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7

2012.05.14

이동통신재판매 “기회는 왔다”

번호이동 이어 단말기자급제 도입, 다양한 서비스로 소비자 공략

  • 문보경 전자신문 부품산업부 기자 okmun@etnews.co.kr

    입력2012-05-14 1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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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통신재판매 “기회는 왔다”

    온세텔레콤이 5월 2일 MVNO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부 정액요금제는 기존 이동통신사 요금의 절반 수준이다.

    빵요금제? 게임요금제? 빵이나 게임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CJ헬로비전의 통신요금제 얘기다. 5월 6일 CJ헬로비전의 이동통신재판매(MVNO) 서비스인 헬로모바일은 CJ의 제빵 브랜드 뚜레쥬르와 함께 스마트폰 전용 ‘뚜레쥬르33 요금제’를 출시했다. 뚜레쥬르33 요금제는 전국 1300여 개 뚜레쥬르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2년 약정으로 스카이 베가레이서나 삼성 갤럭시M 스마트폰을 무료로 구입해 기본요금 월 3만3000원에 음성통화 150분, 문자메시지 250건, 데이터 100MB를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다.

    이 요금제에 가입하면 20만 원 상당의 뚜레쥬르 모바일 제품교환권도 받을 수 있다. 뚜레쥬르 빵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매력적인 조건이다. CJ헬로비전은 뚜레쥬르 외에도 외식, 영화, 음악, 게임 분야 계열사와 제휴해 다양한 요금제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하반기 서비스를 시작한 MVNO 사업자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섰다. MVNO란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업자에게서 망을 빌려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외에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있다면 MVNO 사업자라고 할 수 있다.

    23개 사업자에 72만 명 가입

    과거 MVNO 서비스는 요금이 비싸고 약정기간이 길어 소비자에게 인기가 없었으나 최근엔 MVNO 사업자들이 각자의 특성에 맞는 요금제를 선보이며 소비자를 끌어들인다. 좀 더 많은 사업자가 각양각색의 서비스와 요금제를 내놓음에 따라 소비자는 더 저렴하고 혜택이 많은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5월 기준 MVNO 사업자는 23개다. SK텔레콤 망을 빌려 쓰는 사업자가 4개, KT 망과 LG유플러스 망 임차 사업자가 각각 10개, 9개이며 가입자는 총 72만여 명 수준이다. 사업자 수에 비해 가입자가 턱없이 적은 편이다.

    지난해 시작한 MVNO 서비스가 아직 활성화하지 않은 데는 번호이동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 그런데 올해 1월 KT와 LG유플러스가 MVNO로 번호이동을 허용한 데 이어 4월 SK텔레콤도 동참함에 따라 번호이동 장벽이 허물어졌다. 정부도 7월에 ‘이동전화서비스 번호이동성 시행 등에 관한 기준’을 개정해 MVNO 사업자들의 번호이동을 법적으로 보장하기로 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SK텔레콤 MVNO 서비스 가입자는 7만3000여 명, KT는 32만2000여 명, LG유플러스는 3만1000여 명으로 40만 명을 간신히 넘겼다. 번호이동을 허용하고 다양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MVNO 서비스 가입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5월부터 시행한 단말기자급제(블랙리스트제도)가 가세하면서 MVNO 서비스 활성화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단말기자급제는 이동통신사와 관계없이 휴대전화를 구매할 수 있는 제도다. 단말기는 마트 등에서 구입하고 유심(USIM : 가입자식별모듈)만 이동통신사에서 발급받아 단말기에 꽂으면 개통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통신사에 등록된 단말기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분실신고 등으로 문제가 된 단말기가 아니면 어떤 단말기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블랙리스트제도라고도 한다. 단말기자급제는 그동안 통신서비스 품질에 차이가 없음에도 좋은 단말기를 구하지 못해 활성화하지 못했던 MVNO 서비스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

    MVNO 사업자들은 요금제 구성을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공략한다. 먼저 무료 음성통화량을 파격적으로 줄인 대신 데이터 제공량을 늘린 요금제가 등장했다. KT 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CJ헬로비전의 ‘헬로세이브 2만원’ ‘헬로세이브 2만5000원’ 요금제가 그것이다.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에 대해서는 쓴 만큼 요금을 받는 대신 기존 통신사 요금제에 비해 무료데이터를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이다.

    SK텔레콤 망을 빌려 쓰는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은 유심 번호이동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후불제 상품을 내놓았다. 요금제로는 월 기본료가 3300원인 ‘슬림’과 기본료 5500원인 ‘반값’, 기본료 1만1000원인 ‘일반’이 있다. 슬림은 음성통화료가 초당 2.4원으로 비싼 대신 기본료가 싸고, 일반은 기본료는 이동통신사와 같지만 음성통화료가 1.3원으로 30% 정도 싸다.

    CJ헬로비전은 MVNO 서비스 첫해인 2012년 가입자 30만 명 돌파를 목표로 한다. 서비스 차별화를 바탕으로 2016년에는 CJ의 방송·통신 컨버전스 플랫폼을 완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용 요금에 따라 CJ원카드 포인트를 최소 1.5배에서 최대 5배까지 적립해주는 ‘헬로모바일 멤버십’과 프리미엄 서비스인 ‘헬로팩’을 도입하고, CGV 전용 상품도 검토 중이다. CGV를 이용하면 매달 영화 티켓과 각종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방송사업자로서 제공해온 170여 개 실시간 TV채널과 VOD 3만여 편도 부가서비스로 제공할 계획이다.

    CJ헬로비전뿐 아니라 대기업 그룹사가 잇따라 MVNO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라 통신서비스와 각종 부가서비스를 연계한 상품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역시 MVNO 사업을 준비하고 휴대전화 유통 사업도 계획 하고 있다.

    GS그룹도 MVNO 서비스를 비롯한 통신 시장 진출을 타진한다. GS그룹 IT서비스회사 GS ITM이 일차적으로 GS칼텍스, GS리테일 등 그룹 관계사에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GS ITM이 기반을 잡으면 추후 대외 고객을 위한 새 비즈니스 모델도 개발할 계획이다. GS그룹이 편의점과 마트, 주유소 등 일반 소비자와 접점을 이루는 유통망을 보유한 덕에 여러 형태의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휴대전화 공동 조달 추진도

    MVNO 서비스에 한계도 있다. 먼저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가 없다. 통신사업자가 3세대(3G) 통신 서비스만 임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신 인기 단말기는 이동통신사를 통해 보급된다. 단말기자급제를 시행하지만 최신 스마트폰을 제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려고 MVNO 사업자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휴대전화 공동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제조사가 1차 협력 대상이다. 하반기에는 중국산 저가폰이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일 전망이다. 공동 조달이 성공하면 MVNO 사업자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단말기 수급문제가 개선돼 MVNO 활성화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이 협의체는 대성홀딩스, 몬티스타텔레콤, 온세텔레콤, 인스프리트, KCT, CJ헬로비전 등으로 구성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가 기존 이동통신사 약정 할인이 아니더라도 값싸게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 자연스레 MVNO 서비스 가입자도 늘어날 것”이라며 “중국산 저가폰 출시로 국내 휴대전화 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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