돼 사용됐다는 의혹도 더해졌다. 이 돈의 움직임에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정권 실세가 깊이 개입했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대선자금 수사는 검찰 의지만으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권 창출에 기여한 정재계 인사가 대부분 형사처벌을 받았거나 수감 중인 상황을 간과할 수 없다. 대권 향배에 따라 민감한 대선 국면에서 뜻밖의 폭로나 고소, 고발이 이뤄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검찰이 반복해서 언급하는 “새로운 증거나 단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12.08.06 849호 (p38~39)

전지성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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