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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사이코패스 토막 살해범의 엽기행각

루카 로코 매그노타 프랑스 거쳐 독일로 도주했다 체포

  • 백연주 파리 통신원 byj513@naver.com

사이코패스 토막 살해범의 엽기행각

6월 1일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는 캐나다에서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을 촬영해 그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로 29세 청년 루카 로코 매그노타를 공개수배했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하고 공포에 떤 것은 프랑스 국민이었다. 살인범이 에릭 클린턴 뉴먼 혹은 블라디미르 로마노프 등 여러 사람의 이름을 이용해 캐나다를 떠나 프랑스로 도주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6월 4일 독일에서 검거되기까지 프랑스를 공포로 몰아넣은 그는 누구일까.

끔찍한 사건은 5월 29일 발생했다. 절단된 사람의 발을 담은 소포가 캐나다 오타와 보수주의 정당에 배달된 데 이어, 우체국에서도 절단된 손을 우편물 분류 과정에서 발견했다. 손을 담은 소포는 오타와 자유정당이 수신지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몬트리올에서 발신된 두 개의 소포 외에도 한 건물 경비원이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 가방에서 남성의 상체를 발견했다. 캐나다 경찰은 1차 조사를 마친 뒤 “절단된 모든 신체부위는 한 사람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5월 25일 매그노타는 두 곳의 인터넷 사이트에 비디오 영상을 올렸다. 작은 아파트에서 촬영한 이 영상에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장면이 담겼다. 영화 ‘ 아메리칸 사이코’ 전반부에 흐르던 록그룹 뉴 오더의 ‘트루 페이스(True Faith)’를 배경음악으로, 나체 상태로 얼굴만 가린 채 침대에 묶인 한 남성의 모습이 화면에 나온다. 한참 뒤 흉기에 찔린 남성이 시신으로 변하고 매그노타는 시신을 상대로 성행위를 시작한다. 몬트리올 경찰 대변인이 “매그노타가 피해자와 안면이 있는 사이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고, 곧이어 피해자는 30대 중국인 유학생 준 린으로 확인됐다.

# 차마 볼 수 없는 범죄 영상 유포

매그노타는 토론토 출신의 양성애자로 18세부터는 ‘천사’라는 가명을 사용했으며 키 178cm, 몸무게 61kg의 평범한 체구에 검은색 머리와 푸른 눈을 지녔다. 게이바에서 일하며 성매매를 시작한 그는 이후 러시아 출신으로 속이고 포르노 영화배우와 모델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경찰에 따르면 매그노타는 가발을 쓰거나 여성으로 위장해 단속을 빠져나갔으며, 2005년엔 상점을 파손한 혐의로 입건돼 집행유예 9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새끼 고양이를 참혹하게 질식시키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혐의로 경찰 수배를 받았다.



매그노타 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시신에게 성욕을 느끼는 ‘시간증’ 환자이자 심각한 백인 우월주의자였다. 또한 오래전 성적 학대를 받았고, 이 때문에 술과 마약에 빠졌으며 우울증에도 시달렸다. 그는 또한 “난 정말 잘생겼다” “난 나 자신과 결혼해 나에 의해 지배될 것이다” 같은 비상식적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두 명의 청소년과 함께 자신의 어린 여동생을 상대로 강간, 살인을 저질러 체포된 여성 살인마 카를라 호몰카와 그가 관계있다는 설도 제기한다. 토론토에 사는 것으로 알려진 그의 가족은 수사기간 내내 “이미 오래전 연락을 끊은 상태”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검거에 협조하지 않았다.

# 살인자 프랑스서 확인, 온 나라 ‘발칵’

6월 3일 일요일 오후, 매그노타가 하루 전날 프랑스 파리 센생드니 지역의 바뇰레 호텔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프랑스 경찰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 매그노타가 묵었던 객실을 수색한 경찰은 포르노그래피 책과 캐나다에서 프랑스로 입국할 때 이용했던 항공사의 로고가 찍힌 비닐팩을 발견했다.

