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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올랑드, 프랑스 변화 신호탄 쏘나

5월 15일 대통령 취임… 좌파 정부 등장에 유럽 외교가 긴장

  • 파리=백연주 통신원 byj513@naver.com

올랑드, 프랑스 변화 신호탄 쏘나

프랑스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가 니콜라 사르코지를 이겨 5월 15일 제5공화국 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그러나 올랑드 앞에는 국내외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대외적으론 독일과의 관계 정립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다.

결선투표가 끝난 5월 7일 올랑드 선거캠프의 피에르 모스코비치는 “올랑드 당선자가 앙겔라 메르켈을 만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올랑드를 취임식 바로 다음 날인 5월 16일 독일로 초대했다. 양국 관계는 프랑스 대통령에겐 중요한 일이다.

우파 대통령 사르코지는 지난 5년간 보수주의를 지향하는 메르켈 총리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실제로 메르켈 총리는 이번 대선에서도 ‘친구’ 사르코지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길 간절히 바랐다. 올랑드 사회당 후보와는 의견 자체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의 유로시스템이 재정위기를 겪는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에 의해 상당한 타격을 받았고 이들 나라가 유럽 경제의 불안요인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올랑드 당선자는 ‘태도 불량 학생’과 ‘ 모범 학생’을 구분하는 것은 유럽국가 간 분쟁을 초래할 뿐이라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어 두 사람의 생각이 엇갈린다.

그러나 올랑드 당선자도 물밑에서 양국 관계 개선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교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선거운동 기간에 사회당 관계자들과 미셸 사팡 의원이 주 프랑스 독일대사를 만나 독일, 프랑스와 관련된 올랑드 후보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또한 독일에 대한 폭넓은 이해는 물론, 독일어도 유창하게 구사한다고 알려진 장 마르크 아이로를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하는 것도 올랑드 당선자의 치밀한 계산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랑드 당선자와 메르켈 총리 사이에 원만한 관계가 형성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 메르켈 獨 총리와 정상회담

“지난 5년간 굳건한 이념과 리더십으로 프랑스를 이끌어온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감사한다. 그와 함께 교류했던 것은 내게도 큰 기쁨이었다. 행운을 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작별 인사다. 이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임무가 사실상 끝났으며 새로운 대통령을 환영한다는 뜻이다. 올랑드 당선자 앞에는 유럽 재정위기 외에도, 국내 실업률 증가 같은 숙제가 놓였다. 좌파 집권에 한껏 부푼 프랑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랑드 당선자는 당장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프랑스의 변화’를 행동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21세기형 좌파 대통령의 약속은 다음과 같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고위 관료의 급여 30% 감봉 : 올랑드 당선자는 정부가 대통령에게 제안하는 숙소를 거절하고 현재 거주 중인 파리 아파트에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고 국방에 국가예산을 집중하려는 의도다. 엘리제궁에서 1만 유로 이상을 접대용 와인값으로 지출했던 사르코지와는 대조적인 행보다.

△교육에 관한 정부 지원금 25% 인상 : 프랑스 교육제도를 재점검하고 6만 명 이상의 교육 관계자를 새로 채용함으로써 전 교육기관의 전문성을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만 터졌다 하면 직원부터 감축하고 보는 시스템과 비교하면 혁신적인 공약이다.

△ 3개월간 석유가 동결 유지 :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기름값 탓에 허리띠를 동여맨 국민을 위해 3개월간 석유값 동결 유지 시스템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국민 처지에서 문제를 생각했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이룬다.

△ 사회적 변화 : 대중교통과 도시 환경 개선으로 국민 편의를 돕고, 서민을 위한 양질의 국민주택 건설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사르코지 집권 당시 질타를 받았던 정년퇴직 연령을 국민이 희망하는 60세로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 청년 문제 : 젊은 유권자에게 사랑받는 올랑드 당선자는 평균 18세가 되면 독립하는 것이 일반화한 프랑스 사회의 리듬에 맞춰 젊은이들이 좀 더 간편한 절차를 통해 자유롭게 거주지를 구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고 했다. 또한 심각한 청년실업과 고학력 무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뿐 아니라 프랑스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이 졸업 후 프랑스에서 일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을 폐지하겠다는 파격적인 의견도 내놓았다.

