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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여당 후보들은 ‘국민’ 야당 후보들은 ‘국가’ 왜?

대선 출마선언문 키워드·의미연결망 분석

  •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자료조사 | 이여진 인턴기자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4학년

여당 후보들은 ‘국민’ 야당 후보들은 ‘국가’ 왜?

여당 후보들은 ‘국민’ 야당 후보들은 ‘국가’ 왜?
대통령선거(이하 대선) 출마선언은 특정 후보가 하는 공식 선거운동의 출발점이다. 출마선언문은 후보가 자신의 출마를 정당화하고 유권자에게 선보일 자신의 가치와 이념, 비전과 정책, 히스토리를 압축적이면서도 호소력 있게 정리한 텍스트다.

각 후보 진영은 유권자를 유혹할 비전과 가치를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각종 상징을 내세운 레토릭으로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최소화해 대중에게서 우호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려 한다. 그래서 후보는 물론 선거캠프 내 선거 전략가와 홍보 전문가를 총동원해 상대 후보들이 내세운 전략까지 고려하며 출마선언문 속 문장 하나, 토씨 하나까지 다듬고 또 다듬는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이념적, 정책적으로 대립해온 후보들이 내놓은 대선 출마선언문만 보고 그들의 레토릭에 현혹되지 않고 후보 간 차별성을 읽어내면서 그 후보가 내세운 논리의 강점과 약점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같은 정당 후보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주간동아’는 여야 대선후보들이 출마선언문에 담은 키워드가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그 의미 관계를 분석해 각 후보 간 차이점을 살펴봤다.

전략적 고려 기존 문법 탈피



출마선언문 속 키워드의 출현 빈도를 통해 내용을 분석한 결과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존 선거에서 보수 성향 후보는 ‘국가’ ‘애국심’을 상대적으로 강조하고, 진보개혁 성향 후보는 ‘국민’ ‘서민’ 등 사람과 계층을 강조하는 패턴을 보였다.

그러나 보수 성향인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 이번 출마선언문에서 ‘국민’을 56번이나 사용하고 ‘사람’이라는 말도 10번 쓴 반면, ‘국가’는 13번, ‘대한민국’은 5번 정도 사용하는 데 그쳤다. 박 의원의 이러한 문법 파괴(?)는 “국정운영의 기조를 국가에서 국민으로, 개인의 삶과 행복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국정철학 변화를 반영한 듯하다. 국민 개개인 삶의 질이 주요 어젠다로 떠오르는 현상을 반영했겠지만, ‘국가’라는 말이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시대의 국가주의를 연상시키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전략적 고려 역시 ‘국가’라는 단어의 사용을 절제한 요인으로 작용한 듯하다.

이에 반해 야권 후보들은 오히려 ‘국가’ ‘나라’를 강조했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는 ‘국민’을 24번, ‘서민’을 13번 쓰는 동안 ‘국가’는 30번, ‘나라’는 13번 쓰는 등 오히려 국가 개념을 더 많이 사용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나라’ 24번, ‘국가’를 17번 사용한 반면 ‘국민’은 18번, ‘사람’은 16번 사용하는 데 그쳤다. 다만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은 ‘국민’이라는 단어를 28번이나 사용해 핵심 키워드 중 가장 빈도가 높았다. 국가를 표현하는 ‘대한민국’은 17번, ‘국가’ 개념은 6번 사용하는 데 그쳤다.

각 후보 진영이 핵심 비전과 가치로 내세운 내용은 출마선언문에서 꾸준히 반복되는데,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각 후보 진영의 핵심 키워드임을 알 수 있다. 박근혜 의원의 경우 ‘국민 한 분 한 분의 꿈이 이루어지는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핵심 슬로건의 구성 요소를 계속 반복한다. 56번 사용한 ‘국민’과 함께 ‘행복’이 19번, ‘국민행복’이 14번으로 총 33번이나 언급했으며, ‘꿈’ 역시 15번으로 핵심 키워드 상위에 랭크됐다.

김두관 전 지사의 슬로건 ‘내게 힘이 되는 나라, 평등 국가’ 역시 대선 출사표에 자주 등장하던 핵심 개념이다. ‘평등’ 13번, ‘평등 국가’ 12번으로 나타났고, 불평등을 표현하는 핵심 키워드인 ‘서민’(13번) 대 ‘재벌’(10번) 개념을 슬로건을 뒷받침하는 하위 개념으로 가장 많이 사용했다. 손학규 상임고문 역시 슬로건에 담긴 핵심 정책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반복했다. ‘사회’(14번), ‘통합’(14번), ‘민생’(12번)이 자주 나온 키워드다.

문재인 의원의 경우 ‘우리나라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이 정책 내용을 담지 않은 중립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주로 정책과제와 관련된 ‘일자리’(21번), ‘성장’(18번), ‘복지’(18번) 같은 개념을 많이 썼다.