프랑스 언론 ‘르 파리지앵’은 수요일과 목요일 이틀간 매그노타로 추정되는 인물을 목격했다는 파리 17구에 있는 한 술집 사장의 인터뷰를 실었다. 사장은 “매그노타는 매우 긴장한 모습이었고, 영어로 콜라를 테이크아웃 해달라고 부탁했다. 얼마 후 술집에 도착한 건장한 체구의 남성과 대화를 나눈 뒤 함께 나갔다”고 증언했다. ‘르 파리지앵’에 따르면 파리에 도착한 매그노타는 술집과 이웃한 마켓, 향수 매장에서 두 차례 절도행각을 벌였다.

이후 파리 시민의 목격담이 이어졌다. 뒤늦게 매그노타의 정체를 안 한 여성은 “그날 친구들과 함께 집에서 파티를 즐겼는데 한 젊은 외국 남성이 초인종을 눌렀다. 그는 자기도 파티에 끼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물론 거절했지만 친절했고 전혀 공격적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을 오드센 지역에 거주하는 게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매그노타를 잠시 우리 집에서 재워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건이 프랑스에 알려지기 전이었기 때문에 그가 살인범인 줄은 몰랐다. 목요일 뉴스에서 사진을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 범죄 통해 ‘스타’ 꿈꿨나

몬트리올 사크레쾨르병원 정신과 전문의 질 샹베를랑 박사는 “가장 무서운 점은 매그노타가 치밀한 계획에 따라 살인을 저지르고 미장센까지 고려했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경찰 자문위원 사뮈엘 르파스티에 박사도 “매그노타의 살인행각 자체도 심각한 수준이지만, 범죄 과정을 촬영해 공개했다는 점이 충격적”이라며 “ 평소 캐스팅과 대중의 관심에 목말랐던 청년이 비정상적 사고를 하면서 범죄를 통해 ‘스타’가 되길 꿈꾼 것이 원인”이라고 해석했다.

매그노타가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신체 부위를 절단해 정당에 보낸 이유는 무엇일까. 르파스티에 박사는 “살인범이 자기 범죄에 대한 서명을 만들려고 소포를 보낸 것”이라고 추측했다. 즉 불만을 표시하거나 사회적 문제를 개선하려고 정부에 편지나 이메일을 보내는 일반인의 행위를 극단적으로 표현한 예라는 것이다. 이어 박사는 “그는 자신의 범죄가 세상에 알려지길 원했다. 정당에 소포를 보낸 것도 그 수단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곳에 범죄를 공표함으로써 국가적 스캔들로 포장하려 했다”고 말했다.

국경을 넘나든 잔혹한 살인자의 도주극은 6월 4일 종지부를 찍었다. 독일 베를린의 카를 마르크스 거리에 있는 한 카페 사장이 선글라스를 벗은 채 본인에 대한 기사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던 매그노타를 알아보고 바로 신고했으며, 곧바로 출동한 독일 경찰이 그를 검거했다. 매그노타는 체포 당시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몬트리올 경찰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범인 관련 내용을 다룬 언론과 인터넷에 감사한다. 매그노타는 인터넷을 통해 범죄의 시작을 알렸지만, 결국 인터넷의 활약으로 체포됐다”고 말했다. 매그노타는 조만간 캐나다로 소환돼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 다시는 발견되지 않는 방법

매그노타를 체포한 뒤, 2009년 그가 ‘디지털 저널’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개재한 글이 화제가 됐다. ‘완전히 사라져 다시는 발견되지 않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글은 잠적해 사회와 연결된 끈을 끊을 때 지켜야 할 수칙을 설명해놓았다. 그가 주장하는 수칙 가운데 ‘여러 개의 신원을 사용하라’ ‘재산을 모두 처분하고 현금만 소지하라’ 등은 그가 실제로 범죄에 적용했다. 그러나 ‘비행기로 이동하지 마라’라는 수칙과 정반대로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로 도주했고, 이는 이동경로를 확인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했다. 또한 ‘지인들에게 이미 언급한 장소는 피하라, 자국을 떠나라, 도착 후의 계획을 세워라’라고 설명했지만 실상 파리로 도주해 목적지를 스스로 알린 셈이 됐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마라’라는 수칙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파리에서 독일 베를린으로 가려고 버스를 타 흔적을 남기고 말았다.

지능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범죄를 세상에 알린 매그노타. 그는 무섭도록 치밀한 사이코패스일까, 아니면 단지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었던 소외된 청년일까.



주간동아 2012.06.11 841호 (p44~45)

백연주 파리 통신원 byj5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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