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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의 It-Week |마흔두 번째 쇼핑

itsy bitsy teenie weenie yellow polka-dot bikini

  • 김민경 holden@donga.com

itsy bitsy teenie weenie yellow polka-dot bikini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수영복 쇼핑 말이에요. 7월이 돼서야 퍼뜩 수영복 생각이 난 건 제가 ‘별이 쏟아지고, 젊음이 넘치는’ 해변에서 낭만적으로 물놀이하는 걸 즐기지 못해서입니다. 오일과 선탠크림을 휘저어놓은 마요네즈 같은 야외수영장은 아주 질색이고요.

야외수영장에서 유일하게 좋은 건, 그늘에서 떡볶이와 맥주 등을 먹으며 책을 읽거나 잘 자란 젊은 세대의 몸매를 훔쳐보는 것뿐이죠. 수영으로 말할 것 같으면, 1년 내내, 파도도 없고 해파리도 없고 수평선도 없는 실내수영장에서 묵묵히 왔다 갔다 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니 실내수영장에서 입는 수영복 외에 특별히 여름 시즌에 맞는 수영복을 쇼핑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어요. 물론 실내수영장에도 나름의 트렌드가 있죠. 요즘은 디즈니 만화의 요란한 캐릭터가 프린트된 디자인과 가슴 부분에서 다리까지 세로로 절개선과 그러데이션을 넣어 날렵해 보이는 패턴이 인기더군요.

그러다 갑자기, 8월에 어쩌다 떠밀려 야외수영장이나 바다에 가야 할 일이 생깁니다. 이럴 때 실내수영장에서 입던 수영복을 가져가면 그 많은 인파 속에서도 자폐적이고 우울한 모습으로 단연 눈에 띄게 됩니다. 야외에 나가면, 많이 노출하는 게 예의인 거예요.

얼마 전 쇼핑몰에서 엄청나게 넓어진 리조트웨어와 수영복 매장을 보고, 여름휴가를 위한 수영복 쇼핑을 할 때란 생각이 들었죠. 그리스의 미코노스로 갈지, 한강 둔치 야외수영장으로 갈지 아무도 모르지만요.



허둥지둥 스윔슈트 브랜드-여기서부턴 수영복이 아니라 스윔슈트라 해야 합니다-담당자들에게 연락해서 올해의 트렌드를 문의했습니다. 여성의 경우 비키니가 우세를 차지했더군요. 남성 수영복 매장에서 팬츠 길이가 길어진 것을 보고 궁금했던 점도 문의했어요. 여성 스윔슈트는 점점 면적이 작아져서 일회용 밴드로 대신할 정도인데, 어째서 남성 쪽은 점점 더 커지는 걸까? 이건 불공평하지 않은가?

“하하, 요즘 남성 수영복은 서핑팬츠를 겸하도록 돼 있어서 그래요. 반바지 같은 기본적인 박스 스타일이라 수영할 때뿐 아니라 리조트의 데이웨어로도 무난하게 입을 수 있죠.”(김학술, 패션홍보 대행사 데크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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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쏘니의 홀터넥 비키니, 빈폴의 서핑팬츠, 주이시 쿠튀르의 홀터넥 원피스입니다(왼쪽부터). 여성의 경우 복고적이면서도 섹시한 홀터넥 스타일이 인기 있어요. 그런데 수영복 가격이 겨울 코트만큼이나 비싸요. 속옷이 아니라 외출복이라 그렇다네요.

불경기 속에도 서핑과 요트 대중화의 도도한 시대가 온 모양입니다. 서핑팬츠는 바지가 길어진 대신 발달한 상체근육과 초콜릿 같은 복근이 요망된다는 홍보담당자의 설명이 덧붙여졌습니다.

여성 스윔슈트도 수영복만 있는 경우보다 휴양지에서 평상복으로 입을 수 있는 스커트와 톱, 튜브 원피스 등 다양한 아이템이 수영복과 함께 매치된 스타일이 이제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스타일로 보면 가슴에서 목으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끈을 뒷목에서 묶도록 하는 홀터넥이 많이 나왔습니다. 마릴린 먼로를 연상시킨달까, 옛날 잡지의 핀업걸을 떠올리게 하는 복고적인 느낌인 거죠.

일반적으로 다른 옷들이 착시현상으로 ‘슬림’하게 보이는 데 사활을 걸지만, 수영복만은 ‘풍요’롭게 보이는 커다란 꽃무늬를 즐겨 사용합니다. 이런 꽃무늬가 들뜬 해변과 잘 어울린다면, 단색의 솔리드 천에 살짝 시크한 장식이 있는 수영복은 그 속에서 단연 나를 돋보이게 해주는 아이템입니다.

수소폭탄 실험을 한 마셜군도의 섬이름에서 이름을 따올 만큼 처음 선보일 때 충격적이던 비키니는 점점 작아져서 움직일 때 매우 조심해야 하고, 원피스 수영복도 수영하기 불편한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어떤 수영복은 ‘드라이클리닝’해야 할 것처럼 보여요. 수영장에 레드카펫이라도 깔아야 하는 게 아닐까요? 수영복만 봐도 후끈한 여름입니다.



주간동아 2009.07.21 695호 (p75~75)

김민경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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