박근혜 의원이 슬로건 강조형,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지사가 슬로건·정책 동시 강조형이라면, 문재인 의원은 주로 정책과제를 출마선언문에서 부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차별 최소화 vs 차별 극대화

양적 분석에서는 확인되지 않지만 실제 출마선언문을 분석해보면, 주요 대선후보의 핵심 키워드는 ‘차별 극대화’ 전략보다 중간지대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차별 최소화’ 전략을 추진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박근혜 의원의 경우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 과제로 진보친화적 어젠다인 ‘경제민주화’ ‘맞춤형 복지’를 강조했으며, 문재인 의원이나 손학규 상임고문 역시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면서도 문 의원은 ‘4대 성장전략’을, 손 상임고문은 ‘진보적 성장’ 등 보수친화적 정책과제인 ‘성장’을 동시에 제기한 것이 그 사례다.

김두관 전 지사만이 ‘서민’ 대 ‘재벌개혁’이라는 전통적인 양극화 전략의 대결 프레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고, ‘국가개조’ ‘개혁’ 등 근본적 변화를 추구하는 진보의 상징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차별 극대화 전략을 사용했다고 할 수 있다. 본인의 정체성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야권 후발주자로서 선두주자인 문 의원, 손 상임고문과의 차별화가 시급하다는 현실 인식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후보별 의미 연결망

박근혜 : 리더십 원천인 ‘신뢰’ 강조, ‘안보’와 ‘환경’ 영역 미비

의미연결망 그래프를 살펴보면 박근혜 의원을 중심으로 ‘꿈’ ‘행복’ 개념이 밀도 높게 중심부에 위치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두 개념이 박 의원 출마선언문의 핵심 허브 구실을 하는 것이다. ‘행복’을 ‘꿈’꾸는 ‘국민’과 박 의원을 연결하는 핵심 고리는 ‘경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개념 사이의 연결망 중심에 경제 개념이 자리잡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가’ ‘대한민국’ 등 국가 관련 개념은 주요 개념과 연결되긴 하지만 연결망 주변부(상단 끝)에 위치해 국정기조에서의 국민 중심성을 보여준다.

경제적 ‘과제’(왼쪽 하단부)는 과거 ‘성장’ 우선주의 대신 ‘일자리’ ‘복지’ ‘투명성’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박 의원의 정책적 포지션 이동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왼쪽 하단의 ‘경제적 과제’ 개념이 ‘성장’ 개념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은 박 의원이 정책에서 야당 후보와의 차별 최소화 전략을 선택했음을 짐작게 한다. 그뿐 아니라 ‘경제적 과제’ 개념이 ‘투명성’ 개념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경제민주화의 초점을 ‘투명성 확대’에 맞췄음을 엿볼 수 있다.

‘정부’ ‘정치’ ‘국민’을 연결하는 핵심 개념은 ‘신뢰’로 집약된다. 이는 핵심 키워드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박 의원이 국정 추진에서 국민의 신뢰 확보를 핵심 과제로 삼을 것임을 암시한다. 박 의원의 신뢰 개념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한반도’ 문제 역시 ‘신뢰’ 개념과 연결해 주장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다만 다른 어젠다에 비해 안보나 남북관계, 최근 쟁점이 되는 환경문제 등에 대한 키워드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데, 이는 박 의원이 이번 대선을 국내 경제 어젠다를 중심으로 전개할 것임을 시사한다.

여당 후보들은 ‘국민’ 야당 후보들은 ‘국가’ 왜?
문재인 : ‘일자리-복지국가-성장’ 정책과제 명료하게 부각

문재인 의원이 내놓은 출마선언문의 의미연결망 그래프를 보면, 무엇보다 핵심 정책과제를 중심으로 출마선언문을 짰음을 알 수 있다. 핵심 키워드 중심에 ‘복지’ ‘일자리’ ‘성장’ ‘경제’ 개념을 밀도 있게 배치했다. 실제 출마선언문에서 ‘공평과 정의’를 나라 근간으로 삼고 ‘포용적 성장, 사람 중심 성장, 생태적 성장, 협력적 성장’을 4대 성장전략으로 제시했으며 ‘강한 복지국가’ ‘일자리 혁명’을 주된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또한 ‘복지국가’ 개념 역시 일방적 시혜보다 ‘투자’ 개념과 연결함으로써 중도를 타깃으로 한 차별 최소화 전략을 염두에 뒀음을 시사한다.

