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6

2011.10.04

신용카드 포인트…복권…나눔 실천 참 쉽죠~

기부하지 않고 기부하는 법 … 내겐 작은 것, 이웃엔 큰 힘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11-10-04 09: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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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카드 포인트…복권…나눔 실천 참 쉽죠~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해피빈 메인 페이지.

    ‘이름 없는 현금봉투를 자선냄비에 넣고 사라지는 백발의 노신사.’ 오늘도 신문에 실리는 미담 기사를 보면서 평범한 직장인은 이렇게 생각하기 십상이다. ‘음, 형편이 넉넉한 사람인가 보군.’ 나눔의 기쁨과 필요성은 잘 알지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생활인이 이를 결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월급통장에서 매월 일정 금액을 자동이체하거나, 신문이나 TV에서 진행하는 모금행사에 참여하는 것 역시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아이 교육비를 생각하면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다른 방식의 ‘나눔’도 있다. 나 혼자에게는 아주 작아 별 의미 없는, 실은 그런 게 있는지 신경조차 쓰지 않고 사는 미미한 포인트도 수십만, 수백만 사람이 힘을 모으면 이웃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기부하지 않고 기부하는 법, 이제부터 하나씩 들여다보자.

    ‘해피빈’을 아는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e메일을 쓰거나 카페에 글을 올리거나 ‘지식in’에 답변을 달면 무작위로 제공하는 ‘콩’이다. 이 사이트를 통해 피자를 주문하거나 영화를 예매하거나 음식점을 예약해도 받을 수 있다. 물론 신용카드 또는 현금으로도 구입 가능하다. 이렇게 쌓인 콩을 네이버 나눔함에 등록한 단체나 활동가에게 기부할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9월 28일에는 가수 이효리가 제안한 유기견 보호시설 지원 활동이 나눔함의 메인 페이지에 올라왔다.

    심리적 장벽을 없애는 소액 기부

    그깟 것 모아봐야 얼마나 되겠느냐고? 놀라지 마시라. 2005년 7월 시작한 해피빈 프로그램을 통해 그간 기부에 참가한 네티즌이 723만여 명, 금액으로는 9월 26일 현재까지 270억 원이 넘는다는 게 네이버 측의 설명이다. 매년 기부금액이 급속도로 늘어, 2006년 20억 원 남짓이었던 게 지난해에는 70억 원을 돌파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쓰려야 쓸 데도 마땅치 않은 아주 작은 포인트지만, 간단한 클릭만으로 모이고 쌓여 수백억 원이 된 셈이다. “소액 기부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기부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줄인다”는 것이 네이버 측이 설명하는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대박을 꿈꾸면서 산 복권 한 장도 실은 그냥 복권 한 장이 아니다. 매번 꽝이 난다 해도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로또 구입에 1000원을 썼다면 그 가운데 420원은 복권기금을 통해 공익사업과 가난한 이웃을 돕는 일에 쓰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첨자(50%)나 판매자(5.5%), 운영관리자(2.5%)에게 돌아가는 돈도 만만치 않지만, 적잖은 금액을 나눔을 위해 사용하는 셈이다. 당첨된 5000원을 깜빡 잊고 못 찾았다거나 당첨된 줄도 모르고 지나쳤다 해도 아쉬워할 필요 없다. 이 또한 판매자나 운영자에게 돌아가는 게 아니라 복권기금으로 통합된다.

    이렇게 해서 2010년 한 해에 모은 돈이 3조335억 원, 올해에는 그보다 조금 늘어 3조3415억 원 규모에 달하리라는 게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사무처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찾아가지 않은 당첨금이 400억 원이 넘었다. 이 가운데 올해는 과학기술진흥기금과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보훈복지의료공단, 문화재청 등 법으로 정해진 각종 단체의 사업을 지원하는 데 3612억 원을 쓰고, 저소득층을 위한 공익사업에 8364억 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각 지자체나 기관은 올해 이 돈을 받아 생활안정자금 융자나 소상공인 정책자금 지원에 사용할 계획이다. 지자체별로 보면 서울시는 주로 장애인의료재활시설 건립, 부산시와 대구시는 출산장려사업에 중점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대전시는 시립노인전문병원 증축, 강원도는 장애인 재활시설 확충에 복권기금으로부터 배분받은 30억 원 내외의 돈을 각각 투입할 예정이다.

