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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안철수의 최태원 탄원서 내막

SK그룹과 특수관계…서명 안 한 V-Society 회원도 있어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안철수의 최태원 탄원서 내막

안철수의 최태원 탄원서 내막
안철수(50)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003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위해 탄원서를 낸 것과 관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선처를 부탁한다는 탄원서 내용과 최근 안 원장이 낸 책(‘안철수의 생각’)에 담긴 그의 견해가 상반되기 때문이다. 당시 최 회장은 1조5000억 원대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처지였는데, 안 원장은 지난해 한 강연에서 “(경제사범을 잡으면) 반 죽여놓아야 한다. 그런 사람들 사형 못 시키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도가 나간 직후 안 원장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2003년 당시 브이소사이어티(V-Society) 회원인 최태원 SK 회장이 구속되자,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자는 의견이 제기됐고 회원 전체가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10년 전 그 탄원서 서명에 대해 당시에도 부담을 느꼈고, 내내 그 일이 적절한 것이었는지 생각해왔습니다.”

의혹이 제기된 이후 정치권에선 안 원장과 최 회장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안 원장이 동업자를 도우려고 탄원서를 냈다. 탄원서를 낼 당시 안철수연구소의 관계사인 아이에이시큐리티에 최 회장은 지분 30%를 투자하고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인터넷 전용은행 설립 추진



V-Society는 2000년 9월 재벌 2·3세와 성공한 벤처기업인이 모여 만든 사교모임을 겸한 주식회사로 최 회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 재벌 2·3세와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대표, 변대규 휴맥스 사장,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 등 벤처기업인이 주축을 이뤘다. 초기 멤버들이 2억 원씩 출자했고 삼성증권 이사를 지낸 이형승 씨가 대표를 맡았다. 도대체 안 원장과 최 회장, V-Society는 어떤 관계였을까.

V-Society 설립 목적은 ‘벤처기업과 대기업 간 새로운 차원의 협력과 제휴’였다. 이에 걸맞게 인터넷 전용은행(V뱅크) 설립을 논의하고 추진했다. ‘인터넷 전용은행’은 그때나 지금이나 재벌의 은행업 진출과 맞물려 논란이 되는 문제다. 법으로 정해진 금산분리 원칙을 깨기 때문이다. 그러나 V뱅크 등 V-Society가 추진하던 각종 사업은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본금은 주로 회원들이 모이는 포럼 운영비로 사용됐다. V-Society 한 회원은 “얘기는 많이 나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추진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V-Society는 지난해 5월 유상감자를 실시하고 투자금 가운데 일부를 주주에게 돌려줬다. 자본금은 46억4000만 원에서 31억 3900만여 원으로 줄었다. 설립 당시 출자금을 냈던 한 회원은 “한 1억 원 정도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V-Society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법적 대표인 유용석 씨가 운영하는 기업 ‘한국정보공학’이 위치한 곳이다. 한국정보공학 측은 “V-Society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있다. 종종 회원들이 골프 칠 때 연락하는 일만 한다”고 말했다.

2003년 작성한 최 회장에 대한 탄원서와 관련해 당시 V-Society 대표였던 이형승 전 IBK투자증권 대표는 이렇게 기억했다.

“인간적으로 자주 보던 사람들이라 탄원서 얘기가 자연스레 나왔다. 초안은 회사에서 작성하고 회원들에게 열람시켰다. 강요는 없었고 다들 자유의사로 참여했다. 안 원장은 최 회장과 머리를 맞대고 이 모임을 만든 사람이다. 안 원장도 내용을 검토하고 자신의 결정으로 탄원서에 서명한 걸로 안다. 그분(안 원장) 성격에 내용을 안 보고 그런 결정을 할 사람이 아니다. 탄원서를 낼 당시 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회원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안 원장이 이 문제로 고민을 많이 하셨다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V-Society 회원들에 따르면 당시 탄원서 작성에는 회원 전체가 참여하진 않았다. 취재에 응한 벤처기업 출신 회원 5명 가운데 2명은 “탄원서를 낸다는 것을 알았지만, 서명은 안 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한 명은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탄원서에 전체 회원이 참여했다는 안 원장의 설명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이형승 전 대표도 “다들 기업 대표인데 이래라저래라 강요할 문제는 아니었다. 전원이 다 한 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당시 최 회장에 대한 탄원서는 이례적인 것이었다. 최 회장에 이어 다음 해 배임 혐의로 구속된, V-Society 멤버였고 창립 당시 최 회장과 똑같이 2억 원을 출자했던 조동만 한솔그룹 부회장은 회원들의 탄원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한 회원은 “최 회장은 모임을 사실상 주도해 만든 사람이었고 상대적으로 조 부회장은 그렇게 열심히 참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안철수의 최태원 탄원서 내막
조동만 부회장은 도움 못 받아

V-Society는 최 회장 구속 이후 활동이 부쩍 시들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에 응한 많은 회원도 “V-Society가 쇠락한 이유는 벤처 거품 붕괴와 최 회장 구속이었다”고 증언했다. 모임에 참여하는 기업인 가운데 상당수가 V-Society가 왕성하게 활동하던 2000년대 초반 SK그룹과 이런저런 사업관계를 맺었다는 사실도 모임에서 최 회장이 차지하는 위상을 보여준다(표 참조). 안 원장이 SK그룹과 합작으로 기업을 설립한 것도 같은 시기다.

권도균 이니시스 대표는 모임이 출범한 2000년에 SK그룹과 신용카드 지불중계 업체를 설립했고 변대규(휴맥스), 윤재승(대웅제약) 대표는 2000~2002년 나란히 SK텔레콤 사외이사가 됐다. 변 대표는 지난해 안 원장에 이어 포스코 사외이사에 선임되기도 했다. 박창기 팍스넷 대표는 2002년 자기 회사를 아예 SK에 매각했으며 이홍선 대표도 같은 해 자기 회사였던 두루넷의 전용회선을 SK에 매각했다. V-Society 총무를 맡았던 은진혁 전 인텔코리아 대표가 SK E·S의 등기이사가 된 건 2005년 일이다. 은 전 대표는 지난해 불거진 최 회장 형제의 횡령사건에도 깊이 간여한 인물로 알려졌다.

탄원서와 관련된 이번 의혹의 핵심은 안 원장과 최 회장, 그리고 V-Society의 관계다. 정치권 의혹대로 안 원장이 동업자를 보호하려고 탄원서를 쓴 것이라면 두고두고 논란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안 원장이 재벌에 대해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 회장과 안 원장이 재벌 모임인 V-Society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고, 그 모임이 SK그룹과 사업적으로도 면밀히 연결됐다는 점은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이번 의혹과 관련해 안 원장 측은 “2005년 유학을 떠나면서 사실상 V-Society와 관련된 활동을 접었다. 투자금 처리 문제는 잘 모른다. 탄원서에 회원 전원이 참여하기로 했다고 해서 사인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2.08.06 849호 (p28~29)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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