이와 함께 ‘아이, 여성, 노인들이 활짝 웃는 나라’ ‘대한민국은 강하게, 한반도는 평화롭게’라는 취약계층 대책과 안보 어젠다를 핵심 과제로 내세웠는데, 연결망상에서는 주변부에 위치해 실제로는 경제과제를 우선시할 것임을 함의한다. 특히 다른 대선후보들의 출마선언문에서는 핵심 키워드로 드러나지 않은 여성, 평화 문제를 상위 키워드에 포함했다는 점이 상대적 강점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 대통령’이라는 출마선언문 속 핵심 카피가 왼쪽 상단 주변에 위치하고 핵심 정책과제 개념과의 연결선을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출마선언문의 중심 내용과 정교하게 연계되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여당 후보들은 ‘국민’ 야당 후보들은 ‘국가’ 왜?
손학규 : 갈등·분열·차별 극복, ‘사회·남북·정치통합’으로 과제 압축

손학규 상임고문이 내놓은 출마선언문의 의미연결망 그래프를 보면, 박근혜 의원이나 문재인 의원에 비해 구조가 훨씬 간결하다. 전체 논리구조가 간결해질 수 있었던 것은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문제 진단과 대안을 일관되게 연결한 결과로 보인다.

먼저 대한민국 현실과 위기를 ‘갈등’ ‘분열’이라는 키워드로 압축해 정리했다. 즉 ‘민생’ ‘민주화’ ‘복지’라는 사회·경제 영역의 과제와 ‘한반도 평화공동체’라는 안보 영역의 추진 과제가 공히 ‘갈등’ ‘분열’ 개념과 연결된다.

해결 과제 역시 출마선언문에서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사회통합, 남북통합, 정치통합’ 등 ‘공동체 통합’이라는 하나의 가치로 묶어낸 결과로 보인다. 갈등, 분열, 차별을 극복하려면 통합이 필요하다는 단순한 메시지를 반복함으로써 유권자에게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른 후보들이 대부분 강조하는 ‘교육’문제는 다른 국가과제, 이슈와 거의 연계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출마선언문에서 대한민국이 원하는 리더십은 ‘유능한 진보, 격조 높은 진보’라고 강조했지만 유능한 진보 개념을 뒷받침하는 의미 있는 개념을 구체화하지 않은 점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여당 후보들은 ‘국민’ 야당 후보들은 ‘국가’ 왜?
김두관 : 평등 개념을 중심으로 간결하고 일관된 논리 전개, 민주화 개념 연계 안 돼

김두관 전 지사의 출마선언문 역시 손학규 상임고문의 출마선언문처럼 몇 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일관되게 설명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 특징이다. 출마선언문의 의미연결망 그래프를 보면, 김 전 지사는 ‘평등’을 중심으로 간결한 논리구조를 제시한다.

또 다른 특징은 ‘재벌 중심’ ‘성장 위주의 경제’ 대 ‘서민 중심’ ‘평등 사회, 평등 국가’라는 단순한 이분법 구도가 기본 논리구조를 이룬다는 점이다. 다른 후보들이 상대 후보와 구분되는 가치, 정책 개념과 함께 차별성을 최소화하고 중간지대 유권자에게 호소하는 개념을 포함한 것과 달리, 김 전 지사가 내놓은 출마선언문은 양극화 전략에 기반을 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철저하게 ‘차별 극대화 전략’에 기반을 둔다는 점에서 주로 야권 성향 유권자를 타깃으로 출마선언문을 작성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간지대 유권자의 우호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논리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그래프를 보면 사회·경제 체제에 대한 일관된 논리가 너무 강해 ‘민주화’ 같은 핵심 개념이 통합된 논리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 후보들은 ‘국민’ 야당 후보들은 ‘국가’ 왜?
의미연결망이란?

핵심 개념분석으로 이슈와 비전 파악


여당 후보들은 ‘국민’ 야당 후보들은 ‘국가’ 왜?
각 대선후보가 내놓은 출마선언문의 의미 관계를 분석하려고 출마선언문에 포함된 핵심 키워드의 빈도수를 확인해 강조하고자 하는 이슈와 비전을 파악하는 내용분석(contents analysis)을 시도했다. 나아가 출마선언문에 담긴 핵심 개념(노드) 간 관계망을 분석하는 의미연결망 분석(semantic network analysis)을 통해 각 후보가 내놓은 출마선언문에서 강조하고자 한 핵심 개념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그 개념 간 관계분석을 통해 내면에 깔린 인식의 차이를 규명했다.

여야 대선후보 가운데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과 민주당 빅3 후보(김두관, 문재인, 손학규)가 내놓은 출마선언문을 토대로 각 후보의 인식 지도 차이도 확인해봤다.

분석을 위해 먼저 강승식 국민대 컴퓨터학부 교수의 KLT(Korean Language Technology) 한글형태소 분석기를 통해 출마선언문에 사용된 단어를 추출(김두관 847개, 문재인 995개, 박근혜 539개, 손학규 720개)한 뒤 빈도수가 높은 30개 키워드를 골라냈다.

의미연결망 분석을 위해 이들 키워드가 동일 문장 안에 함께 등장하는 경우 1, 그렇지 않은 경우 0으로 코딩해 각 후보의 출마선언문 가운데 상위 30개 키워드 간 인접성 여부를 기준으로 의미연결망 그래프를 구성했다.




주간동아 2012.08.06 849호 (p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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