    이렇듯 법으로 정해진 몫 말고 복권위원회가 정한 기준에 따라 지원하는 공익사업의 경우, 특히 올해는 경기가 침체되고 일자리가 줄어 생활이 어려워진 저소득계층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한부모가정이나 다문화가정, 노인이나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 금액을 전체적으로 늘려가겠다는 것. 먼저 소득이 적고 신용도가 낮은 이들이 서민금융기관의 대출을 받는 데 필요한 보증을 서주는 일에 1200억 원을 쓰고, 도심지에 사는 최저소득계층이 더 나은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일에 4814억 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도심지 최저소득계층의 주거생활 개선’이라고만 하면 무슨 뜻인지 감이 잘 오지 않지만, 쉽게 말하면 쪽방촌에 사는 서민의 집을 더 나은 조건으로 옮겨주는 사업이다. 화장실도 취사시설도 없는 3.3㎡ 남짓 쪽방에 20만 원이 넘는 월세를 주고 살던 80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에게 30㎡ 규모의 임대아파트를 제공해주는 식이다. 물론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8만 원이라는 저렴한 임대료만 받는다. 이들 가운데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일자리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이외에도 사회통합을 위해 다문화가정을 방문해 교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들을 위해 지원센터를 운영하는 일, 한부모가정의 자녀양육비와 교육비를 지원하는 데도 각각 500억~600억 원을 투입한다. 이렇게 복권기금을 투입하는 공익사업이 모두 13개 기관 22개 사업에 달하는데, 전년도 활동을 통해 ‘우수’ 등급을 부여받은 사업이나 기관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미흡’ 등급을 받은 사업의 경우에는 지원 금액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착한 가게서 구매 … 구형 휴대전화도 기부 수단

    신용카드 포인트…복권…나눔 실천 참 쉽죠~

    6월 8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성동구청에서 열린 ‘폐휴대전화 기부의 날’ 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모아온 폐휴대전화를 기부하고 있다. 성동구청은 수거한 폐휴대전화의 매각 수익금으로 청소년에게 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다른 사례도 있다. 요즘은 누구나 신용카드를 사용하지만 정작 카드회사에서 적립해주는 포인트를 흡족하게 사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저러한 혜택과 할인에 혹하기도 하고, 아는 사람의 부탁에 어쩔 수 없이 만들기도 해 지갑에는 어느덧 서너 장의 카드가 꼽혀 있게 마련. 카드가 한두 장이라면 어떻게든 포인트를 써먹을 수도 있겠지만, 뿔뿔이 흩어져 있다 보니 쉽지 않은 노릇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각 카드회사와 함께 다양한 포인트 기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현재 행사 진행 중인 카드만 해도 KB카드, S-oil보너스카드, BC카드, 신한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 SC제일은행카드 등 다양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홈페이지를 방문해 메뉴에서 ‘기부안내-개인나눔-포인트나눔’을 찾으면 한눈에 볼 수 있고, 각 카드사 사이트(사이버지점)를 통해서도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금액으로 따지면 몇천 원에 불과한 적립포인트를 쓰겠다며 카드회사 사이트를 헤매다 ‘웬 시간낭비야?’라고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쿨’하게 ‘포인트 기부’를 클릭하면 된다.

    이왕이면 ‘착한가게’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도 또 다른 기부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2300여 개의 중소 자영업자가 등록해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1에 1원을 적립하는 한 주유소, 수수료의 1%를 기부하는 공인중개사, 치킨 10마리를 구매한 고객의 이름으로 5000원을 기부하는 치킨가게까지 업종과 금액을 가리지 않는다. 참여하는 가게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제공한 현판이 붙어 있으니 알아보기 쉽고, 우리 동네에 어떤 가게가 있는지 알아보려면 모금회 홈페이지의 ‘착한가게 보기’ 페이지에서 동명을 넣고 검색하면 된다.

    PCS에서 일반 피처폰으로, 다시 스마트폰으로 철 따라 바꾸다 보니 서랍에는 어느새 뒹구는 예전 휴대전화가 서너 개. 그냥 버리자니 아깝고 환경에도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아 망설였다면? 처치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이 물건도 기부 수단이 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환경부가 진행하는 ‘폐휴대전화 100만대 수거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지자체 청사나 지하철 정류장, 축구경기장에 마련된 수거함에 넣기만 하면 끝이다. 이렇게 모인 옛날 휴대전화를 재처리해서 나온 수익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어려운 이웃돕기에 사용한다. 올해도 벌써 각 지자체가 이를 통해 수억 원의 돈을 모아 모금회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웃과 무언가를 나누기로 선뜻 결심하기가 쉽지 않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조금만 신경 쓰면 내게 별 의미 없는 작은 것이 이웃에게는 의미 있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굳이 ‘피 같은 월급봉투’를 쪼개지 않아도 길은 열려 있다. 잠들어 있으면 아무런 쓸모도 없지만 함께 하면 큰 힘이 되는 다양한 기부 방법을 하나하나 실천해보면 어떨까. 자선냄비에 익명의 봉투를 넣고 가는 백발의 노신사가 마냥 딴 나라 사람 얘기처럼 들리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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