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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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라 세져라! 해양문화

코리아 ‘마리나 강국’의 꿈

  • 홍장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책임연구원

    입력2009-07-15 1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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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의 3면이 바다’ ‘1만2682km의 해안선’ ‘3167개의 도서’ ‘세계 5대 갯벌’ ‘청정해역과 해양생물의 보고’….

    우리나라 해양자원의 우수성과 다양성을 소개할 때마다 이용되는 통계와 수치들이다. 이런 화려한 표현과 달리, 우리의 해양공간은 1960년대 이후 산업화를 거치면서 임해산업단지, 항만물류기지, 수산업 활동기지 등 산업 활동의 공간으로 이용돼왔을 뿐이다. 해양레저와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주5일 근무제 도입 이후 늘어난 여가시간, 연안지역에 대한 접근성 개선은 해양관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연간 해수욕장 이용객 1억800만명, 도서지역 방문객 8900만명 등 해양관광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더불어 해양관광 활동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해양관광 활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와 연안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는 해양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그 결과 앞으로 추진할 두 가지 정책적 사업을 찾아냈다. ‘해양레저산업 육성’과 ‘마리나 시설 조성’이 그것이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는 이와 관련한 다양한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결론에는 두 가지 전제가 깔려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진입, 그리고 ‘마이 요트시대(My Yacht)’가 도래한다는 믿음과 그 경제적 파급효과가 엄청나리라는 점이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현재 우리의 해양레저산업은 첫 걸음마를 떼는 ‘발아기’이며, 지금까지는 공급이 성장을 이끄는 양상이라고 봐야 옳다. 자칫 실질 수요가 공급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중복투자, 난개발로 이어질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해양레저산업의 환경변화와 국내 해양레저 활동 여건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이 해양레저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추진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는 ‘마이 요트’ 시대



    그렇다면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들의 사정은 어떨까. 해양관광이 발달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친수공간 조성사업을 통해 해양관광을 활성화하고 있다. 해수욕장, 마리나, 크루즈 터미널이 관광의 중심 기능을 한다. 레저보트와 윈드서핑, 스킨스쿠버 등의 해양레포츠 활동이 해양관광의 주를 이루며 크루즈 관광의 참여 비중도 높은 편이다. 해양관광을 포함한 세계 해양산업의 시장전망 자료를 분석해보면 우리의 해양산업이 나아갈 방향이 나온다.

    자료에 따르면, 세계 해양산업에서 해운산업(36%)과 해양관광산업(17%)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향후 성장 가능성은 해양관광산업과 더불어 요트·보트산업(2005~2010년 연평균 7.7% 성장)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 시장규모(2005년과 대비)는 무려 43%의 증가가 예상된다. 크루즈 산업의 성장 예상치는 28%.

    요트와 보트를 중심으로 한 해양레저산업의 성장 추이를 좀더 자세히 분석하면, 세계 해양레저산업 중 요트와 모터보트의 보급 규모는 2006년 기준 약 2309만7000척으로, 시장규모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보급 규모 면에서는 미국이 전체 시장의 79% 정도를 차지한다. 미국의 연간 레저보트 거래 규모는 375억 달러, 신규 레저보트 판매량은 84만 척에 이른다(2007년 기준). 미국 레저보트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대단하다. 매년 5910만명이 레저보트 활동에 참여해 211억 달러를 지출한다. 이로 인해 연간 33만7758개의 직간접적인 일자리가 창출된다.

    커져라 세져라! 해양문화
    현재 레저보트 공급시장은 미국과 더불어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소재 제조업체들이 주도하는데, 주요 레저보트 제조업체로는 1960년부터 레저보트사업을 시작해 현재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14%)을 자랑하는 미국 브런즈윅(Brunswick), 이탈리아 페레티(Ferretti·7%), 프랑스 베네토(Beneteau·6%) 등이 있다.

    정부와 각 지자체가 레저보트산업 육성과 마리나 시설 조성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실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단지 레저보트산업이 미개척 시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보통 마리나라고 하면 요트와 보트가 정박하는 시설쯤으로 알고 있지만, 해양레저산업이 활성화한 선진국에 가보면 마리나 시설이 전체 해양레저 활동의 기반시설 기능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리나 시설은 해양관광지의 중심에 자리하며 배후에는 연안 친수공간, 호텔, 레스토랑, 상가시설 등이 조성된다. 레저보트 활동은 단순히 모터보트나 요트를 운항하는 것 외에 바다낚시, 스킨스쿠버, 도서관광, 경관 감상 등의 관광활동을 수반한다. 산업적 측면에서 봐도 레저보트 및 마리나 시설의 조성은 전후방 연관 효과가 매우 크다.

    또한 레저보트산업의 육성은 중소 조선산업의 기술 발전 외에도 관련 기자재산업, 해양레저장비산업, 서비스산업, 금융 및 보험 산업 등으로의 파급효과가 크다.

    6월9일 국토해양부가 ‘마리나 항만의 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마리나법)을 제정, 공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마리나법이 만들어짐에 따라 우리나라는 해양레저 활동의 기반이 되는 마리나 시설과 배후산업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지식경제부도 2020년 세계 해양레저장비산업 점유율 20% 달성을 목표로 ‘해양레저장비산업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수산식품부 등에서도 해양레저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는 중이다. 대부분의 연안 자치단체에서도 마리나 개발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면서 해양레저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이런 움직임에도, 해양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국내 해양레저산업의 여건은 ‘다소 미흡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내 레저보트 관련 장비 시장만 봐도 전문 기술인력과 기자재 업체가 부족한 나머지, 미국과 유럽에서 수입하거나 일본의 중고 레저보트를 들여와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양레저 활동 측면에서도 요트와 보트를 이용한 해양레저보트 활동은 초보 수준으로 우리의 해양관광 활동은 아직까지 해수욕과 수산물 시식, 해변경관 감상 등에 편중돼 있다. 해양레저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마리나 시설, 부대 서비스시설, 레저보트 교육시설 등의 기반시설도 부족하다. 또한 레저보트의 구매, 등록, 검사와 관련된 법·제도적 지원체제도 미비한 형편이다.

