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5

2009.07.21

얼큰한 짬뽕의 뿌리를 찾아서

  • 입력2009-07-15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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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큰한 짬뽕의 뿌리를 찾아서
    한국인이 즐기는 중국 국수 삼총사는 자장, 우동, 짬뽕이다. 그중 우동은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늘 자장에 맞춰 가격이 책정되는 중국집 최저가 메뉴로서의 한계 탓에 저급한 재료를 쓰고 짬뽕의 얼큰한 맛에 수요층을 빼앗겼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집의 우동은 일본 것을 흉내낸 퓨전 음식이고, 자장은 중국의 작장면(炸醬麵)을 우리 입맛에 맞게 다듬은 절충형인데 짬뽕은 일본이 원산지다.

    개화기 일본 나가사키의 사해루(四海樓)라는 중국집에서 가난한 청나라 출신 유학생들을 위해 구하기 쉽고 값싼 채소와 해산물을 넣고 푸짐하게 낸 국수가 그 시작이다.

    짬뽕(ちゃんぽん)이라는 이름도 일본어로, 한반도로 유입되며 매운맛을 더해 한국식 짬뽕으로 변화했는데 일본의 것과 비슷한 맛을 보여주던 짬뽕이 지금처럼 전혀 다른 음식으로 변한 것은 1989년에 발생한 ‘삼양라면 공업용 우지 사건’ 때문이다.

    라면을 튀길 때 사용하는 기름이 공업용으로 수입된 소의 지방덩어리라는 투서로 야기된 이 사건으로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겪었고 이후 모든 라면은 식물성 유지로 튀기게 됐다.



    그때까지 돼지지방을 정제한 라드를 사용하던 중국집도 덩달아 식물성 식용유를 쓰기 시작했고 짬뽕에 들어가던 돼지고기도 빼는 등 재료 변화가 생기면서 짬뽕 특유의 짙고 구수한 국물 맛이 얕고 가벼운 것으로 바뀐 것이다.

    이 사건은 중국음식 전반에 영향을 줘서 자장과 볶음밥 등 볶는 음식이 예전만 못하게 된 원인이 됐다. 요즘은 많은 양을 미리 끓여뒀다 퍼서 주는 게 일반적이지만, 짬뽕의 고유 조리법은 주문 때마다 재료를 볶아 불맛을 낸 후 육수를 부어 끓여서 그릇에 담아둔 국수에 끼얹는 것이다. 이런 조리법의 차이도 예전 맛을 내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일본 짬뽕은 대부분 이자카야(선술집)에 메뉴로 올려져 쉽게 맛볼 수 있지만 수준 차이가 커서 잘 골라야 한다. 짬뽕 잘하는 곳으로 명동 입구의 아지겐(02-318-0321)을 꼽을 수 있는데 주문할 때 불맛 나게 잘 볶아달라고 부탁해두는 게 확실하다. 재동의 규슈센닌(02-989-0708)의 것은 불맛은 덜하지만 푸짐함이 유별나다.

    kr.blog.yahoo.com/igundown
    Gundown은
    높은 조회 수와 신뢰도로 유명한 ‘건다운의 식유기’를 운영하는 ‘깐깐한’ 음식 전문 블로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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