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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시골의사’의 책장

당혹스런 현대미술, 그 친절한 입문서

반이정의 ‘새빨간 미술의 고백’

당혹스런 현대미술, 그 친절한 입문서

당혹스런 현대미술, 그 친절한 입문서
‘미(美)’ 혹은 미적 대상을 ‘아름답게’ 재현하는 고전미술과 달리, 현대미술(Contemporary Art)은 여러 면에서 감상자를 당혹스럽게 한다.

그중 으뜸은 ‘난해성’이고, 특히 말썽인 것은 ‘재현 대상에 대한 비지시성’이다. 고전미술의 처지에서 보면 미술은 무엇인가를 재현하는 것이므로, 작가는 ‘이 작품은 무엇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게 도리일 터.

작가의 이런 설명을 보통 ‘재현 대상에 대한 지시성’이라 하는데, 현대미술은 종종 이 ‘도리’를 무시한다. 일례로 액션 페인팅으로 유명한 잭슨 폴록의 작품에도 ‘Eyes in the Heat’ ‘Shimmering Substance’ 등의 제목이 달린 작품과 ‘No 1’ ‘No 8’처럼 번호만 붙은 작품이 섞여 있다.

작가가 제목을 다는 작업은 일종의 ‘지시’다. 즉 감상자는 그림을 보면서 이 지시에 따라 작가의 의도를 충실히 더듬어간다. 이것은 작가와 관람자 사이에서 이른바 영감을 일치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작업에 속한다.

이 경우 작가의 의도를 벗어나 감상자가 작품을 마음대로 해석하는 것은 일종의 난센스다. 작가가 ‘불(Heat)’을 표현한 작품을 두고 감상자가 굳이 ‘물(Cold)’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익숙한 관계를 떠나서 잭슨 폴록의 ‘No 1’ ‘No 8’처럼 작가가 ‘지시성’을 거부하거나 폐기할 경우 감상자는 당혹감에 부닥치게 된다. 그림의 대상이 ‘현존’하는 구상일 경우 굳이 작가가 제목을 안내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대상이 그대로 재현되지 않는 비구상일 경우 감상자는 곤혹스러운 신세가 된다. 물론 미술의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그 사실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대상을 드러내어 나타낸 표현물인 ‘작품 그 자체’도 사실은 하나의 ‘새로운 대상’에 그치기 때문이다. 즉 작품은 최종 목적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작가가 대상물을 인식하고 작품으로 표현하면, 감상자는 그것을 재인식하고 새로운 결과물로 표현(감흥)할 수 있다.

따라서 작가의 ‘지시성’은 어찌 보면 미술에서 불필요한 걸림돌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무제’라는 제목을 단 작품은 문자 그대로 제목이 없으니 감상자가 어떻게 해석하든 상관없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다빈치나 고흐에 익숙한 감상자는 이에 당혹한다. 길을 잃어버린 나그네가 되는 것이다.

현대미술의 두 번째 난점은 재현 대상 그 ‘자체의 모호성’에도 있다. 구상이든 비구상이든 화가가 현실의 공간에서 존재하지 않는, 혹은 발견할 수 없는 대상을 재현했을 때 감상자는 곤혹스럽다. 예를 들어 어떤 작가가 ‘허무’라는 주제의 회화를 그리며 캔버스를 텅 비워놓았다면 감상자가 느끼는 혼란은 극에 이를 것이다. 뿐만 아니다.

현대미술에는 ‘제목과 대상 간의 모호성’도 존재한다. 차라리 ‘무제’의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분명히 제목은 ‘평화’인데 캔버스에는 붉은 핏빛이 그득하다든지, 제목은 ‘여인’인데 남성의 성기가 그려져 있다든지 하는 경우 일치하지 않는 대상을 같은 것이라고 우기는 작가 앞에서 감상자는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다.

현대미술의 난해성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이정의 ‘새빨간 미술의 고백’(월간미술 펴냄)은 이런 현대미술의 난해성, 모호성에 대해 친절한 입문서 노릇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현대미술의 대표작들을 소개하면서 각각의 작품에 대한 의의를 설명한다.

현대미술에서 ‘설명’이라는 기능이 필요한지 또는 타당한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이 책은 현대미술에 대해 빠른 이해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작품 선정의 모호성이나 작품에 대한 설명이 지나치게 간소한 점은 단점이다. 이왕 설명하려고 들었다면 좀더 했어야 하고, 아니면 말아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당혹스런 현대미술, 그 친절한 입문서

박경철
의사

우리가 흔히 한 권의 책을 사서 ‘독서’를 할 때, 그것도 생소한 주제에 대한 이해를 위해 책을 읽을 때의 요구는 최소한의 ‘함량’이다. 한데 이 책은 질적 함량은 우수하지만 양적인 부분에서 미진한 느낌이다.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에다 책을 출간하기 위해 보강재를 덧댄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이 책이 몇 안 되는 현대미술의 입문서로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 혹 현대미술의 입문자가 이 책을 읽은 뒤 무엇인가 미흡한 느낌이 든다면 ‘너무 매혹적인 현대미술’(바다출판사, 신현림 저)을 같이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아니,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꼭 그렇게 할 것을 권장한다. 그리고 다음 코스로 지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선정 올해의 작가 서용선 전’을 한번 관람하면 그것이야말로 ‘삼합’이자 ‘홍탁’일 것이다.
http://blog.naver.com/donodonsu



주간동아 2009.07.21 695호 (p8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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