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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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먹통’, 피해보상엔 ‘분통’

온라인 주식거래 분쟁 해마다 급증에 증권사는 침묵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12-05-14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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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인투자자 A(33)씨는 올 2월 B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주식거래를 하던 중 C종목을 3만3700원에 매도하려고 했다. 하지만 MTS에 갑작스레 전산장애가 일어나 ‘먹통’이 된 탓에 제때 매도 주문을 내지 못한 그는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장애 지속 시간은 29분. 결국 MTS가 정상화된 이후에야 ‘울며 겨자 먹기’로 당초 원했던 가격보다 훨씬 낮은 3만3000원에 매도할 수밖에 없었다. 뜻하지 않은 손실을 입은 A씨는 한국거래소 분쟁조정센터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2 또 다른 개인투자자 D(37)씨는 올 1월 E증권사 MTS를 통해 주식거래를 하던 중 F종목을 3635원에 매도해 수익을 내려 했다. 그러나 매도 주문은 입력되지 않고 오류 메시지만 계속 떴다. 이는 E증권사가 MTS 개선 작업을 하던 중 일어난 접속지연 현상 탓으로, 이 역시 14분 동안 발생한 MTS 전산장애였다.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고 장애 복구 직후에야 당초 생각보다 낮은 가격인 3480원에 매도하게 된 그는 약 29만 원의 손실을 입자 분통을 터뜨렸다. D씨 또한 자신의 손실분에 대해 한국거래소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국내 증권시장의 온라인 주식거래 비중이 커지면서 예기치 못한 전산장애로 투자자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기존 개인용 컴퓨터(PC) 환경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은 물론이고, 스마트폰 확산과 무선인터넷망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MTS가 새로운 주식거래 수단으로 급부상하면서 이런 현상은 한층 두드러진다. MTS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주식거래와 이체 등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좀 더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틈새 투자’를 가능케 함으로써 최근 이용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툭하면 ‘먹통’, 피해보상엔 ‘분통’
    이용자 느는 만큼 불만도 속출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2007년 온라인(스마트폰, 개인휴대단말기·PDA, HTS를 모두 포함)을 통한 주식 매수와 매도 금액을 합한 거래대금은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1119조1896억여 원(전체 거래대금의 41%)이고, 코스닥시장의 경우에는 783조6882억여 원(78%)이다. 온라인 주식거래 대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한때 조금 줄기는 했으나 경기회복과 함께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 지난해엔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1573조6106억여 원(전체 거래대금의 46%), 코스닥시장의 경우 937조8635억여 원(84%)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온라인 주식거래를 위한 전산 시스템의 안정성이 점점 중요해졌지만 MTS와 HTS의 전산장애 발생으로 투자자들이 매수 및 매도를 원하는 가격에 신속히 하지 못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빈발한다.

    한 예로, 온라인 주식거래 전문회사로 이용 계좌 160만 개를 보유해 모바일 증권시장 1위를 달리는 키움증권의 경우, 2월 7일 9시부터 약 20분간 자사 HTS인 ‘영웅문’에 접속장애가 발생하고 MTS인 ‘영웅문S’의 로그인 단계에도 문제가 생겨 매매가 활발한 시간대임에도 투자자들이 주문을 낼 수 없었다. 키움증권은 이에 앞서 1월 25일에도 증시 개장 직후인 오전 9시 15분부터 9시 44분까지 약 30분 동안 HTS에 전산장애가 발생해 투자자들이 서버 접속과 공인인증서 로그인 지연으로 매매를 하지 못했다. 특히 설 연휴가 끝나고 닷새 만에 증시가 열린 이날 전산장애가 발생해 키움증권은 연휴기간부터 거래를 계획해온 투자자들로부터 공분을 샀다.

    그럼에도 키움증권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키움증권 기획팀 관계자는 두 차례 전산장애가 있던 때로부터 석 달이나 지난 5월 8일, 전산장애 원인과 투자자 피해 규모를 묻는 ‘주간동아’의 물음에 “영업기밀상 전산장애의 정확한 기술적 원인이 무엇이고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언론에 알려줄 수 없다. 다만 메인 서버에 과도한 부하가 걸려 백업 서버로 데이터가 넘어가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된 것만은 사실이다. 전산장애로 인한 투자자 피해에 대해선 키움증권 자체 보상 기준에 의거해 보상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지난해 키움증권의 전산장애는 160건으로 증권업계 1위다. 또한 2009년 9월에도 ‘계좌 조회 및 주문 불가’ 전산장애를 일으켜 4408건의 민원이 무더기로 제기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이 4월 19일 발표한 ‘2011년도 금융회사 민원 발생 평가 결과’ 자료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온라인 주식거래 비중이 큰 다른 증권사인 이트레이드증권, 유진투자증권과 함께 민원이 가장 많은 5등급(최하위 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 평가는 국내 20위권 증권사들에 대한 민원 건수, 증권사들의 민원 해결 노력, 영업 규모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툭하면 ‘먹통’, 피해보상엔 ‘분통’
    피해보상 요건 까다로워

    물론 전산장애는 키움증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에 회원사로 등록한 전국 68개 증권사의 지난해 분쟁 건수 1940건 가운데 전산장애 관련 분쟁은 전체의 23.6%인 459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2010년 394건보다 증가한 수치다. 올해 들어서도 1월부터 3월까지 접수된 전체 분쟁 건수 465건 가운데 21.7%인 101건이 전산장애 관련 분쟁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처럼 전산장애가 잦아도 투자자들이 피해보상을 받기가 막막하다는 데 있다. 회사원 신모(42) 씨는 “MTS를 통해 주식을 사고파는데 툭하면 접속오류가 나서 매매 타이밍을 놓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럴 땐 ARS로 주문을 넣으려 해도 투자자들의 전화 폭주로 연결이 되지 않아 분통이 터진다”면서 “피해보상을 받고 싶어도 워낙 요건이 까다로워 포기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신씨의 말처럼 증권사 전산장애와 그로 인한 피해 사실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건 온전히 투자자의 몫이다. 즉 어느 종목을 어떤 가격에 매수 또는 매도할 것인지에 대한 매매 의사가 분명했다는 점, 만일 정상적으로 주문했다면 체결이 가능했을 가격임에도 전산장애때문에 체결되지 않았다는 점, 실제 손해가 발생했을 것 등에 대한 명확한 근거자료를 투자자가 직접 제시해야 한다(표 참조).

    황우경 한국거래소 분쟁조정팀장은 “증권사의 과실이 입증되면 증권사 자체 보상 기준에 따라 보상받을 수 있으므로 한국거래소 분쟁조정센터(상담 전화 1577-2172)나 금융감독원, 한국소비자원, 금융투자협회 등에 민원을 제기해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피해보상은 증권사에서 전산장애가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손실금액이 확정적일 때만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증시의 하루 온라인 주식거래 규모는 평균 6조 원가량. 날로 급팽창하는 이 시장을 놓고 증권업계에선 일정 기간 거래 수수료 면제 또는 인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같은 단말기 지원 등 각종 이벤트를 벌이며 신규 고객 선점을 위한 과열경쟁이 한창이다. 전산장애라는 ‘사고’를 치면서도 ‘뒷수습’은 정작 피해 당사자에게 떠넘기는 증권사들의 ‘두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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