# 젊음과 혁신의 내각 구성이 관건

올랑드 당선자가 대통령선거에서 공약한 내용들을 실천하려면 신임 내각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는 당선 직후 “지금은 때가 아니니 5월 15일을 기다려달라”고 말했지만 벌써부터 내각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특히 국무총리에 관심이 쏟아진다. 언론은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좌파 의원을 임명할 예정”이라는 올랑드 당선자의 발언을 토대로 사회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올랑드에 이어 2위에 올랐던 여성 정치인 마르틴 오브리와 현 좌파 지도자인 장 마르크 아이로 가운데 한 명이 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프랑스 TF1 방송은 정치인들의 경력과 대통령선거 참여도에 따른 ‘가상 정부’를 예측하기도 했다. 재정부 장관은 올랑드 당선자를 적극 지지했던 피에르 모스코비치와 올랑드의 오랜 동료이자 재정부 출신의 미셸 사팡이 경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내무부 장관은 올랑드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 활동 중인 마뉘엘 발과 혁신적인 주장을 앞세워 화제가 됐던 프랑수아 렙사만, 사회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3위를 했던 아르노 몽테부르 가운데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 법조인 출신 몽테부르는 법무부 장관에 임명될 것이 유력해 남은 두 사람이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큰 변수가 없다면 뱅상 페이용이 교육부 장관, 클로드 바르톨론이 노동부 장관에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환경당 대통령 후보로 1차 투표에서 떨어진 뒤 올랑드를 지지했던 에바 졸리가 새 정부에 참여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올랑드 정부 구성은 좌파 집권체제의 핵심 요소로, 평소 사회당이 강조했던 젊음과 혁신 이미지를 본격적으로 구축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동거녀 퍼스트레이디 등장

올해 89세인 올랑드의 부친 조르주는 칸의 지역 신문 ‘니스 마탱’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을 위해서는 무척이나 기쁜 일이다. 그러나 사르코지가 올랑드에게 독이 든 선물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또한 “‘올랑드를 찍긴 찍었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어 그런 것뿐’이라고 털어놓은 이웃도 많았다”면서 “어제 통화했는데 요즘 기자들이 너무 몰려와 피곤하다고 하더라”며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엘리제궁의 새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관심도 높다. 사회당 동료이자 2007년 대통령선거 최종 후보로 사르코지에 맞섰던 세골렌 루아얄과 30년간의 연인관계를 청산한 올랑드 당선자는 몇 년 전부터 현직 기자 발레리 트리에르베일레와 살고 있다. 프랑스는 미혼 상태인 퍼스트레이디를 맞이하는 것이다. 5월 6일부터 그는 “대통령과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인 신분으로 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가 되는 것이 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지 않는가”라고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답했다.

“정치적 영향? 교황을 만나야 하는 상황이라면 문제될 수도 있겠지만 결혼은 정치적 영향 이전에 우리 두 사람의 사생활이다.”

정치평론가들은 “애매모호한 상황이 종교적, 보수적 성향이 강한 국가로부터 부정적 의견을 초래할 개연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카를라 브루니와 결혼하기 전 사르코지 대통령은 홀로 인도를 방문한 바 있다. 게다가 발레리 트리에르베일레는 현재 근무 중인 ‘파리 마치’와의 계약을 연장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프랑스가 ‘워킹우먼’을 퍼스트레이디로 맞을 마음의 준비가 돼 있는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대통령 당선 직후 “나는 젊음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외친 올랑드. 변화를 바라는 프랑스 국민의 모든 염원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길 기대한다.



주간동아 837호 (p44~45)

파리=백연주 통신원 byj5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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