    지역 여건과 특수성 고려해 중복 개발 피해야

    긍정적 측면도 있다. 최근 해양레저 활동을 위한 수상조정면허 취득자가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수상레저 사업장과 수상레저 기구도 증가하고 있는 것. 수상레저 활동 실태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면, 모터보트 조정과 바다낚시 등에 대한 활동 비중이 높아 레저보트 활동 인구 증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2008년까지 등록된 개인소유 수상레저 기구(모터보트, 요트, 수상오토바이)는 약 7500척으로 그중 모터보트는 4600척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우리나라의 레저보트 규모는 미국의 인구 17명당 1척으로, 호주의 31명당 1척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커져라 세져라! 해양문화
    하지만 여건이 완비되지 못했다고 해서 우리가 해양레저 강국이 될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해양레저 강국이 되려면 먼저 해양레저 문화의 대중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국내 소비시장이 활성화한다.

    ‘국민소득 3만 달러=마이 요트시대’ 등식은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는 것에 더해 국민의 해양의식, 해양에 대한 친수성, 해양레저 문화 등이 함께 성숙해야 성립한다.

    해양레저 문화에 대한 인식과 해양레저 활동에 대한 접근 기회가 다양화하지 못한 현실에서 공급 중심의 개발구상만 할 게 아니라, 국민이 해양레저 활동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시장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우선이다. 해양레저 문화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해양레저 교육과 더불어 홍보를 통해 국민적 관심을 높여야 한다. 더불어 레저보트와 요트클럽의 육성, 국제보트쇼와 요트대회의 활성화, 레저보트 임대사업과 관련 서비스 산업의 육성, 요트와 보트의 등록·면허·검사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

    마리나 중심 해양레저 클러스터 필요

    마리나 시설 조성도 지역의 관광활동 여건, 해양공간의 이용 가능성, 배후시장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연안 지자체들이 마리나 개발구상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마리나의 기능이나 세부 유형에 대한 검토는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계획된 대부분의 마리나 시설은 중대형으로, 형태와 기능이 유사한 마리나가 여러 개 조성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의 중장기적 마리나 개발전략을 수립해 지자체의 과열 경쟁을 방지해야 한다. 동·서·남해안의 해양관광 중심지역에 거점 마리나를 조성하고, 주변 지역은 이를 중심으로 관광활동의 기능 및 배후시장 여건에 따라 도심 기지형, 리조트형, 도서형, 간이 정박형 등의 마리나를 개발해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마리나 개발사업은 방파제 등 외곽시설에 대한 초기 투자비용이 매우 높다. 따라서 마리나 개발의 초기단계에서는 기존 항만시설을 재개발하거나 어업활동과 상충하지 않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 다기능 관광어항 개발(어항+마리나), 연안 배후공간을 활용한 육상 보관시설의 조성 등 해양 환경오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개발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커져라 세져라! 해양문화
    다음으로는 이런 여건에 부합하는 목표시장을 설정해야 한다. 레저보트산업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 성장잠재력이 높을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의 ‘2020년 세계 해양레저장비 시장 점유율 20% 달성’이라는 비전을 현실화하려면 먼저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는 중대형 선박 공급시장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브랜드 인지도를 갖고 있지만, 이를 레저보트 시장과 연계하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레저보트산업은 중대형 조선산업과 달리 수요 계층이 다양하며 수요자가 원하는 레저보트의 유형도 각기 다르다. 따라서 미국이나 유럽의 레저보트 업체에서는 여러 브랜드를 만들어 수요계층에 따라 레저보트를 공급하거나, 별도의 전략상품만 제작하기도 한다.

    따라서 해양레저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에는 목표시장이 명확해야 한다. 즉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슈퍼요트, 낚시활동을 위한 소규모 파워보트, 경기용 요트 등에서 우리의 목표시장을 설정하고 이를 국가 브랜드로 육성해야만 레저보트 공급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

    해양레저산업을 육성하려면 기반시설인 마리나 시설과 더불어 레저보트 제조산업, 지원 서비스산업, 전문인력 등이 함께 육성돼야 한다. 해양레저산업이 발달한 미국 유럽 호주에서는 마리나 시설을 해양관광지에 개발해 지속적인 수요를 창출함과 동시에 요트, 보트 등의 제조단지를 배후지에 조성하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시설도 함께 마련해 마리나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해양환경 및 수산업 여건이 유사한 일본은 해양레저산업의 기술력 제고와 전문화를 위해 야마하 등의 제조업체가 마리나 시설의 투자, 개발, 운영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은 레저보트의 보관, 수리, 판매, 교육을 통해서도 수익을 올리면서 새로운 기술과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마리나를 중심으로 한 해양레저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 관련 산업을 복합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또한 해양레저산업 발전에 필요한 전문인력 육성은 물론, 마리나 개발에 따른 관리·운영 인력을 확보하는 방안 또한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해양레저산업은 엄청난 성장 가능성을 지녔지만 해양레저 강국으로 발돋움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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