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5

2009.07.21

청소년 눈으로 어른들 가식 비판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sleepingypsy@naver.com

    입력2009-07-15 16: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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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눈으로 어른들 가식 비판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독일 표현주의 작가인 프랑크 베데킨트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이 희곡은 1981년 완성됐으나 파격적인 내용 때문에 1906년에 몇 장면을 삭제한 채 베를린에서 초연됐다. 1917년 뉴욕 공연 때도 ‘포르노그래피’ 논란으로 막을 내릴 뻔했다.

    오늘날 관객들에게 임신, 낙태, 자살, 동성애, 아동학대의 내용과 노출 수위 정도로는 충격을 주지 않는다. 대신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형식적인 도발로 감탄을 자아낸다. 이 작품은 참신함과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2007년 토니상을 휩쓴 바 있다.

    음악의 활용 방식은 감정이입을 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관극하게 하는 브레히트의 서사극 요소를 드러낸다. 각 뮤지컬 넘버는 줄거리의 진행에 동참하기보다 상황을 암시하거나 해설하며 독립적인 완결성을 지닌다. 또한 밴드는 무대에 공개돼 있고, 노래를 시작할 때면 갑자기 배우들이 옷섶에서 마이크를 꺼내드는 등 ‘생소화(化)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관념적인 가사는 상황을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극의 속도감을 떨어뜨리는 면이 있다.

    몸을 문지르거나 펄쩍펄쩍 뛰는 동작 중심의 안무는 얼터너티브 록의 음악과 함께 청소년의 격하고 불안정한 심리를 묘사한다.

    이 작품은 청소년의 눈을 통해 기성세대의 위선과 허위를 비판한다. 배경은 19세기 말 성(性)적으로 억압된 독일 부르주아 사회다. 15세가 채 안 된 아이들의 순진한 행동과 자연스러운 충동은 어른들의 가식과 배치되기에 ‘죄’로 여겨진다.



    성적으로 무지한 벤들라는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한지도 모르는 채 임신한다. 멜키오는 교회, 학교의 권위적인 가치관에 의구심을 품는 자유로운 사고 때문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소년원에 보내진다. 2차 성징에 따른 심신의 변화에 괴로워하던 모리츠는 아버지와 교사의 억압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비사실적인 환상성을 보여주는데, 원작 희곡이 지닌 표현주의적인 기괴함은 부드럽게 순화됐다. 원작에서는 머리 없는 귀신으로 나타난 모리츠가 멜키오에게 자살을 권유하나, 뮤지컬에서는 모리츠와 벤들라가 멜키오에게 힘을 주기 위해 등장한다.

    어른들 역할은 모두 멀티맨 남녀 배우(이미라, 송영창)가 연기한다. 이들의 기계적인 연기는 기성세대의 기만성과 비인간성을 상징하며, 표현주의적인 기법을 떠올리게 한다. 신체훈련이 잘된 배우들은 넘치는 에너지로 극을 시작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진다. 김무열(멜키오), 김유영(벤들라), 조정석(모리츠)은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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